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진실은 고착될 수 없다 – 4.16청와대행동 현장에서(44호)

2014년 7월 31일culturalaction

진실은 고착될 수 없다 – 4.16청와대행동 현장에서

최준영 / 문화연대 사무처장

“왜 막냐고요. 여기 집회는 다 끝났어요. 사람이 이동을 못하게 막는 법이 어딨습니까?”

“개별적으로, 한 명씩 이동할꺼에요. 이동하는게 불법입니까?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그 때 연행하라고요!”

집회가 끝나고 각자 약속한 1인시위 장소로 이동하려는 순간, 경찰과의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주최측(?)이 기획한 청와대 포위 1인시위가 집단행동이기 때문에 범죄예방 차원에서 막을 수밖에 없다는 경찰. 하지만 피켓 한 장씩 들고 20미터 간격으로 서서 진행하는 1인시위가 어떤 범죄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였다. 함께 참여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 또한 황당하다는 반응. 경찰은 막무가내였다. 그렇게 시간만 흘러갔다.

4.16청와대행동 웹자보

<4.16 청와대행동>은 특별한 주최가 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몇몇 사람들의 제안으로 출발하였다. 좀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그리고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에서 전달할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상황이었다. 여전히 특별법 제정은 요원한 상태이고,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각종 문제들 – 비정규직, 주입식교육, 재난대응체계, 해피아/관피아 문제 등 – 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시작조차 되지 못하고 있었다.

행동은 곧 실천으로 이어졌다. 416청와대행동기획단, 진보네트워크센터, 예술행동네크워크 등은 각각 <4.16 청와대행동>을 위한 준비 – 1인시위 신청하는 페이지 구축, 전체 행사 기획, 참가자 조직 등 – 를 진행하였다. 서서히 1인시위에 참여하고자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늘어났고, 드디어 행사일인 7월 19일(토)이 채 되기도 전에 125곳의 1인시위 장소는 채워졌다.

이런 시민들의 자발적인 흐름이 그들(?)의 눈에는 참 불편했나보다. 2시 사전집회가 끝나고 1인시위를 위해 이동하려던 사람들을 35분여 동안 막음으로써 결국 125명의 사람들이 3시~4시 1시간 동안 일제히 1인시위를 진행하려던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으니까. 곳곳에서 마찰이 발생했다. 나 또한 뒤늦게 경찰의 포위를 뚫고 내가 약속한 장소 – 동십자각 부근 – 로 이동하는 동안 계속해서 경찰의 제지를 받아야만 했다. “고착”, “보내드려” 소리를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사진 : 양철모

결국 약속한 장소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지 못한 사람들은 고착된 장소에서, 혹은 광화문 주변에서 각각 1인시위를 진행하면서 행동을 이어갔다. 사실 청와대 주변이라는 장소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진실은 고착될 수 없는 법. 내가 서 있는 이 곳이 바로 저항의 장소이자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 것이 이 날의 행동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가슴에 담은 많은 시민들이 특별법을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처사에 분노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 한국 사회의 온갖 모순들에 대해 사람들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밀양의 할매들과 자본의 횡포에 맞써 싸우는 노동자들, 민영화에 맞선 의료인 등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연대하기 시작했다.

진실은 고착될 수 없다. 여론을 호도하고 거리에 차벽을 세우는 것으로는 이 거대한 파도를 결코 막을 수 없음을 알아야할 것이다.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Prev Post Next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