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좌담]독립영화를 둘러싼 새로운 흐름들과 문제점(67호)

2015년 9월 22일culturalaction
<편집자 주>
최근 몇몇 독립영화의 놀라운 흥행 성공으로 독립영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 관계자들은 한국 독립영화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상황이다. 영진위의 계속되는 헛발질과 CJ를 선두로 한 대규모 자본의 독립영화 시장 진출은 독립영화 제작 환경을 송두리째 뒤바꾸고 있다. 이에 현재 독립영화 제작을 둘러싼 핵심적인 이슈들을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보고자 한다.
1. 독립영화와 CGV, 그리고 수직계열화 / 원승환(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
2. 거꾸로 가는 독립영화 정책을 근심하다! /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장)
3. [좌담]독립영화를 둘러싼 새로운 흐름들과 문제점 / 정리 : 최혁규(문화사회연구소), 하장호(예술인소셜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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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67호
[좌담]독립영화를 둘러싼 새로운 흐름들과 문제점
녹취 및 정리 : 최혁규(문화사회연구소), 하장호(예술인소셜유니온)
 
 
참여자 :  김화범 / 인디스토리
염신규 /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임창재 / 한국독립영화협회
정용택 / <파티51> 영화 감독
최혁규 / 문화사회연구소
하장호 / 예술인소셜유니온
 
 
최혁규 : 오늘 집담회는 최근 독립영화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편의상 문제의 발원지를 두 부분으로 나눠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축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정책 파행이고, 다른 축은 CJ의 독립영화 시장 진출이다. 우선 독립영화의 큰 이슈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유명무실한 영진위, 그 텅 빈 이름
 
임창재 : 올해 상반기 전용관 정책이 바뀐 게 독립영화계의 가장 큰 이슈였다. 공공성의 측면에서 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얘기했는데 소통이 안 되더라.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독립영화인이라는 개인적인 위치를 버리고 봐도 도대체 왜 그렇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들이 납득이 안 간다.
 
김화범 : 이 이슈에 대해서는 나눠서 봐야 할 것 같다. 영진위의 극장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정책과 예술영화관 지원사업 정책, 이 두 가지를 나눠봐야 한다. 현재 독립영화전용관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인디스페이스, 영진위 직영의 인디플러스, 그리고 대구의 오오극장 정도가 독립영화전용관이라고 얘기될 수 있는 극장들이다. 그리고 씨네코드선재라든지 씨네큐브라든지 이런 예술영화전용관들이 있다. 그리고 강릉신영극장 같이 예술영화도 틀고 독립영화도 트는 지역극장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영화전용관 정책으로 보면 현재 영진위는 직영극장인 인디플러스만 운영하고 인디스페이스 쪽으로 지원하지 않을 의사가 확실한 것 같다. 민간 독립영화전용관에 대한 지원 확대는커녕 기존 유지조차 안 하려고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예술영화전용관도 영진위에서 선정한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만 지원하는 방식으로 하려 하고 있다. 모든 전용관들이 반대하고 있는데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최혁규 : 영진위가 자기들 마음대로 독립영화전용관은 운영지원사업에서 제외시키고, 예술영화전용관들은 미리 선정한 영화 26편을 상영하는 곳만 지원하려 하고 있다는 건데, 지금은 어떤가?
 
김화범 : 시행될 예정인 정책이라 지금까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고사작전인 것 같다. MB 때도 영진위 통해서 영화인들 성향을 분류해서 자기들 멋대로 굴었다. 그게 박근혜에 들어서도 고스란히 내려왔고 조금 더 본격화됐다. 영진위는 문광부가 누르니까 해야 하는 입장인거고, 문광부는 청와대의 입장이 있으니까 그렇게 해야 하는 거고. 지금 상황들은 내년 총선과 그 뒤 대선까지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는 사회적 소재를 다룬 작품들을 사전에 봉쇄하려고 하는 전략인 것 같다. 
 
염신규 : 문화예술정책 일반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게 영진위에 국한된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영진위를 포함해서 문화예술위원회라든가, 신흥조직인 예술인복지재단이라든가, 문화부의 여러 가지 에이전시나 지원업무를 하고 있는 조직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게 이번 정부 들어서 이렇게 된 게 아니라 MB 때부터의 연속선상에 있다. 문화예술진흥원이 문화예술위원회로 개편될 당시에 모델로 삼았던 게 영화진흥위원회였다. 민간전문가들이 참여를 통해서 정책을 생산해내고 그걸 통해서 지원하는 형식이었다. 문예위도 그렇고, 영진위도 그렇고, 민간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기반으로 지원 정책을 하는 거다. 문예위나 영진위나 과거 위원회 운영에 있어서 현장 전문가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그 의견을 수용하려는 기본 성격이 있었는데, 지금 사실은 위원회라는 표현을 쓰기가 모호해진 것 같다. 둘 다 최근에 지방 이전을 하면서 지리적 거리감보다 현장과의 거리감이 더 크게 생겼다고 본다. 
 
임창재 : 나는 영진위가 새로운 정책들을 만들면서 전반적으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본다. 여기서부터 문제점들이 발생했다. 정책 수립 이전에 어떻게 해서든 현장의 영화인들과 사전 대화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희박해졌다. 그러면서 영진위와 현장이 따로 놀게 되었다. 그런데 그러면서 현장의 영화인들, 특히 독립영화인들한테 비전과 자생력을 가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이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진흥기구가 존재한다면 지원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점차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 
 
최혁규 : 최근에 국회에서 열린 영화계 독립성과 관련된 토론회에 갔다 왔다. 그런데 영진위에서는 아예 나오지도 않은 상태였고 피해자들이 모인 성토대회 같은 분위기였다. 당일 많은 얘기들이 오고갔었는데, 어느 부분에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힘든 문제인 것 같다.
 
김화범 : 영화계 주요 현안들에 대하여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조직의 정책 철학이랄까 정책 프레임이랄까 이런 게 시장주의적인 것 같다. 가끔 영진위 직원들 만나서 얘기하거나 들어보면, 이건 그분의 사견일 수 있으나, 파라마운트 법안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이다. 규제 법안으로 보는 거다. 그래서 규제는 안 되고, 이런 식의 지원을 통해서 활성화해야 한다는 논리적 귀결이 나름 담당자들에게 퍼져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영진위가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정책적인 개입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쉽지 않다. 영진위의 기존 정책들이 시효가 다 한 것 같은데, 영진위는 아직도 자신의 새로운 역할이나 지위 그리고 실천에 대한 철학이나 고민이 없는 것 같다. 
임창재 / 한국독립영화협회
김화범 / 인디스토리
CJ의 거대한 욕망
 
최혁규 : 영진위는 공공기관으로서 자신의 철학에 대한 고민이 없지만, CJ는 확고한 것 같다. 아마도 <파티51> 개봉과 관련해서 고민이 많으실 것 같다.
 
정용택 : <파티51>은 작년 12월에 개봉을 했다. 12월이면 최대 성수기니까 극장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에 배급사에 물어보니까 작년 상반기에 개봉했던 <블랙딜> 등 사회적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극장 개봉을 했었을 때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아 극장 측에서도 이런 다큐들에게 스크린을 잘 내주려고 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극장을 잡지 못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보통 독립영화 개봉하면 20개 정도 극장을 잡는데 10개 이상 잡기가 쉽지 않았다. 
 
최혁규 :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가?
 
정용택 : 스크린의 문제가 있다. 작년 독립영화 흥행 1위부터 3위까지가 다 CGV아트하우스에서 개봉한 영화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도희야>, 그리고 <한공주>인데, 이 영화들이 어떻게 개봉되었는지 살펴보니 개봉 첫날부터 약 200개 정도에 500~600회 정도 되는 상업영화 규모의 스크린을 잡고 상영을 하더라. 그렇게 극장을 잡고 상영하면 <파티51> 같은 독립영화들은 같은 시기에 개봉을 하게 되도 극장을 잡을 수가 없다. 그리고 예매율 문제도 있다. CGV에서 배급하는 영화들은 사전에 예매창구를 열어주는데 작은 독립영화들은 개봉 하루나 이틀 전에 예매를 열어준다. 어떻게 예매율이 오를 수 있겠는가. 그런 식으로 스크린도 얻지 못하고 예매율도 떨어지니까 당연히 관객이 적게 올 수밖에 없다. 그러다 일주일만에 스크린에서 내려간다. 이런 것들이 작년부터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독립영화 시장을 먹고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CJ가 대기업의 성장동력이 정체된 상황에서 독립영화 생태계를 하나의 틈새시장으로 보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독립영화를 배급하기 시작했다. 
 
염신규 : CJ가 독립영화라든가 독립이나 인디씬 쪽에서 하는 것 자체가 당장은 큰 돈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잠재적으로 여기서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쪽으로 옮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CJ 같은 경우는 영화만 하는 게 아니고 영화 외에 다양한 플랫폼들을 같이 갖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서 자기들의 수익을 올리는 모델을 많이 하고 있을 거다.
 
하장호 : 얼마 전에 들었는데 요즘 CJ가 공연예술 쪽에서 하는 게 뭐냐면, 신진 공연 쓰는 사람들 작품 판권을 다 사들인다고 한다. 그걸 실제로 제작하든 안하든 다 사들이고 내부적으로 사업적 흥행의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해서 그걸 제작해서 올리는 방식으로 한다고 한다. 사실 CJ 입장에서는 작가들한테 판권을 사는 게 CJ가 갖고 있는 자본에서 봤을 때 큰 돈이 아닌 거니까, 그걸 일단 사들이고 자기들이 갖고 있는 상태에서 자본을 들여 제작하는 거다. 
 
염신규 : 재밌는 게 문화부에서 하는 문화 향유 실태조사 보면 영화가 압도적이다. 영화 쏠림이 심한 국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극장에 갈 때마다 향유자의 선택권이 없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서였던 것 같다. 최근에는 IPTV라는 게 결제해야 볼 수 있는 영화와 무료로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비용이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돌아가는 구조인지에 대해 궁금했던 부분이 있다.
 
김화범 : 요즘은 IPTV 관련해서 정확하게 정산한다. 통합전산망이 나오면서 예전의 ‘표 돌리기’ 같은 관행들은 거의 없어졌다고 본다. 거의 99%가 통합전산망에 가입되어 있다. VOD나 IPTV 같은 경우 영진위가 정산 합리화를 위해 카운팅 제도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거의 투명한 상태다. 알기로는 배급사들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를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정용택 : 그리고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후에 CGV 아트하우스에서 영화아카데미에서 만든 영화들을 배급하고 있다. 영화아카데미는 영진위 직영인데, 영진위가 대기업의 독과점을 규제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네가 만든 영화를 대기업에 맡긴 상황이다.
 
김화범 : 똑같은 사례는 아닐 수 있는데, CJ가 영화아카데미영화를 배급한다든지 아니면 영상원 전문사에게 기획료를 주고 그중에서 몇 편을 뽑아서 영화를 만든다든지 한다. 그게 영화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입봉도 되니까 좋은 거다. 이런 게 이제 밀월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를 CJ가 선점해간다. 그러다 보니까 배급사들도 곤란해진다. 배급사들은 대개 1년 라인업을 가져가는데, 두 달에 한 개 정도 잘 되는 영화도 있어야 하고, 사회적 의미가 있어서 개봉시켜야 하는 영화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영화들을 CJ가 선점하게 되는 되니까 배급사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 된다. 
 
하장호 : ‘어차피 뜰 놈은 뜨고 안 뜰 놈은 안 뜬다‘는, 그러니까 ’잘 만들어진 건 어쨌든 성공하는 거고 못 만드는 건 실패하는 거다‘는 식의 인식이 많은 것 같다.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에서 적어도 공정하다는 것의 균형 자체가 시장 중심으로 왜곡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영진위 뿐만 아니라 지원사업들의 대부분도 성공되는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많이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대중들에게는 그게 공정한 것이라고 여겨지는 사회가 된 것 같고.
 
염신규 : 이게 사실 위험한 논리라고 볼 수 있는데, 인디음악도 똑같은 것 같다. 영진위라든가 문화산업쪽 기관들은 전체적으로 인디나 독립 씬을 한류열풍의 지원을 뽑아내는 원소스라고 생각하면서 원소스를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에 대한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임창재 : 이건 비유를 하면 삼성이 장학생 키우는 거랑 논리가 똑같다고 본다. 그런데 그건 자본의 속성이기 때문에 저희 민간에서 어떻게 하기 힘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정책이라든가 영화정책이 이런 현실에서 좀 더 미래를 내다보고 다양한 창작자들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것들을 해야 한다. 영진위가 없으면 영화가 없다는 아니지만 영진위가 존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본다. 
 
최혁규 : 거대 자본이 영화산업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거에 있어서 대응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정용택 :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정권에 맞서 싸우기 쉽다. 다른 사람들한테 설명하기도 쉽다. 하지만 대자본이 독립영화를 장악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상호 전선이 생기기가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나도 거기 가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하기 때문에. 
정용택 / <파티51> 영화 감독
염신규 / 한국문화정책연구소
그리고 이들에 맞서기
 
염신규 : 우선 공공지원기구가 산업적 수월성만 가지고 봐서는 안 된다. 특히 문화예술에 관해서는 더 그렇다. 산업적 수월성 측면은 그 논리가 가감 없이 적용될 수 있는 중소기업청 같은 곳이 있다. 영화나 문화예술에 있어서 산업적 수월성이 한 축에 있다면, 다른 한 축에서는 다원성이나 자율성이나 독립성 같은 성격의 가치들의 보장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작년 7월까지 국회의 스텝으로 있으면서 굉장히 놀랐던 게 문화부의 논리가 산업적 수월성 외에는 없었다는 거다. 돈이 벌릴 수 있는 구조만 만들면 다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건 기업이 해야 하는 역할이고, 정부는 그 역할을 일부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건 이 안에서 산업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에 있어서 균형이 있어야 하는데 그 균형이 무너진 게 심각한 문제인 것 같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최혁규 : 대응할 수 있는 논리 개발은 뭐가 있을까? 그게 제일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변화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새로운 위상 정립을 하고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정책을 펼쳐나가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것 같다. 
 
염신규 : 흔히들 우리는 공공과 정부를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공공과 정부를 다른 걸로 본다. 90년대 한국에서 영화가 폭발한 시기를 보면 당시에 여러 활동들이 있었고 이런 활동들이 있었기 때문에 영화진흥공사가 영화진흥위원회가 되고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본다. 그때에 비해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지만, 영진위가 정부 산하 기구가 아니라 공공적인 영화정책기구라는 걸 재인지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하장호 : 요즘 성북에서 지역 커뮤니티 관한 일을 하고 있는데 그중에 흥미로운 게 ‘미아리고개예술극장’이다. 방치된 구의 기반 시설인데 극장인데 그동안 위탁운영을 하다가 올해부터 성북의 민간 예술가 네트워크에서 극장을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자율운영을 하고 있다. 그걸 하면서 요즘 느끼는 게, 지역 중심으로 그게 되게 작은 규모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지역에 있는 주체들이 직접 움직이면서 작품을 만들어서 보여주고 공감하는 이 과정 자체를 같이 고민하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게 새로운 변화라든가 에너지를 가져온다는 거다. 영화 같은 경우는 워낙에 상업적으로 커져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보면 우리나라에는 마을극장이라고 할 만한 극장이라든가 지역 중심으로 하는 극장들이 거의 없다. 
 
염신규 : 문화예술소비자협동조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창작자협동조합뿐만 아니라 소비자협동조합도 중요하다. 물론 산업적 논리에 의해서 소비되는 것도 있겠지만 다른 시장을 생각해볼 수 있다. 취향공동체가 생기고 취향공동체가 자기가 원하는 작품들을 자기가 가져와서 볼 수 있는 게 일종의 소비자협동조합 모델이라고 생각하는데, 독립영화하든가 인디문화 전반이 이런 시장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일부 그룹들이 있다. 처음에는 일상에 밀착해서 만들지만 어느 단계 이상이 되면 극장 중심의 배급이 아니라 취향을 따라 공동 유통하는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쪽으로도 어느 정도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혁규 : 두 가지가 생각났다. 하나는 ‘모극장’의 활동들이다. 모극장은 아이쿱과 연계에서 풀뿌리공동체상영의 기획을 지원하기도 하고, 공동체상영 플랫폼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다른 건 영진위에서 하고 있는 ‘작은영화관’ 정책이다. 문제가 많다고 듣긴 했는데, 우선 정책방향은 지역에 작은 영화관을 만들고 지역주민들이 참여해서 운영하는 형식이다. 
 
염신규 :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사실 지역공동체 자체가 남아있는 데가 별로 없다. 직장공동체나 취향공동체나 이런 다른 공동체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사실 지역에서 주체 만들기도 쉽지 않고 지역에서 그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쉽지가 않다. 틀 자체를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문화부나 정책 단위들은 아직까지도 구 단위, 동 단위만 생각한다.
 
임창재 : 특히 독립영화는 극장도 중요하지만 극장 이후에 극장 밖의 인프라나 플랫폼도 중요하다. 몇 년 전의 통계를 보니까 IPTV라든가 온라인 쪽에서 수익이 더 많이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지금의 독점적인 극장의 구조에 진입하는 것에 힘을 쏟는 것보다 차라리 극장 밖의 공간들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시도를 해봐야 한다고 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김화범 : 대안적인 고민 방식도 계속적으로 찾아가야하고 중요한 부분들인데 기존의 시스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예를 들어 극장이라는 하드웨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파티51>를 예로 들면, 극장이라면 이 영화를 상영해야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노출되고 그래야 사람들이 영화가 상영된다고 생각을 하면서 인식이 확장된다. 이것이 개선되지 않으면 자발적인 취향의 공동체나 지역 단위의 공동체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기존의 대안적인 방식도 그것이 가능해야 활성화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영화산업 자체나 영화 자체의 건강함을 위해서라도 기존의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한다. 
 
염신규 :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에 있어서의 교육도 필요하다. 영상문화의 속살을 키울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들이 있어야 한다. 그게 어떻게 보면 다양한 영화들이 계속 생존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거다. 이런 식으로 영화 지원정책이 지속되면 영화는 점점 단순해질 거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산업뿐만 아니라 영상문화 자체를 키울 수 있는 토양들이 정책적으로 만들어져야 되는데 그런 프로그램 자체가 부재하다.
 
최혁규 : 그리고 영화문화에 있어서 이 안에서 활동하는 20대 30대의 주체들을 길러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영화 텍스트를 보는 것에 집중되어 있고 비평이나 정책 등에 대한 교육들을 많지 않다. 그리고 실제로 벽도 높은 것 같다. 이런 흐름들이 지금의 상황에도 일정 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하장호 : 예전에는 이런 얘기들을 하는 게 어렵지 않고 자연스러웠는데, 최근에는 다들 너무 바쁘시기도 하고 실제로 이런 얘기들이 오고갈 수 있는 자리들이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다. 대부분의 토론회들도 형식적으로 되어버렸고. 그래서 조금 더 살을 붙이는 작업들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김화범 : 새로운 연구자들이 자기 의견들을 갖고 덤벼들어야 되는 데 그렇지 않다. 예전에 정책을 고민했던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새롭게 하려고 하는 친구들에게 힘을 많이 줘야 된다. 그 친구들 중심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여지들이 있어야 될 것 같다. 
최혁규 / 문화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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