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방] 차강을 만나다 (39호)
차강을 만나다
강효주/문화연대
mycrom13@naver.com
차강, 문화연대와 만나다
차강은 ‘한결같은 사람’이다. 변함없는 조용한 말투, 변함없는 쑥스러움을 머금고 생색 한번 내지 않고 이런저런 일들에 한결같이 함께한다. 이어붙이는 뜨개농성, 콜트콜텍 해고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문화제, 몸빼 만들기 워크숍 등과 같은 문화연대가 벌이는 크고 작은 일들에 와서 바느질로 우리를 응원해준다. 문화연대 활동가들은 몇 년째 차강을 보아왔지만, 그녀의 본명이 무엇인지, 어디에 사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불친절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도움을 요청하면 빈정상함없이 차강은 자신의 손재주를 우리에게 아낌없이 내준다.
차강이 기억하는 문화연대와의 첫 만남은 2007년 프리마켓 아티스트들과 함께 참여한 4대강 반대 예술작품 전시회였다. 2009년 용산 참사 때 100인의 문화예술인 서명에 참여하면서 문화행동에도 참여하게 됐다. 2011년 문화연대에서 기획한 부산 희망버스를 타기도 했다. 주위 친구들과 함께 가고 싶었지만 다들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혼자 가는게 망설여지던 차에 문화연대에서 혼자가는 사람들을 위한 버스를 운영해서 차강은 그 버스를 두 번이나 탔다. 이뿐만 아니라 <콜트콜텍 수요문화제>의 리플렛 작업에도 참여하기도 했고, 집이 부천에 위치해 있어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을 지지하기 위한 <야단법석 문화제>를 할 때도 자주 가게 됐다. 차강은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콜트콜텍 해고노동자 투쟁을 지지 하는 일들에 스며들게 되었고 묵묵히 바느질로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차강, 일러스트레이터 또는 생활창작아티스트
고등학생 시절 차강은 장국영을 정말 좋아했다. 장국영에 빠져 홍콩영화를 보다가 중문과에 진학했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중국어 전공을 살려 직업을 구할 생각은 없었다. 그야말로 ‘아무 생각 없이’ 대학을 다니다가 졸업반이 되자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그림책의 그림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97년 졸업 후 일러스트연구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1년 동안 정밀소묘, 유화, 수채화 등과 같은 그림을 그리는데 필수적인 기법을 배웠다. 이 과정을 이수 한 후 유명한 그림책 작가의 문하생으로 일하게 됐다.문하생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작업도 병행하고 싶었지만, 마음먹은 대로 시간을 할애하기가 힘들었다. 6개월 정도 다니다가 할 수없이 나왔다. 그 후 ‘한겨레일러스트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프리랜서 직함을 달고 일을 맡게 되었다. 그 첫 작업이 사계절 출판사의 <한국생활사 박물관_백제, 신라편>이다. 또한, <엄마 아빠의 사랑으로 태어났어요>, <화내지 말고 예쁘게 말해요> 등과 같은 그림책을 여러 권 출판하기도 했다. 가끔 소리 소문 없이 그림책 전시회를 열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 “그림책 그림가게”전시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차강이 그린 그림책들>
자신이 꿈꾸던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가 됐지만, 벌이는 시원치 않았다. 용돈을 벌어 볼까 싶어 단짝 친구와 함께 ‘차강누르’라는 팀을 결성해서 2005년부터 홍대 프리마켓에 생활창작 아티스트로 참여하게 되었다. ‘차강누르’는 몽골어로 하얀 호수라는 뜻이다. 팀원이 둘이다 보니 사람들이 ‘차강’, ‘누루’라고 나눠불렀다. 그게 자연스럽게 차강의 별칭이 되었다. 차강은 프리마켓에서 바느질로 만든 창작품을 판다. ‘동네사람 브로찌’, 몽골여행할 때 만났던 ‘몽골인 브로찌’, 외할머니 모습을 딴 ‘외할머니 가방’ 등. 바느질로 한땀한땀 사람들의 얼굴을 천 조각에 새기는 작업이 차강은 즐겁다. 차강은 거창한 것 보다 작지만 소소한 것들, 사람들이 미쳐 신경쓰지 못하는 사람냄새 나는 것들에 애정을 쏟는다. 이뿐만 아니라 필통, 주머니 등과 같이 일상에서 쓰이는 물건들도 만든다. 홍대 프리마켓이나 일상예술창작센터에서 운영하는 ‘key’에 가면 차강이 손으로 만든 창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런 그녀를 주위 사람들은 생활창작아티스트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일러스트레이터 또는 생활창작자로 사는 게 즐겁지만은 않다. 경제적 어려움도 있고, 이 일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되는 날에는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일들은 차강이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그림책 그리는 일은 정말 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나중에 잘 하고 싶어서 욕심이 생기고 힘들어졌다. 그 욕심을 놓았더니, 바느질과 그림 그리기를 하는게 즐거워졌고, 늘 하고 싶어졌다.
차강의 원대한 꿈
그림그리기나 바느질을 안 할 때 차강은 수영을 한다. 수영을 다닌지 벌써 1년 반이 넘었다. 재작년쯤 몸이 아프면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걷기운동을 하다가 수영장 락스 냄새가 괜시리 좋아져 수영을 시작하게 되었다. 요즘 아홉시 반에 하는 주부반에 다니고 있다. 말이 주부반이지 70세 언니들이 수두룩하다. 그 언니들과 어울려 수영장에서 수영하는게 나쁘지 않다. 언니들이 차강을 동생으로 봐주며 이뻐해 준다. 수영장 물 안에 들어가 있으면, 물이 포근하게 꼭 안아주는 것 같다. 그 느낌이 좋아 차강은 수영을 즐긴다. 언제가 기회가 되면 동별 수영대회에 나가고 싶은 원대한 꿈을 요즘 꾸고 있다. 조만간 필자는 차강님과 문화연대 사무실 근처에 있는 수영장에서 차강과 수영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관심있는 문화연대 사람들은 함께하길~
* <길다방>은 말이죠..
<길다방>은 문화연대의 친구들에 관한 글입니다. 문화연대가 하는 일이라면 시도 때도 없이 어디든 나타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심양면 도와주며 문화연대와 끈끈한 우정을 맺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떠는 코너입니다. 그래서 시덥잖은 이야기는 많이, 가끔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