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청년 커뮤니티 반상회>에 대한 단상(20호)

2013년 6월 19일culturalaction

[현장스케치]20호

<청년 커뮤니티 반상회>에 대한 단상

정재영 문화연대 활동가

 

‘커뮤니티’, ‘공동체’, ‘네트워크’가 유행이다. 점점 파편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유행이란 말로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시민사회 및 기관에서 하고 있는 일련의 활동들을 보면 개별 주체들을 모아 희미해진 공동체를 다시금 불러오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물론 이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을 억지로 이어 붙이는 작업은 아니다. 마치 교내 동아리처럼, 그러나 그것처럼 갇혀 있지는 않은, 하나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사진: 박상준 (청년 일자리 허브)

지난 6월 11일, 은평구 소재 <서울 청년 일자리 허브>에서 진행한 ‘청년 커뮤니티 반상회’가 적절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의 자발적 커뮤니티를 지원해주는 ‘청년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구성된 ‘청년 커뮤니티 반상회’는 “100만원은 떡밥일 뿐”이라고 밝힌다. 농담 섞인 이 ‘떡밥’의 의미는 적은 금액일지라도 이를 통해 서로 모르고 지냈을 다양한 청년 커뮤니티를 모아보자는 뜻일 터. 나아가 프로젝트에 지원한 26개 팀이 각자의 활동을 공유하고, 다른 커뮤니티와 만나 함께 활동 가능한 반경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청년 커뮤니티 반상회’의 주는 각 커뮤니티의 활동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참여해본 바, 실로 자발적인 청년 커뮤니티가 많았다는 점에 놀랐다. 길가에 둘러 앉아 영화를 보는 ‘골목상영회’, 철학 읽기 모임 ‘토철이’, 음악 없는 밴드 ‘사이시옷’ 등 인문·문화예술 방면에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곳은 직접 수작업으로 뜨개질·공예 등을 하는 ‘Sweet Fingers D.I.Y’였다. 실제로 팔찌를 만드는 작업에서는 실질적 노동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었고, 평범하게 여겼던 팔찌를 한 땀 한 땀 공들여 엮는 과정은 사소한 것에 대한 감수성을 일으켰다.

 

*사진: 박상준 (청년 일자리 허브)

 

아쉬운 점은, 물론 첫 반상회인 점을 감안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여러 커뮤니티가 함께 어울리는 자리로서는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각자 커뮤니티의 활동 내용을 알렸다는 점에서는 유익한 자리였지만 장소의 특성상 더 다양한 커뮤니티가 실질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장이 없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결국엔 근접한 자리에 있는 커뮤니티들만이 가까워지는 어쩔 수 없는 한계.

마지막으로, ‘청년 커뮤니티 반상회’에 있어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그램이 일회성이라는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선 ‘청년참 프로젝트’를 통해 모인 커뮤니티들을 앞으로 어떻게 구성하고 접합시킬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물론 이는 참여자인 내가 관여할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오지랖이 발동된 이유는, 아마도 그 자리에서 타인을, 무엇보다 나와 같이 커뮤니티를 꿈꾸는 청년들을, 한 순간의 만남으로 끝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욕망 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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