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텃밭은 도시의 풍경을 바꿀 수 있을까 / 최미경 (2호)

2012년 10월 5일culturalaction

[칼럼]2호

텃밭은 도시의 풍경을 바꿀 수 있을까 

 

최미경 (문화사회연구소 활동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살 수 있고, 도시인은 소비문화에 길들여져 있다. 더 많은 것을 소비하기 위해 노동하는, 바쁜 일상에 젖어있는 도시인들은 직접 생산하는 기쁨과 생존하기 위한 노동의 가치를 잃어버린 상태이다. 한편, 공적지원 때문인지 아니면 개인 스스로의 자각에서 시작되었는지 그 원인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도시농업, 도시텃밭이 유행하고 있다. 도시농업, 도시텃밭이 단순한 취향이나 전시 행정에 머무르지 않고, 소수에게 독점되지 않으며, 공공적 가치를 획득해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경제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의해 움직인다. 이 거대한 손의 놀림에서 자유롭기 위해서 인간은 그것으로부터 자립해야 한다. 자립을 위해서는 토대가 될 수 있는 돈이나 자원이 필요하다. 자본의 순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누군가는 돈을 주고받지 않고도 나눌 수 있는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그 시작의 한 흐름이 도시텃밭이다. 그런데 현재 도시농업 정책은 소비시스템에 대한 성찰, 도시공간에 근본적 사유 없이 추진되고 있다. 직접 생산하고 돈을 받지 않고도 생산물을 나누는 문화, 커뮤니티 형성, 치유의 공간 등 텃밭이 다양한 실험공간이 되기 위해서 현재의 도시농업은 다음 몇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텃밭이 땅을 분양받은 소수의 도심정원이 되어서는 안 되며, 시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해야할 빈 공간(예를 들어 광장)을 소수가 점유해서도 안 된다. 또한 텃밭을 조경 사업하듯 인위적으로 꾸미고 조성하기보다는, 개개인들이 이미 하고 있는, (특히 자생적으로 형성된 소외계층의) 텃밭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덧붙여 수확한 작물이나 결과물들을 사회적으로 공유(예를 들어 도시빈민지원)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경제 순환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연구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도시는 바쁘고 피로하다. 이러한 피로도시에서 직접 작물을 생산하며, 잃어버렸던 경작 본능, 생존본능을 일깨우고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은 값진 경험이다. 매일매일 일하지만, 임금노동과정에서 잃어버렸던 노동의 가치를 새롭게 깨닫고, 소유의 경계를 따지지 않고 함께 일하는 대안공간으로 텃밭이 구성되기 위해서는 도시농업이 토지와 작물을 사유화하거나 이윤창출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농업을 사유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농사는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관념에 기초해 어쩌면 비어있어도 좋을 공간을 흙이나 작물로 무분별하게 채워서는 안 되며, 공간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도 충분히 거쳐야 한다.

‘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ening)’이란 것이 있다. 곡물 값 상승, 실업, 버려진 땅, 부의 공정하지 못한 분배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고, 농약을 많이 뿌려 땅을 황폐화하는 산업화된 농업이 아닌,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종의 문화적 행동이다. 게릴라 가드닝은 무분별한 도시계획에 반대하고, 삭막한 도시풍경을 바꾸기 위해 콘크리트와 시멘트 사이, 혹은 버려진 땅에 씨앗을 뿌리고 나무를 심는다. 또한 2011년 10월, 세계 금융자본주의의 몰락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던 ‘월스트리트 점령Occupy Wall Street’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소외되었던 이들의 도시점거였다. ‘어반 캠핑urban camping’ 역시 도시에 자리를 잡고 침낭, 텐트, 캠핑카, 자동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며 도시 풍경에 직접 부딪친다. 이러한 행동들은 도시의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고 사용하기 위한 전략들이다. 도시농업, 도시텃밭도 취미, 취향을 넘어서서 도시풍경에 대한 새로운 응시, 도시공간의 재구성이라는 관점에서 전개되어야 한다.

현대인은 도시에서 살기 위해 비싼 월세를 내고, 특정한 장소에서 음식을 먹기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한다. 그리고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일하고 계속 또 일한다. 임금노동과정에서 소외를 경험하는 현대인의 일상을 바꾸어내고, 도시텃밭이 일상의 문화와 사회경제적 토대를 만나게 하는 접점이 될 수 있도록 우리는 도시라는 공간과 텃밭을 새롭게 해석하고 재배치, 재활용해야 한다. 텃밭에서 직접 노동하며 느끼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땅과 작물로 사유화되지 않으면서 사회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농업이 도시를 바꾸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 답에 관한 사회적 담론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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