‘까칠남녀’ 사태, ‘비자발적 침묵’의 강요

2018년 1월 29일culturalaction

이종임 /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문화연대 집행위원

 

호모 사케르(homo sacer)는 원래 고대 로마에서 “사람들이 범죄자로 판정한 대상, 죽임을 당해도 살인죄로 처벌받을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자”를 의미한다. 아감벤은 호모사케르를 “죽임을 당할 수는 있어도 희생물로 바쳐질 수 없는 대상”으로 정의한다.

다시 말해 호모 사케르는 법체계를 포함해 공동체가 공유하는 모든 가치체계로부터 배제된 사회의 외부자라 할 수 있다. 즉 법질서 외부로 추방된 채 사회에 존재하고, 무슨 일을 해도 상관없고 심지어 죽여도 무방한 존재, 배제되어 있지만 사회 내에 존재하는 이들이 호모 사케르이다.

그리고 사회 내부에서 추방당한 자들을 통해 그 사회에서 작동하는 주권의 힘을 포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경계로 추방당한 자들, 즉 예외의 상태에 놓여있는 자들이 호모 사케르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사회 내에서도 이러한 배제의 원리가 작동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탈북자, 성소수자 등 많은 대상이 존재한다. 물론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들도 존재하지만, 이러한 배제의 작동원리를 멈추기는 쉽지 않다. 최근 EBS <까칠남녀>를 둘러싼 논란은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있는 대상과 인정할 수 없는 대상의 구분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자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피디저널,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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