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방]심한기를 만나다(41호)

2014년 6월 19일culturalaction

심한기를 만나다

강효주/문화연대

mycrom13@naver.com

사람냄새 나는 사람

심한기는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이다. 꾸미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 망설이지 않는 사람. 날것 그대로가 어설프고 서툴러 보이지만, 그 자체가 주는 진한 감동을 아는 사람. 필자가 처음 심한기를 만난 건, 강북에서 열린 청년 교육 강좌였다. 자신을 ‘대표’로 소개하기보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무당’이라 말하며,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만난 네 명의 수강생들을 귀한 손님을 맞듯 100년 된 보이차를 아낌없이 우려 주었다. 비록 보이차를 우리고 따르는 모습은 한없이 서툴렀으나, 호탕한 웃음과 정겨운 말투로 세심하게 청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지식을 주고받는 ‘강사-교육생’의 만남이 아니라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었다. 그렇게 한번 스치고 지나갈 만남이, 심한기가 문화연대 회원이라는게 밝혀지면서, 또 한 번 이어졌다.

 ‘품’에서 놀고 배우는 사람

 심한기는 청소년 공동체 ‘품’의 대표다. 올해로 ‘품’이 만들어진지 22년째다. 92년 청소년 복지와 놀이문화에 푹 빠져, 청소년 자원캠프에서 만난 친구 둘과 함께 ‘품’을 만들었다.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청소년 지도자 수련, 놀이연구, CA지원, 청소년 교육 워크샵, 청소년 거리 축제, 연구 사업 등의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며 재미나게 놀았다. 심한기는 ‘품’에서 청소년들이 문화를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청소들과 놀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과 장르에 대한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 배움들이 그의 삶을 늘 새롭게 깨워주고,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다. 요즘은 우이동에 둥지를 틀고 청소년들과 여전히 즐겁게 놀 궁리를 하고 있다. 품에서는 외부 전문가 대신 동네 강사를 세워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문화로 소통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공동체의 경험과 인식, 삶의 다양한 결을 보여 주는게 품이 지향하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8년 전부터 네팔에도 ‘품’을 만들었다. 네팔의 ‘품’은 네팔인이 가지고 있는 힘을 깨우는 일을 한다. 즉, 마을에 들어가 직원이 살면서 마을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게 에너지를 북돋는 일을 한다. 문해 교육, 대안생리대 만들기, 교육워크숍, 청소년/청년 교류 등을 8년째 진행해 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네팔 예술인을 조직해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벌이기도 한다. 또한, 매년 1월에는 네팔인과 한국인이 만나는 여행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자연풍경을 관광하는 것 보다 사람을 만나는 프로그램을 짜서 프로그램에 ‘사람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도 갖는다.

 

심한기, 문화연대와 만나다 

  90년대까지 문화 분야에서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모여 ‘대안/대항’ 담론을 만들며 기존 문화와 싸우는 일이 없었다. 1999년 문화연대는 그것을 기치로 들고 나와 심한기의 격한 공감을 샀다. 심한기가 품에서 청소년들과 하고 싶었던 일도 궁극적으로 문화운동이었다. 문화연대 창립 전, 이동연(현 문화연대 집행위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글을 좋아해서 강의나 교육을 들으러 다니기도 했는데, 그런 인연이 이어져 문화연대 활동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다. 문화연대와 함께 청소년포럼을 개최하면서 청소년 문화의 사회적 이슈를 알리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또한, 문화연대, 전교조와 함께 교육혁명을 꿈꾸며 영역별로 음악교육은 소리교육, 미술교육은 시각교육 식의 분과 교육 활동도 했다. 문화연대와 함께 활동하면서 심한기는 많이 배웠다.
 “나는 현장에 있다 보니까 생각을 크게 갔거나 작은 것들에서 느끼지 못했던 사회적 관점이 약했는데, 문화연대가 그런 점에서 나에게 큰 자극제였어. 문화연대와 만나면서, 예술에 대해 생각하고, 문화운동에 대해 공부해보는 계기가 생겼어.” 
 문화연대가 종로에 사무실이 있었을 때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무슨 일이 없어도 종로에 가면, 안국동 사무실에 들려 활동가들과 수다를 떨기도 했다. 심한기는 당시 문화연대를 이렇게 회상한다.
  “사회적 이슈에 힘을 가지고 순발력있게 대처하며 싸움닭처럼 싸웠던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현장과 만나서 이슈를 만들거나 정책제안을 하며 대안 담론을 만들어 갔던 일들이 더 좋았어”
 하지만, 지난 7~8년간 문화연대와 함께하는 청소년 문화관련 일을 도모한 적이 없다. 심한기가 보기에 문화연대에서 현장, 그러니까 청소년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드물어진 것 같다. 예전처럼 교육 교재를 개발한다던가, 아니면 청소년 분야 현장 활동가들과 포럼을 개최하는 일도 많이 줄었다. 몇 년 전까지 문화연대의 이런 부분에 대해 아쉬움이 생겼지만, 잊어버리고 자신의 삶에 집중해 살다보니 심한기의 삶에서 문화연대의 존재감이 아예 없어졌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문화연대와 멀어졌다.

문화연대에 바라는 점 

 심한기가 보기에 한국사회에서 집중해야 할 운동은 ‘청년’과 ‘청소년’분야이다. 현 시대 ‘청년’은 없다. 그래서 그에게 “청년의 문화를 되살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사회에는 자기세대만의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역할을 할 청년이 없어져 가고 있다. 오로지 청년에게 이슈는 취업뿐이다. 뇌가 없는 청년들, 일베 등의 청년만 존재하는게 한국의 현실이다. 청년허브가 하는 일은 청년들에게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정부의 재정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그가 생각할 때 문화연대가 청년과 청소년 운동에 결합하면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사회에  미치는 시너지가 클 것 같다. 그래서 그는 문화연대가 한국사회에서 “청년의 문화를 되살리는 일”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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