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다시, 용산미군기지를 생태문화공간으로!(21호)

2013년 7월 3일culturalaction
[편집자주] 2004년 한국으로 되돌아 온 용산미군기지. 정부는 용산미군기지 터를 국가공원으로 만든다며 법을 제정하고 국제공모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한국 정부, 서울시를 비롯해서 이 땅에 사는 그 누구도 용산미군기지 터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해보지 못했습니다. 지난 2000년 “용산미군기지를 생태문화공간으로 만들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던 문화연대, 지금의 상황으로 본다면 과연 그 곳이 “생태문화공간”이 될지 “미군범죄박물관”이 될지 결코 장담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답답한 마음이지만 다시 한 번 용산미군기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① 다시, 용산미군기지를 생태문화공간으로! / 이원재 (문화연대)
②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부터 해결해야 / 정인철 (생태지평연구소 정책팀장)
③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바로 한미SOFA / 박정경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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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1호
다시, 용산미군기지를 생태문화공간으로!
이원재 / 문화연대
2000년 봄
문화연대가 용산미군기지에 대한 관심을 표출한 것은 2000년 봄이었다. 당시 문화연대는 한국 정부를 비롯하여 사회 전반에 걸쳐 공개적으로 “용산미군기지를 생태문화공간으로 조성하자”는 제안을 하였고,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이 캠페인을 추진했다. 문화연대의 첫 번째 시민캠페인이기도 했던 “용산미군기지 시민생태공원 만들기 캠페인”은 이후 용산미군기지를 둘러 싼 기지 반환, 공간정의, 역사문화, 도시재생 등 우리 사회에 억눌려 있던 중요한 문제들을 쟁점화 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문화연대 구상의 핵심은 용산미군기지를 돌려받아 공간 전체에 걸쳐 생태적 관점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자연의 숲”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수많은 막개발과 공간의 부정의로 아파하고 있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에 있어 용산미군기지라는 거대한 공간의 반환은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고, 따라서 이 공간은 서울의 생태적 재생, 회복, 치유, 공간정의 등을 상징하는 “생명의 숲”으로 새롭게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 문화연대의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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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조명래 교수(전 문화연대 공간환경위원회 부위원장)는 용산미군기지의 정의로운 공간활용을 위해 “생태문화공간화” 전략을 제시하였다. 그는 용산미군기지를 생태문화공간으로 재현하기 위한 조건으로 “도시생활을 위해 재가치화된 공간(반개발의 공간)”, “역사와 주체의 공간”, “생태적 토지이용이 이루어지는 공공공간”, “생태를 문화화하고 문화를 생태화하는 방식의 공간 재현” 등을 제시하였다.
13년 후, 2013년 여름
용산미군기지를 둘러 싼 문화연대의 꿈, 생태문화공간 조성이라는 사회적 제안은 아직도 현실로 이루어지 못했다. 2004년 한‧미간 용산미군기지 이전 협정이 타결됨에 따라 용산 메인‧사우스포스트 및 주변 산재부지 118만평이 반환되었지만, 용산미군기지를 둘러 싼 사회적 문제는 아직도 반복되고 있다.
* 한국 정부의 용산공원 추진경위
2003. 05. 한‧미 정상 용산미군기지 이전 합의
2004. 07 ~ 12. 한‧미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상 타결 및 국회 비준
2005. 10 ~ 2007. 12. ‘용산민족‧역사공원건립추진위원회’ 설치
2006. 08. ‘용산기지 국가공원화 선포식’ 개최
2006. 08. ‘용산공원 국민공모전(공원명칭 및 공원구상 등)’ 실시
2007. 07. ‘용산공원조성 특별법’ 제정 및 공포
2008. 06.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 설치
2011. 05. 용산공원정비구역 지정‧고시(국토해양부)
2011. 10. 종합기본계획 결정‧고시(국토해양부)
2011. 11 ~ 2012. 4.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2012. 10 ~ 용산공원 기본설계 및 공원조성계획 수립
* 용산공원 기획단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park.go.kr
* 용산공원 기본구상 보러가기 http://www.park.go.kr/user.content.contentsView.t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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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현재 정부의 용산공원 추진과정은 용산의 역사적, 공간적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물리적인 공원 조성만을 위해 시급하게 추진되고 있다. 용산공원 조성은 단순히 반환된 공간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만이 아니라 서울의 새로운 도시구조, 도시공간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하지만 정부는 용산미군기지 터를 둘러 싼 현황파악 및 실태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채 국토해양부 주도의 밀어붙이기식 공원 조성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용산공원 조성에 있어 중요한 점 중에 하나인 용산미군기지 터 주변지역에 대한 관리 계획이 심각할 정도로 부실하다. 용산미군기지 터 주변 지역은 기지반환을 전후로 이미 대규모 막개발이 진행되었거나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공원조성 이익이 사유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용산공원 조성 과정 전반에 걸쳐 공공성 확보 전략이 수립되야 하며 이에 근거하여 용산공원 주변부의 경관, 높이, 용도 등에 대한 관리방향이 설정돼야 한다.
용산미군기지를 둘러 싸고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기지 오염 문제를 비롯하여 용산미군기지 터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용산미군기지는 과거 기름유출 사건을 비롯하여 다양한 환경오염문제를 내재하고 있으나 현재 한국 정부는 최소한의 실태조사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향후 공원 조성에 있어 시민들의 건강문제, 천문학적인 숫자의 정화비용 부담 문제 등을 야기할 것이 분명하다.
* <용산미군기지 – 서울의 땅과 지하수가 오염되고 있다> : http://www.greenkorea.org/?p=32888
* <미군기지 발암 위험 은폐…”대국민 사기극”, 서울 용산기지, 부산 하야리아 기지 전철 밟게 될 수도> :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532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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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후, 그 “미래”를 위해
현재 정부의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은 “국가공원으로서의 위상 및 역할의 불분명”, “‘터’에 대한 이해 결여”, “훼손된 공원 경계 설정”, “과잉디자인과 개발의 위험성”, “계획과정의 비민주성” 등 많은 한계와 문제점을 담고 있다.
더욱이 지금까지 정부는 그 취지와 달리 “문화적 계획”, “창의적 시민참여와 거버넌스” 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낡은 토건사업 패러다임을 답습해 왔다. 현재 정부의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과 추진방식은 용산을 둘러 싼 공간정의, 생태문화적 가치 등을 생략한 채 경제적, 개발적 관점 중심의 접근만을 반복하고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용산미군기지 터의 문제는 단순하게 공원 조성사업의 차원이 아니다. 서울의 중심에, 그 거대한 공간이 되돌아온다는 것은 서울과 용산의 도시구조 그리고 삶의 관계를 재형성하는 전환점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 전환점을 생태적, 역사적, 공간적, 문화적 관점에서 넓고 긴 안목으로 전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먼저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근시안적 행정을 뛰어 넘는 새로운 문제설정이 필요하다.
용산공원 사업은 국가권력이 주도하여 공급형 공원을 조성하거나 재개발하는 낡은 관성이 아니라 시민, 지역주체(서울, 용산)의 창의적 참여 속에서 ‘미군기지’라는 죽음의 공간을 ‘생태문화적인 삶의 공간’으로 재생하는 역사적 과정으로 재설정돼야 한다.
둘째,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생태문화적 순환성을 재생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용산미군기지를 생태문화공간으로 재생하는 것은 서울이라는 대도시 공간의 순환성을 되살리는 과정이며, 이를 위한 매개적 역할과 기능을 적극적으로 공간 조성에 반영해야 한다. 서울의 생태녹지축 연결과 복원, 교통 및 이동을 포함한 도시 커뮤니케이션 흐름의 형성, 용산지역을 비롯한 서울 시민의 삶을 둘러 싼 생태문화적 공진화 등이 중요하다.
셋째, 새롭게 조성되는 용산 공간 내부의 생태문화순환체계를 형성해야 한다.
현재의 6개 단위공원 계획은 내부 생태문화순환체계를 오히려 단절시키는 접근법으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새롭게 조성되는 용산 공간 내부는 생태문화순환체계의 지속가능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고, 이를 위해 시설은 최소화해야 하며, 현존하는 녹지시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모색해야 한다. 인위적인 공간 조성, 인공시설물 설치 등에 의한 파행을 막아야 한다.
넷째, 공간의 개방성과 주변지역과의 연계성이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시민, 지역주민 등의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관계를 통해 새로운 공간이 형성되고 운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개방성을 지향하고, 이를 위한 경로와 방법론을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단절되고 상이하게 형성된 주변 공간들과의 지속적인 관계 설정, 순환성 확보 등을 위해 충분한 과정과 고민 그리고 상상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용산미군기지 터를 서울의 미래를 위한, 생태문화공간의 확장을 위한 개발유보지 또는 보전지역으로 규정해야 한다.
새로운 용산 공간은 서울 내에 단절된 생태문화 축을 다시 연결하는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용산 공간 조성사업은 장기적으로 서울이 “동서를 가로지는 한강 축, 그리고 남북을 잇는 생태문화 축, 즉 북한산 국립공원-비원-창경궁-종묘-남산-용산-국립묘지-관악산을 연결하는 생태 축”을 형성할 수 있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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