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다방] 한국에 일베가 있다면 일본에는 재특회가 있다(22호)

2013년 7월 19일culturalaction
한국에 일베가 있다면 일본에는 재특회가 있다
신유아(문화연대)
얼마 전 TV에서 아이돌가수 시크릿의 한 맴버는 ‘우리 팀은 다양성을 존중한다. 민주화시키지 않는다’ 라는 말을 듣고 순간 무슨 소리인지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민주화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에 순간 당황스러웠다.
‘일간베스트 저장소’ 줄여서 ‘일베’ 라고 불려지는 무리가 있다. 디시인사이드라는 다른 웹사이트의 ‘일간 베스트’ 게시물을 모아 게시하는 사이트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정치적으로 극우적이고, 인권침해적인 게시물들이 주가 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지금은 회원 수 100만 명 이상의 거대 사이트로 성장했으며 이 싸이트에서 활동하는 네티즌을 통칭하여 일베라 부르기도 하고 일베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선정적이고 비 인권적인 예로 5.18민주화운동 당시 돌아가신 광주 시민들의 사진을 올려놓고 ‘홍어 삭히는 장면’, ‘홍어 시장’ 등의 말을 쓰며 비꼬고 조롱한다. “택배 왔어요” 라는 제목아래 돌아가신 분들의 관을 부여잡고 울부짖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사진이 올라와 있다.
몇 일전 후마니타스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커피집에 갔다. 회의참석차 간 그곳에는 벽포스터가 붙어 있다.
“한국에 일베가 있다면 일본에는 재특회가 있다. 극우청년, 그들의 절망과 증오의 뿌리를 찾아 나선 참사르뽀” 행동하는 보수, 넷우익 등 눈에 띄는 글들이 보였다. 음… 일베에 대한 궁금증에 읽어 보고 싶어졌다.
재특회는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의 회원들과 그 지지자들의 모임이다. 재특회는 인터넷으로 동지를 모으며 게시판을 통한 회원가입으로 간편하게 회원이 될 수 있다. 이들은 조선학교 무상교육반대, 외국국적 주민에 대한 생활보호 지원금 지급반대, 불법입국자 추방, 핵무장 추진등의 슬로건을 걸고 활동한다. 이들은 스스로 행동하는 보수라 칭하고 인터넷장에서 거리로 나와 집회와 시위를 한다.
재특회는 한국의 인터넷 기업이 운영하는 ‘한일 번역게시판’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이었다. 이 게시판의 목적은 번역을 통해 양국의 교류를 증진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서히 양국 네티즌이 충돌하는 장소로 변하고, 역사나 영토문제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상대방의 문화를 야유하는 식으로 변했고, 그 게시판의 단골 게시자가 바로 재특회 보스 사쿠라이 마코토였다. 그의 블로그가 재특회의 시작이었다.
이 책은 재특회 보스인 사쿠라이 마코토의 성장 이력, 일본의 대 한국 식민지배 역사의 산물로 특권은커녕 차별에 고통당하고 있는 재일 한국인들의 위상, 재특회에 대한 반응, 재특회가 지닌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이 증가하는 배경, 재특회 내부에서 불거져 나오는 불만 및 지지 철회의 실상 등을 취재한 결과물이다.
인정욕구, 피해의식, 인종차별, 좌익도 우익도 아닌, 열등감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르던 단어들이다.
재특회는 일본인이 아닌 사람들(외국인 포함 재일한국인, 중국인등)이 자신들의 것을 빼앗아가고 있으며 결국엔 이들에게 일본은 점령당할지도 모른다는 피해의식이 있다.
“애당초 식민지배는 없었으며, 강제연행이나 종군 위안부등는 날조에 지나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 전에 일본은 한반도의 인프라를 정비하고, 근대화를 도왔으며, 교육의 부흥에 힘썼다. 그럼에도 그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이 남북한 양국이고, 재일 코리안은 그 영향 아래 있는 앞잡이. 기생충이다”
은혜도 모르고 일본에서 자신들의 이권을 빼앗아가며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논리다.
일베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돌아가신 분들의 주검을 모신 관을 택배로 비하하는 모습과 겹쳐보이는 재특회의 모습이 있다. 2011년 3월 히로시마 원전폭파 사고로 피해를 받은 사람들에게 국가가 지원하는 지원금은 혈세낭비라는 이야기를 원폭피해 당사자의 앞에서 거리낌 없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언제나 맥락 없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총코(한민족을 멸시하는 표현)와 짱개(중국민족을 멸시하는 표현)로 귀결된다.
일베가 역사를 왜곡하는 모습이나 재특회가 역사를 부정하는 모습이 어딘지 닮아 보인다.
재특회가 등장한 배경에 대해 일본의 우익성향의 논객은 이렇게 말한다.
“불안정 고용이 급증해 세상이 어지러워지면서 해소할 길이 없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진 젊은이들이 많이 생겨났다는 사실이 있다. 그런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배출할 곳을 찾아 약자를 공격하는 것은 아닐까?”
재특회 회원들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가해자인 동시에 사회적 약자의 정체성을 갖고 있으며 이는 재특회 현상이, 그리고 한국의 일베현상이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 전 사회로 확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목차>
1. 재특회의 탄생 : 과격한 시민 단체를 이끄는 의문의 리더, 사쿠라이 마코토의 이력
2. 회원들의 본모습과 속마음 : 지극히 평범한 젊은이들이 왜 인종주의자로 돌변하는가
3. 범죄 또는 퍼포먼스 : ‘교토 조선학교 방해’사건과 ‘도쿠시마 현 교직원 조합 난입’ 사건의 진상
4. 반재일(反在日) 조직의 뿌리 : 행동하는 보수와 신흥 넷우익 세력의 면면
5. 재일특권의 정체 : ‘재일 코리안=특권계급’은 사실인가
6. 떠나가는 어른들 : 폭주를 계속하는 재특회에 실망하는 동조자들
7. 리더의 표변과 허실 : 가족을 취재했다고 격노한 사쿠라이가 이빨을 드러냈다
8. 늘어나는 표적 : 원전 반대, 파친코, 후지 TV… 마음에 안 들면 모두 반일 세력
9. 재특회에 들어가는 이유 : 유사 가족, 인정 욕구,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 모두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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