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임의 미디어읽기]분노의 공감, 행동으로 실천하다 -축구팬들의 ‘엿투척’ 사건을 통해 바라본 대한민국의 현실(42호)

2014년 7월 3일culturalaction

분노의 공감, 행동으로 실천하다

 

– 축구팬들의 ‘엿투척’ 사건을 통해 바라본 대한민국의 현실

이종임

(문화연대 미디어 센터 운영위원)

지난 6월은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다(물론 아직 월드컵 경기는 진행 중이지만, 한국이 16강 진출에 성공하지 못한 직후 국내에서의 월드컵 열기는 급격하게 식었다). 물론 예전의 월드컵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과 비교해보면, 올해는 정말 조용한 편이다. 지난 몇 달 동안 세월호 사건, 국무총리 후보자의 과거발언 논란 등으로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침체되었고, 그로 인해 국민들에게 월드컵이라는 큰 스포츠이벤트에 관심을 둘만한 심적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세월호>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아직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의 관심이 월드컵 보도에 집중되면 국민들의 관심으로부터 세월호 사건이 멀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불과 며칠 전 까지도 세월호 추모가 이루어졌던 광화문에서, 월드컵 응원을 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많았다. 이와 같은 염려 속에서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과 국가 대표 축구팀 공식 서포터 “붉은 악마”가 만나 추모와 응원에 대해 논의를 했고,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측은 “붉은 악마”측에 평소 월드컵과 같은 응원분위기를 이어가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물론 희생자를 잊지 말아달라는 당부와 함께. 이에 붉은 악마측은 지난 5월 28일 튀니지와의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선보였던 침묵응원 퍼포먼스로 세월호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러한 여러 가지 행보가 이어지면서 축구팬들을 위한 길거리 응원도 별 탈 없이 이루어졌다. 4년 전과 같이 광화문과 영동대교에서 길거리 응원이 진행되었지만, 어수선한 정치사회적 상황과 새벽에 이루어지는 월드컵 경기 스케줄로 인해 응원은 과거와 달리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졌다.
그런데 위와 같은 상황과는 별개로 월드컵 응원의 열기가 식을 수밖에 없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축구대표팀 내부의 문제였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부터 국가대표 축구팀을 구성하는 여러 주체들의 비합리적인 행동과 결정에 대한 국민들의 문제제기가 있었고, 이미 선수단 구성 때부터 불거져 나왔던 이 문제는 이후 월드컵 본 경기가 진행되면서 더욱 악화되었다. 국가 대표 감독의 비합리적인 독단적 결정, 축구 선수들의 무의지적 경기 모습 등으로 이어지면서, 국민들로부터 응원 대신 분노를 표출하게 만들고 말았다. (국가대표 축구팀의 선수선발부터 문제가 계속 제기되어왔지만, 그것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여기서는 접어두도록 하자. 이미 인터넷상에 축구팬들의 전문가적 분석과 반응이 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축구팀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의 요지는 실력보다는 학연과 인맥으로 축구팀을 구성한 감독과, 축구단 내부의 실수와 잘못에 대한 비판보다는 자기 식구 챙기기와 감싸기만 보여주는 대한축구협회의 안일함에 있었다. 이미 세월호 사건과 국무총리 후보 임명과정에서 확인했던 비합리적 인적 구성 방식,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위정자들의 모습 등 한국의 정치현실의 맨 얼굴을 마주했던 국민들은, 월드컵에서 조차 그 얼굴을 다시 한 번 마주해야만 하는 상황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 대표 축구팀의 감독, 최선을 다하지 않은 선수들의 변명은 지난 봄 지겹도록 마주하며 치를 떨었던 세월호 참사 관련자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 분노는 감정적 공감에 멈추지 않고 축구대표팀에게 직접 표출되었다. 지난 6월 30일 새벽 인천공항에 입국한 국가대표 축구팀을 맞이한 것은 분노한 축구팬들이었다. 다음 카페 “너땜에졌어”회원들은 ‘한국축구는 죽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엿을 투척하며 대표팀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카페회원들의 비판의 핵심은 한국축구가 ‘인맥으로 선수를 기용해 망했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축구팬들의 분노표출은 단순한 이벤트성 사건이 아닌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단순히 스포츠 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전반에 걸친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도 회자되고 있는 엿투척 사건은 공영방송사인 KBS뉴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국가대표축구팀이 입국한 당일 KBS 9시 뉴스에서는 새벽에 입국한 국가대표 축구팀의 입국소식을 전하면서 “손흥민, 김승규 등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향해 뛴다”는 타이틀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자고 보도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축구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손흥민, 이근호, 김신욱, 김승규 선수 등 새로운 선수들의 발굴과 함께 이들에게서 희망을 봤다는 내용으로 보도는 마무리 되었다. 누가 봐도 국가대표축구팀 관련자들의 명확한 잘못이며 이를 방송사가 적극적으로 비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어려움을 딛고 미래를 준비하자고 외치고 있었다. 국민들의, 팬들의 분노 역시 외면했다. 이러한 뉴스보도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올해 월드컵 중계를 위해 SBS는 FIFA에 7500만달러(760억)에 달하는 중계권료를 지불했으며, 이후 KBS와 MBC에 다시 재판매를 하는 방식으로 공동중계를 진행했다. 방송3사는 월드컵 공동중계를 하면서 제작비와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광고매출로 최소 250억원씩을 올려야 했다. 이러한 경제적 압박은 방송사의 많은 프로그램에서 월드컵을 얘기하도록 만들었다. 방송사들은 월드컵 특수를 노리기 위해 많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브라질에서 진행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세월호 참사, 정치적 사건 등이 맞물리면서 광고판매는 부진했고, 새벽에 진행되는 축구 경기 일정등도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사기에는 좋지 않은 조건이었다. 거기에 더해 부진한 국가대표축구팀의 경기결과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예능프로그램을 통한 월드컵 특수, 월드컵 중계에 대한 경쟁적 보도 등 수익률에만 집중했던 지상파 방송사의 행동은 결국 ‘적자’라는 결과만을 떠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사는 월드컵 축구 중계 관련 이익관계가 맞물려 있어서인지, 월드컵 축구대표팀에 대한 본격적 진단과 비판적 보도에는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국민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정의와 진실보다는 인맥과 이익관계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스포츠 이벤트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문제가 정치영역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있음을 말이다. 자신을 합리화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대표팀과 대한축구협회, 월드컵 특수에만 집중하는 지상파 방송사의 보도 행태 등은 오히려 국민들로 하여금 <세월호 참사>에 대해 더 강력한 진실규명 촉구를 요구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한국축구팬들의 엿투척 사건이 바로 세월호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의 표출이 아닐까.
과거 우리 사회가 갖고 있었던 안일한 생각, “어떻게 해결되겠지”라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할 것 같다. <세월호> 사건이 끝날 때까지 국민 모두가 지켜보며 진실규명을 촉구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 못하게 되고,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사회 주요 인사로 자리매김을 할 것이다. 미디어의 보도 행태 또한 안일한 보도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세월호>사건의 진실규명은 단순히 이 사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는 중요한 시작점을 제공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진실규명이라는 긴 여정을 통해, 우리 사회 “정의”가 무엇인지를 밝히기 위한, 쉽지 않은 그 실천적 행보를 지속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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