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송도에서 생태를 묻다 (16호)

2013년 4월 24일culturalaction

[젠트리피케이션과 도시적 삶] 세 번째 도시답사 후기

 

송도에서 생태를 묻다

 박 은 숙 

지난 3월, 일상적인 삶 이면에 우리 도시가 가진 다양한 이슈들을 탐구해 보는 시간이 자율대학의 진행으로 마련되었다. ‘젠트리피케이션과 도시적 삶’을 주제로 하는 자율대학의 첫 번째 프로그램인 도시답사를 통해서였다. 디자인과 주거, 생태를 각각의 테마로 한 세 차례의 답사는 서울의 왕십리와 행촌동 일대, 그리고 인천 송도의 센트럴파크를 대상지로, 도시에서 각 가치가 가지는 또 다른 의미들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다.
도시와 생태 사이의 관계를 살피고자 한 세 번째 도시답사는 인천 송도의 센트럴파크에서 이루어졌다. 2009년 8월 인천세계도시축전에 맞춰 개장한 센트럴파크는 ‘명품공원’을 표방하며 일반 공원 개발비용의 3배가 넘는 2천억 원 이상이 투입된 곳이다. 처음에는 ‘중앙공원’으로 명명되다가, 인천시청 옆에 위치한 ‘중앙공원’과 이름이 겹친다는 이유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공원 이름을 ‘센터럴파크’로 변경했는데, 개칭 초기에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안내표지판을 전면적으로 수정하지 못해서 공원 이름이 센트럴공원, 중앙공원, 센트럴파크로 제각각 표기된 적도 있었다.

센트럴파크를 천천히 걷다보면 ‘중앙공원’과 ‘센트럴파크’ 사이의 간극처럼 미묘하지만 이질적인 경관들과 조우한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벤치마킹한 거대한 인공수로와 지난 해 녹색기후기금(GCF) 유치를 위해 조성한 ‘송도 센트럴파크 9경(九景)’과의 이계교배 때문이다. 센트럴파크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연장 1.8킬로미터의 수로는 매립지인 송도의 생태계를 고려해 담수 대신 해수를 끌어다 만든 것이다. 수로 위에는 관광용 수상택시가 운행되고 있으며, 수상택시 선착장에는 수변카페가 있어 공원 방문객들이 느긋하게 앉아 휴식을 즐긴다. 반면 34억 원을 들여 작년 6월 조성한 센트럴파크 9경 중 대표적인 볼거리로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은 꽃사슴 공원이다. 센트럴파크가 생태공원임을 극적으로 상징화하는 꽃사슴 가족은 연극장치처럼 기능하며 매서운 바닷바람 속에서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다. 9경 중 아직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한옥마을은 내년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막 전 완공을 목표로 이제 막 공사에 들어갔다. 전통호텔, 국제관, 문화체험시설로 구성될 한옥마을이 센트럴파크와 송도국제업무단지에 어떤 풍경과 이미지를 만들어 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산업혁명 이후 200년 가까이 전 세계 수많은 도시의 성장과 유지에 기여했던 굴뚝산업은 IT, 금융, 관광, 문화 등의 굴뚝 없는 산업에 심장 역할을 넘겨주고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의 도시로 이동하거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공해와 소음으로 잿빛이었던 공업도시들은 기후변화에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듯 녹색 생태도시로의 이미지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때 시대적 화두인 지속가능성과 유행을 넘어 남발되고 있는 힐링은 생태라는 도시의 브랜드를 확고하게 하는 개념적 수단으로 작동한다. 다시 송도의 센트럴파크를 바라보자. 이 땅은 인천시가 매립하기 전 바다였던 곳이다. 다시 말하자면, 원래 자연 스스로의 생태가 존재하던 장소에 인간이 만든 생태가 덧씌워진 형상이다. 이 이상한 이중구조 위에 소금기 실린 바다 바람을 마시며, 산에서 살아야 할 꽃사슴이 살고 있다.
박은숙 _ 프리랜서 에디터, 쫀득쫀득한 글쓰기와 건축과 도시에 관한 다양한 담론을 생산하는 데 관심이 있다.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Prev Post Next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