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DDP 개관, 서울의 디자인과 건축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시작돼야 할 때(36호)

2014년 4월 9일culturalaction
[편집자주] “지금, 우리에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무엇인가?”
드디어 DDP가 개관했다. 오랜 시간 동안 관심과 비판의 대상이었던 DDP가 우리의 일상으로 걸어들어 온 것이다. 누군가는 DDP가 가져다 줄 경제적 효과를 제시하며 흥분되어 있고, 누군가는 그 무엇도 해결되지 않은 채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온 DDP의 새로운 재앙을 걱정하고 있다. <문화빵>은 이번 특집을 통해 DDP를 둘러 싼 사회적 토론을 제안한다. 지금 우리에게 DDP는 무엇인가? 약 5000억원의 건립비용, 약 300억원의 연간 운영비용을 시민이 부담하면서 도전해야 할 공공건축, 공공디자인의 가치는 무엇인가? DDP를 둘러 싼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① DDP 개관, 서울의 디자인과 건축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시작돼야 할 때 _ 문화연대
② ‘디디피’를 벗어나야 ‘그것’이 제대로 보인다 – 디디피의 급진적인 형태변형을 제안한다 _ 김상철 (문화연대 집행위원, 노동당 서울시당 사무처장)
③ 동대문에는 DDP만 있는 것이 아니다 _  DRP(동대문옥상파라다이스)

DDP 개관, 서울의 디자인과 건축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시작돼야 할 때

글+사진 문화연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가 지난 21일 개관했다.

‘공사 기간만 5년에 준비기간까지 합치면 설계부터 준공까지 10여년’, ‘개관까지 소요비용 4840억원’, ‘동대문운동장 철거에서부터 노점상 문제까지 사회적 갈등 심화’, ‘주변경관도 건물용도도 신경 쓰지 않는 세계적인 건축가’, ‘연간 320억원에 이르는 운영비’ 등 계획부터 개관까지 모든 과정에서 갈등과 화제를 낳았던 DDP가 드디어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서울시는 이번 DDP 개관과 함께 “동대문 방문 외국인 증가 180만명, DDP 연 방문객 550만명, 하루 유동인구 증가 20만명, 동대문 패션산업 매출 증가 5조 4000억원” 등의 DDP 기대효과를 제시했다. 또한 개막식 행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DDP의 다섯 가지 비전을 소개하며 “2015년도부터 운영비 320억원을 자체 조달해서 더 이상 세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DDP의 장밋빛 미래를 강조했다.

DDP를 둘러 싼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DDP에 대한 시민들, 전문가들의 우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개관과 함께 서울시가 제시한 DDP의 청사진이 그 내용과 방식에 있어 과거 오세훈 전 시장이 강요했던 근거 없는, 대부분이 거짓말로 밝혀졌던 DDP의 실체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DDP는 연간 320억원의 운영비가 들어가는 거대한 시설물이며, 서울시는 이 건물의 필요성과 사회적 가치 그리고 운영방안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불행하게도 서울시의 DDP는 박원순 시장의 취임 이후에도 이에 대한 사회적 해답을 찾기 위한 성찰적인 거버넌스와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경유하지 못한 채 “그냥”, “어쩔 수 없이” 지어졌을 뿐이다. 개관된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 서울 시민들은 아직도 그 화려한 DDP의 위용 앞에서 그 존재 이유는 물론 운영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안조차 알지 못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DDP가 만들어졌던 지난 10여 년의 시간 동안 서울시에서 벌어졌던 비상식적이고 파행적인 행정들이 어떠한 성찰도, 책임도, 재발방지 대책도 없이 그냥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DDP는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초기 예산보다 2배가 넘는 재정이 투여되었다는 점, 동대문운동장 및 이간수문 등의 사례처럼 문화유산에 대한 고려가 부재했다는 점, 건축물의 설계에서부터 공사과정 전반에 걸쳐 공공성이 크게 훼손되었다는 점 등 서울의 공공건축과 문화정책에 있어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던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서울시 차원의 충분한 자기 반성과 성찰 그리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방안 없이, 오직 성과주의와 전시행정의 관점에서 마치 DDP 사업이 성공적인 결과물이자 장밋빛 미래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DDP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수많은 문제들을 개관 이후까지 연장하는 것이며, 나아가 개관과 동시에 새로운 문제들을 또 다시 발생시키는 과정이다. 서울시가 DDP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DDP를 하나의 소중한 경험이자 교훈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DDP를 둘러 싼 과거의 문제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분석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의 제도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서울시는 DDP의 홍보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 아니라 DDP 개관을 계기로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복기하고, 이에 대한 반성과 대안 위에서 DDP의 새로운 운영을 모색해야 한다. “이미 지었는데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잘못을 공유하고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자”라는 태도가 서울시와 서울시민을 위해 필요한 때다.

DDP 개관은 DDP를 둘러 싼 수많은 문제들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의 디자인과 건축을 둘러 싼 새로운 토론과 논쟁의 시작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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