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더 많은 탈핵운동이 필요한 때(34호)

2014년 3월 11일culturalaction

[편집자주]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3년, 대안을 생각하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어느새 3년이 지났습니다. 이 사고는 전세계에 걸쳐 원전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으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탈핵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것에 여전히 관심이 없는 듯 여전히 송전탑 건설에 혈안이 되어 있고,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후쿠시마 3주기를 맞아 우리는 어떤 성찰을 할 수 있을까요? 그렇기에 <문화빵> 34호는 후쿠시마 사고 3주기를 맞아 후쿠시마 이후의 우리의 삶에 대해 재성찰할 수 있는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① 후쿠시마 이후 3년, 정말 대안이 있는 걸까? – 하승우(땡땡책협동조합 조합원)

② 더 많은 탈핵운동이 필요한 때 – 이유진(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③ 재난 그 이후의 세계에 대해-후쿠시마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 강내영(지역 퍼실리에테이터)

더 많은 탈핵운동이 필요한 때

이유진 /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우리 모두는 풍족하고 편안한 삶을 원한다. 그러나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 또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잊고 산다. 바로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와 같이 전력생산만 봤을 때는 ‘발전소’로만 보던 것이 사고가 나자 전기 이면에 숨겨진 ‘핵’의 위험에 직면하는 것처럼 말이다.
후쿠시마 이후에 삶이 달라진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핵발전소 주변에 살았던 사람들, 그래서 하루아침에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 가장 고통스러울 것이다. 보이지 않는 방사성 물질이 자신의 미래와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늘 삶은 초초하고 불안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떠나버린 공간에서 동물들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했다. 먹을 것이 없이 뼈만 앙상하게 남은 동물들… 평생을 유기축산에 바친 농부가 자살하면서 남긴 한 문장 “핵발전소만 없었더라면…”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후쿠시마 주민은 아니었지만 당시 ‘도모다치(친구)’ 작전으로 참여했던 미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미군들도 피폭을 당했다. 그들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도쿄전력을 상대로 우리 돈으로 2천3백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했다. 사고당시 로널드 레이건호는 후쿠시마 앞바다에 정박해 수습을 했는데, 승선한 미군만 5,000명이라고 했다. 그때 당시 한국정부도 지진수습을 위해 100여명의 구급대원들을 파견했는데, 이들에 대한 건강영향도 우려된다.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수습은 더디기만 하다. 방사능오염수 조차도 통제를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고 수습현장에서 일을 해온 노동자들, 그리고 앞으로 50년 이상 계속될 사고 수습현장에 투입될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후쿠시마 사고가 난 이후 4~5년 이후 부터 본격적인 건강피해가 나타나게 될 것이고, 일본은 그 결과에 직면해야 한다. 후쿠시마 이후 삶이 달라지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일본의 산과 들, 강과 바다 나아가 태평양과 태평양의 무수한 생명들도 피해자들이다.
후쿠시마 사고의 피해자들에 대한 깊은 애도를 보낸다. 그런데 문제는 가해자들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 땅에 54개의 핵발전소를 건설한 일본정부, 도쿄전력, 핵발전을 옹호해온 전문가들은 이 엄청난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 더구나 아베정권은 핵발전소 수출과 재가동에 대한 시도를 하고 있다. 경제적 이윤이 생명보다 먼저인 것이다.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23개의 핵발전소가 있고, 5개를 짓고 있다. 6개가 계획되었으며 정부는 2035년까지 7GW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최근에 짓는 핵발전소 1기 용량이 1.5GW이니 최소 5기는 더 지을 판이다. 핵발전소 비리로 3기가 동시에 멈추고, 한수원 직원 100여명이 비리로 기소되어도 정책은 바뀌지 않는다. 정부는 여전히 “핵발전은 경제적이다”, “온실가스 감축의 현실적인 대안이다”, “전력수급에 있어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원이다”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핵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과 노동자들의 건강에 대한 역학조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핵발전소 비리도 외부에서 감시하거나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핵발전의 경제성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하고 싶어도 모든 자료를 한수원에서 가지고 있으니 자료를 얻기도 검증하기도 쉽지 않다. 정말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가 준 교훈을 통해 삶이 바뀐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적어도 핵전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으며, 삶을 던져 진실을 알리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일본과 한국에서도 탈핵운동이 더욱 활발해졌고, 한국녹색당과 일본녹색당이 탄생했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과 종교계의 탈핵선언,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운동, 46개 지자체장들의 탈핵에너지전환도시 선언, 차일드세이브와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생활협동조합의 탈핵운동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후쿠시마가 남긴 흔적과 상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고통 받는 사람들과 대지를 보듬어 안아야 한다. 피할 수도 없고, 지워지지 않는 오로지 시간과 시간과 또 시간이 흘러야만 하는 이 사건 속에서 우리는 이전과 똑같은 방식의 삶을 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분명 후쿠시마 이후의 삶은 달라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을 직면하는 이들이 늘어날 때 후쿠시마 이후에도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 프레시안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Prev Post Next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