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이명박 정부의 스포츠 정책의 문제와 대안/이병호(창간호)

2012년 9월 9일culturalaction

[특집]창간호

이명박 정부의 스포츠 정책의 문제와 대안

이병호(잠신고등학교)

1. 들어가는 말

장면1. 아침 7시에 서둘러 집을 나선 상원이는 등교시간인 7시 30분에 겨우 맞춰 교실에 들어섰다. 교실 안에는 이미 대부분의 급우들이 등교하여 조용히 자율학습을 하고 있었다. 상원이는 자습분위기에 방해가 되지 않게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상원이는 자습할 유인물을 가방 속에서 꺼내어 펼치고 책상위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오늘 수업시간 일정과 학원 시간 등 하루 일과를 머릿속에서 그려보았다. 오전 내내 주요과목이고, 오후에는 탐구과목이다. 그나마 7교시에 배정된 진로와 직업 과목은 교양과목이라 자습시간으로 운영된다. 수업을 마치면 5시부터 탐구과목 대비를 위한 학원에 가야한다. 7시에 끝나고 집에 오면 서둘러 저녁을 먹고 동네 독서실로 향해야 한다. “오늘은 새벽 2시까지 집중해야 하는데…….” 이제 수능시험이 80일도 채 남지 않아 조금이라도 수능점수를 올리는데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러고 보니 하루 13~14시간을 책상에 앉아서 지낸지 몇 개월째인지 모른다. 잠깐 시간을 내어 운동하고 싶지만 그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에 다시 시선을 책상위로 가져간다.

장면2. 아침 6시, 모닝콜이 울린다. 준태는 눈을 비비면 유니폼을 챙겨 입는다. 6시10분에 시작하는 새벽훈련에 5분전 집합하지 않으면 코치선생님과 선배들에게 꾸중을 들어야 한다. 대충 눈곱을 띠고 새벽훈련 시작한다. 오늘 새벽훈련은 스트레칭과 5km 러닝이라 부담이 조금 적다. 하지만 9시부터 하는 오전훈련은 카누의 노를 젓는 기술동작에 필요한 체력을 기르는 훈련이라 강도가 거의 탈진하기 일보 직전까지 이른다. 점심을 먹고 2시간정도 휴식하면 3시부터 본격적인 배를 타는 시간이다. 오늘은 젖산극복훈련이라 무척 힘들 것이 예상된다. 거의 몸이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젖산이 쌓이는 고통을 극복해야하는 극한의 상황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오후 훈련이 끝나면 저녁식사 후에 8시부터 감독선생님과 전체 미팅이다. 오늘 훈련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에 대한 반성과 개선방향을 점검하는 시간이다. 취침시간은 10시이지만 아마도 미팅시간이 끝나면 초죽음 상태가 될 것 같다. 빨리 눈을 붙이지 않으면 내일 훈련에 몸이 무거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전국체육대회에 대비한 전지 합숙훈련을 온지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너무 힘들어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서너 번 교차하지만, 2개월 앞으로 다가온 금년 전국체전에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한 부모님과의 약속을 생각하면 다시 마음을 고쳐먹어야 한다. 하긴 운동 그만두면 이제까지 고생한 것도 아깝고, 학교에서 밥 먹고 공부만 하는 애들처럼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앞길이 까마득해진다.

장면3. 오후 6시, 직장인 김재현 씨의 퇴근시간이다. 오늘은 모처럼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아이들이랑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배드민턴을 치자고 한다. 그런데 김재현 씨는 배드민턴을 잘 못 친다.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에 잠깐 쳐 본 실력이 전부이다. 그래서 아빠의 배드민턴 실력을 본 아이들은 아빠에게 불평을 늘어놓는다. 아빠는 배드민턴도 잘 못 친다고 말이다. 이윽고 김재현 씨는 배드민턴을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다짐하고 동네 주변에 배드민턴을 배울만한 곳이 있는지 알아본다. 하지만 배드민턴 초보자인 김재현 씨가 쉽게 배울 수 있는 곳을 찾기가 만만치 않았다. 배드민턴 동호회에 가입하려고 하니 대중교통으로 운동 장소까지 이동하는 데만 30~40분이 걸린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배우는 방과후학교에서 배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재현 씨는 그동안 자기 동네 주변에 체육시설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아이들 때문에 가까운 우리 동네에서 쉽게 배울 수 있는 체육시설이 없다는 점에 대해 알게 되었고 아쉬움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사를 갈 때에는 주변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포츠 인프라를 고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 문제의 진단

2-1. 문제의 역사 진단

우리나라의 체육 분야, 혹은 스포츠 분야의 문제점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현실 사례이다. 학생들은 성적 중심의 입시경쟁 체제에 짓눌려 체육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운동부 학생들은 대회성적 중심의 입시경쟁 체제에 짓눌려 학습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수십 년간 지속된 이러한 교육체제는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을 단절시켜 놓았고, 생활체육의 중요성 조금씩 눈을 뜨고 있는 지금까지도 선진화된 체육문화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체육 분야의 불행한 과거사로부터 시작되었다.

학교체육만을 놓고 볼 때, 해방이후의 학교교육에서 오늘날 방과 후 과외활동과 같은 교우회활동이 있었으며, 이는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동아리 활동으로서 오늘날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창의적체험활동의 동아리활동, 또는 학교스포츠클럽과 같은 활동이다. 대한민국 건국이후 이와 같은 학생 자율의 스포츠 활동의 모태가 꽃피고 있었지만, 남북한 분단이데올로기와 병영방식의 체육수업의 운영, 입시교육의 과열 등으로 학생들의 자율적 스포츠 활동의 활성화의 맥은 끊어지고 말았다.1) 특히 박정희 정권에서 1962년 「국민체육 진흥법」을 제정한 이후 국가주도의 체육정책의 중심이 엘리트체육으로 관철되면서 학생 자율의 스포츠 활동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정부주도의 엘리트체육 정책이 탄력을 받으면서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단절이 깊어져 갔다. 서울올림픽 이후 제6공화국이 들어선 1990년대부터 생활체육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높아지고 예산 지원 및 정책적 비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생활체육의 진흥을 위한 정책 방향은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그리고 참여정부에 이르기 까지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간다. 그러나 아시아경기대회나 올림픽대회, 월드컵 등 국제경기가 개최될 즈음에는 과거 제5공화국의 양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엘리트체육의 국위선양과 정권의 치적을 연계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제5공화국을 통해 공고화된 엘리트체육의 기본구조는 근본적인 변화 없이 최근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엘리트체육 시스템의 한 축인 학교운동부의 육성 관리 체제의 변화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제3공화국에서 출발하여 제5공화국의 일명 ‘스포츠공화국’을 방불케 하는 국가주도의 엘리트체육 양성 시스템은 아직까지 크게 변화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체육 분야를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의 정책내용과 예산 배정 상황, 그리고 운동선수를 수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운동부의 이상한 현실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볼 수 있다.

 

2-2. 문제를 보는 관점

체육 분야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학교체육과 생활체육, 그리고 엘리트체육 세 분야의 본래성이 발현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체육의 각 분야가 본래성을 발현하면서 서로 긴밀한 연계성을 가져야 한다. 체육 분야의 구조가 이러한 두 가지의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것은 모든 학생들이 학교체육 활동을 통해 다양한 체육활동에 일상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모든 국민들이 생활체육 활동에 즐겁게 참여하여 건강한 삶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운동에 특별한 소질과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드러나게 되어 보다 전문적인 체육의 분야로 진출하게 되어 엘리트체육은 꽃피우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학교의 체육활동이나, 지역사회의 스포츠클럽 등은 대다수의 학생들과 국민들이 생활체육을 누릴 수 있는 방법과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학교체육 활동이나 지역사회의 체육활동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되면 이들의 소질을 계발하기 위해 이른바 엘리트체육 분야에 진입하는 길을 열어주고, 장차 전문적인 운동선수로서의 길을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체육 분야는 연계성을 갖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체육, 생활체육, 엘리트체육의 세 분야의 본래 기능 역시 온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제도상의 문제로서 체육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기구가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협의회(이하 국체협)로 분리되어 있는 문제이다. 둘째, 제도상의 문제를 포함하여 과거 정권들의 엘리트체육 위주의 체육 정책이 지속되어 온 결과이다. 오늘날까지 체육 행정을 제도적으로 관장하는 기구가 양분되어 온 것은 과거의 엘리트체육 일변도의 체육 정책으로부터 기인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제3공화국부터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체육정책이 국민 대다수를 위한 생활체육의 기반보다 단기간의 국위선양 및 대외 홍보에 필요한 성과와 업적을 내기 위한 엘리트체육에 집중하였고, 제5공화국 시절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과 같은 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단의 활약상을 보고 즐기는 것이 체육이라는 국민들의 체육 분야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엘리트체육의 자원을 학교체육에서 직접 수급하는 기형적 학교운동부 시스템이 수십년동안 지속되면서 운동만 하는 학생선수들이 배출되어 왔다.2) 공부와 운동이 병행되지 않는 학교운동부 시스템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단절을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교육시켜 왔으며, 최근에는 이러한 스포츠내셔널리즘 정책의 부정적 결과들을 미디어 자본들이 가중시키고 있다.

3. 현 정부 체육정책 비판

3-1. 문화체육관광부 정책

우선 2012년도 문광부의 체육 분야 주요 정책을 살펴보자. 아래 내용들은 문화부의 2012년도 업무계획에 담겨있는 주요 정책 내용들이다.

주요 정책 세부 내용
소외계층 지원 

-스포츠 바우처

-소외계층 아동 대상 체육활동 지원

-장애인 체육 지원

생활체육 인프라 

4대강 보 중심 자전거 길 및 주변 관광 명소, 지자체 축제(장터) 등과 연계

-강변 레저스포츠 활성화 인프라 조성 및 인력 확충

-강변레포츠 서포터즈 운영

-국민체력인증제

-공공체육시설 인프라 지속 확충

-공공 스포츠클럽 확충 및 체육 지도자 양성 배치

체육교육 

-스포츠강사 배치

-방과 후, 주말 방학 활용 체육활동 지원

 -태권도 문화·관광 자원화 
-스포츠인권 향상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방지 등 공정성 제고 
-스포츠산업 경쟁력 제고 
-국제행사 계기 국가 이미지 제고 

문화부의 업무계획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전문체육, 즉 엘리트체육에 대한 육성방안이 보이지 않는 점이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뿐, 소외계층 지원, 생활체육 인프라, 체육교육 관련 정책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문체육과 관련된 내용이다. 즉 태권도 문화·관광 자원화, 스포츠인권 향상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방지 등 공정성 제고, 스포츠산업 경쟁력 제고, 국제행사 계기 국가 이미지 제고는 실질적으로 전문체육에 관련된 내용들이다. 단지 주요 정책에 전문체육의 육성과 관련된 정책 내용이 직접 담아지고 있는 않은 것은 문화부의 역할의 대부분이 예산 지원에 머물러 있으며, 실질적으로 전문체육의 육성을 위한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대한체육회에서 이루어진다. 생활체육 인프라 관련 정책에 있어서도 직접 생활체육 육성을 직접 관장하고 있는 국체협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방식으로 간접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을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기구가 분리된 상태로 체육 정책이 지속되는 상황은 체육 분야의 단절 문제를 지속시키고 있다. 즉 엘리트체육을 관장하는 대한체육회와 전국 각지의 산하 협의회와 각종 생활체육 관련 동호회 등을 대상으로 생활체육의 진흥을 관장하는 국체협이 따로 떨어져 각자의 사업을 펼쳐나감으로써 국민들의 삶에서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은 마치 별개의 분야인 것처럼 분리되게 된 것이다. 그 결과로 인해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스포츠뉴스를 장식하는 엘리트스포츠 스타들의 소식과 자신이 일상적으로 참여하는 생활체육 활동들이 무관한 것처럼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전국 각지의 동호인 클럽이나 스포츠클럽에서 스포츠영재가 발굴되어 전문적인 운동선수가 되는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두 기관이 각자의 정책을 펼쳐 감으로써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 자체가 별개의 분야인 것처럼 되어, 결과적으로 운동선수의 양성이 별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게 되어 버린 것이다.3)

한편 문화부의 체육정책은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나 행사 중심의 내용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대표적인 내용이 바로 ‘런던올림픽 성과 극대화’, ‘평창동계올림픽’, ‘인천아시안게임’, ‘광주U대회’ 등의 국제대회 유치 및 홍보와 관련된 내용이나, ‘태권도 세계화’, ‘태권도 공원 건립’등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이렇게 ‘보여주기 위한’행사나 이벤트는 주로 전문체육 분야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실제로 문화부 체육예산의 분야별 비중을 살펴보면, 전체 총액 8,634억원 가운데 생활체육 육성에 약 25%(2,240억원), 전문체육 육성에 약 17%(1,510억원), 스포츠산업 육성 및 국제교류에 약 41%(3,560억원), 장애체육 육성에 약 5%(439억원), 기타 기금 운영비와 여유자금운용 등에 할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분야별 세부항목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질 여지가 충분하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스포츠산업 육성 및 국제교류 관련 예산의 세부항목의 대부분이 육상진흥센터 지원, 광주하계 U대회 지원 및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지원 등 국제대회 지원, 태권도 세계화 지원 등 전문체육 육성과 직결되어 있는 사업들이다. 즉 스포츠산업육성 및 국제교류 관련 예산의 실질적 내용은 전문체육 육성 사업들과 직결되는 사업들이다. 그나마 기금조성사업 시설건립 항목에 생활체육인프라 조성이 160억원 정도 배정되어 있는 것이 생활체육 육성과 관련된 내용의 전부이다. 따라서 예산이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분야를 기준으로 볼 때, 전문체육 분야에 사용되는 예산의 비중은 전체 체육분야 예산가운데 60%를 상회한다. 이는 생활체육 분야의 25%보다 두 배가 훨씬 넘는 수치로서 아직까지 정부의 체육 정책의 중심에는 엘리트체육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2. 교육과학기술부 정책

교육과학기술부의 2012년 학교체육 분야 주요 정책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주요 정책 주요 내용
체육수업 -중학교 체육수업시수 확대
과외체육활동

-스포츠강사 지원(초등, 특수)

-토요 스포츠강사 확대 배치

-우수 학교스포츠클럽 지원(중)

-중학교 교육지원청 학교스포츠클럽 리그 운영

-전국학교스포츠클럽 대회 종목 확대

기타

-스포츠 스타 1,000명 명예체육교사 위촉

-학교체육 활성화 창의경영학교 50개교로 확대

학교운동부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제
-공부하는 학생선수 지원 시범사업 추진
-학기중 상시 합숙훈련 근절 노력
-전국단위 경기대회 참가 제한
-학교 축구/야구 주말리그 전환
정규수업 이수 의무화 및 학력증진 방안 강구
-체육특기생의 진학 및 전출입 제도 개선

시설 및 환경 개선 -「학교체육 진흥법」의 하위 법령 제정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
-개방형 학교 다목적 체육관 건립

 

교과부는 주요 정책 내용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최근 10여년간 일반학생들의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한 많은 정책적 과제를 추진해 왔다. 그 가운데 가장 괄목할 만한 것은 학교스포츠클럽을 활성화와 학교체육 시설 및 환경 개선 사업, 학교체육 진흥법의 제정 등으로 보인다.

교과부 조사에 의하면 학교스포츠클럽에 등록된 학생이 2007년 8.1%에서 2011년 45%로 괄목할 만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 수치대로라면 일반학생들의 체육활동 참여율이 절반에 육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통계수치만을 보고 학교현장의 현실을 판단하기에는 상황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학교스포츠클럽 등록율은 2011년까지 통계치에서 거품이 끼어있을 여지가 많았다. 교육청(혹은 교과부)에서는 일선 학교에 학교스포츠클럽 등록을 순수하게 과외활동으로 이루어지는 활동뿐만 아니라, 특별활동의 계발활동, 또는 창의적체험활동의 동아리활동에서 체육이나 스포츠와 관련된 반의 경우에도 등록하도록 하였으며, 체육 관련 방과후학교 강좌를 수강하는 학생들의 경우 올해까지 통계에 포함시키도록 지침을 내렸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25.7%라는 수치의 절반 이상은 이러한 거품이 반영된 결과이며, 순수하게 과외활동으로서의 학교스포츠클럽을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학생들의 등록률은 교과부에서 올해 목표를 잡고 있는 50%를 훨씬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정책의 결과에 대한 평가가 대부분 통계치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측면에서 볼 때 학생체육활동의 활성화를 실질적으로 가져오기 위한 측면에서 정확한 통계를 파악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편 학교스포츠클럽은 ‘대한체육회 가맹경기단체에 선수등록이 되지 않은 일반학생’만이 등록할 수 있으며, 학교운동부에 소속된 학생들은 등록이 불가하다. 즉 교과부는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스포츠클럽 활동과 학교운동부 활동을 제도적으로 분리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체육내에서 학교스포츠클럽활동과 학교운동부 활동을 엄밀히 분리하는 교과부의 이와 같은 정책방향은 논의의 여지가 있다. 즉 학생이 원할 경우 학교스포츠클럽이나 학교운동부 모두에 가입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단순한 수준의 논의가 아니라, 현재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으로 단절된 우리나라 체육분야를 통합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거시적 과제와 직결된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발제자는 과거의 엘리트체육 일변도로 점철된 체육정책의 결과가 현재의 학교교육과 단절된 학교안의 엘리트체육의 기관인 학교운동부를 만들었고, 일반학생들의 체육활동과는 전혀 별개의 장소로 기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통합이라는 체육분야의 대통합이 요원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대통합을 위해서는 학교에서의 일반학생의 체육활동과 학교운동부의 활동을 통합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믿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체육분야의 왜곡된 현실이 바로 학교체육의 현장에서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반영되어 있고, 이렇게 왜곡된 현실 구조가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교육되는 과정에서 정당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체육 시설 및 환경 개선 사업은 학교운동장의 현대화와, 다목적 체육관 건립, 야간조명등 설치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학교운동장 현대화 사업의 경우 그동안 성과를 보면 2011년을 기준으로 ‘초·중·고 11,491개교 중 2,083개교(18.1%)에 운동장 등’을 새로 조성하였는데, 인조 1,479개교(12.9%), 천연 547개교(4.7%), 흙 57개교(0.5%) 등이다. 다목적 체육관은 전용 체육관과 강담 겸용 체육관을 합쳐서 6,887개교, 야간조명등의 경우 3,621개교에 설치되었다. 학교체육 시설과 환경의 개선은 체육활동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이지만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 어려운 문제였다. 걱정스러운 것은 2011년까지 교과부, 문화부, 교육청, 지자체에서 복합적으로 지원하였으나, 올해부터 정작 해당 부처인 교과부의 지원이 종료됨에 따라 학교체육 시설 및 환경의 개선 사업의 차질이 예상된다.

「학교체육 진흥법」은 지난해 12월30일 제정됨에 따라 현재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과 교육과학기술부령의 제정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학교체육이 단순히 일개 교과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체육수업부터 과외자율체육활동을 포함하는 학교에서의 다양한 체육활동의 총화라는 측면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근거법령의 세부내용이 조만간 마련될 것이다. 이 법의 제정 이후 학교 현장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입시경쟁 체제로 인한 학교체육활동의 위축된 현실이 상당히 개선되리라는 점이다. 「학교체육 진흥법」의 내용에는 ‘학교체육 진흥’, ‘학교체육 시설 설치’, ‘학생건강 체력평가’, ‘건강체력교실 운영’, ‘학교스포츠클럽 운영’, ‘학교운동부 운영’, ‘학교운동부지도자’, ‘스포츠강사 배치’, ‘유아 및 장애학생 체육활동 지원’, ‘학교체육진흥위원회’ 등 학교체육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이 가운데 학교운동부와 학교스포츠클럽을 별개의 분야로 법령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실을 지속시킬 수 있 부분이다. 즉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대통합이라는 관점에서 양자가 법률로 구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법령이 시행을 통해 학교운동부와 학교스포츠클럽의 통합은 상당기간이 소요되거나, 요원한 과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한편 2012년에 교과부에서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해 배정하고 있는 사업예산은 총915억원 정도이다. 이외에도 교과부에서 추진중인 학교체육 활성화 관련 사업의 많은 예산들이 교과부를 비롯한 문화부, 교육청, 지자체 등에서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가운데 교과부에 순수하게 예산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을 살펴보면 토요 스포츠강사 지원(49억원), 학교스포츠클럽 육성(176.9억원), 중학교 스포츠클럽 운영비 지원(142억원), 장애학생건강체력평가제 도입(3.6억원), 체육수업 보완지도자료 개발보급(3.6억원), 학교체육연구논문발표대회 개최(1.6억원), 학교체육 활성화(창의경영학교) 지원(23억원), 건강증진모델학교(창의경영학교) 지원(33.5억원), 공부하는 학생선수 지원 시범사업(4.8억원) 등이다.

공부하는 학생선수 지원 시범사업을 제외하고는 일반학생들의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한 예산 배정이다. 이처럼 교과부에서 지원하는 대부분의 사업의 비중을 일반학생들을 위한 사업에 배정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교과부에서는 학교운동부 활동에 대해 수익자부담을 원칙으로 관리 지도 및 지침 등에 관한 문서 등을 하달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예산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의 예산 배정은 학교운동부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문화부의 경우에도 상당부분을 학교운동부에 지원하고 있다. 양 기관에서 학교운동부 운영(주로 훈련비)에 지원하는 예산은 일반학생에 대한 체육활동 지원 예산에 비쳐 차별 요소로 비칠 수 있다. 여하튼 이외에 학교운동부는 학교 자체적으로 학교장의 관심도에 따라 예산 규모가 다양하게 지원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학교자체 지원과 교육청 및 문화부 등에서 학교운동부에 지원되는 예산 규모는 학교운동부 운영에 소요되는 예산 규모를 충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학부모가 학교운동부지도자의 인건비, 대회출전비, 전지훈련비 등의 부족분을 발전기금으로 기탁하는 형식으로 조달하고 있다.

4. 대안 제시

4-1. 체육정책 철학의 전환

앞서 살펴본 정부의 체육 분야 정책은 기본적으로 이전 정부에서 추진해왔던 내용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체육정책의 출발이 엘리트체육으로부터 시작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체육정책의 특수성은 제3공화국에서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으로 변화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체육정책의 중심에는 여전히 엘리트체육이 자리하고 있으며, 생활체육의 경우 보편적 체육복지의 차원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겨우 체육정책의 한 축만을 차지하고 있다.

발제자는 체육정책의 중심이 대다수의 국민의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국민의 입장에서 체육정책이 입안된다는 것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실제로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국민들이 마치 집 앞의 놀이터를 이용하듯이 가까운 곳에 체육시설을 이용하여 체육활동을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큰마음 먹어야 할 수 있거나, 특별하게 계획해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일상생활에 한 부분인 것처럼 참여할 수 있는 체육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국가의 체육정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체육의 역사에서 엘리트체육이 소수의 선수들을 집중 육성하여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국격 제고에 기여했다는 부분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이면에는 대다수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 문화의 토양을 소홀히 해온 과오가 존재한다. 그 결과로 기형적인 단절형 체육구조가 파생되었으며, 제3공화국이나 제5공화국 시절에 추진되어온 엘리트체육 중심의 체육정책의 기조가 근본적인 변화 없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생활체육 활성화에 두 배에 이르는 엘리트체육 관련 예산 배정이 이를 입증해주는 근거이며, 위의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나 행사 중심의 체육 정책에 많은 예산을 쏟아붇고 있는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 이제는 ‘보여주기 위한’ 체육정책보다 모든 국민들이 체육활동을 ‘하게하기 위한’ 체육정책에 무게중심을 실어야 할 때이다. 소수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다수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논리, 소수의 기상천외한 곡예가 국가 경쟁력의 밑거름이 된다는 논리가 더 이상 국민들의 보편적 체육활동의 권리를 유보시키지 않아야 한다.

4-2. 입시 해방을 위한 체육문화의 혁명

모든 국민들의 체육활동을 최우선시하는 생활체육의 활성화가 체육정책의 기본철학으로 자리하게 된다면, 학교체육에서의 일반학생들에 대한 체육활동의 권리침해 현장은 내버려둘 수 없는 현실이 된다. 우리나라 학생이라면 누구나 비켜갈 수 없는 입시라는 깊은 수렁은 입시와 관련이 적은 분야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허락하지 않는다. 특히 입시를 앞둔 학생에게 체육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결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나마 「학교체육 진흥법」이 제정되었고, 관계법령이 정비되면 일반학생들의 체육활동이 좀 더 활성화될 전망이지만, 입시는 여전히 학생들이 마음 놓고 체육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 이유는 입시의 본질이 한 개인의 인생을 좌우하는 현실적 학벌경쟁의 문제인 반면, 체육활동은 차후에라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활동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체육수업이 줄어들거나 체육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 일이 벌어지진 않는다. 그렇지만 입시 준비는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갈 수 있는 대학의 지역은 물론 학과가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 입시를 앞둔 – 특히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 학생들에게 입시는 현실 그 자체이다. 체육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 상대적인 해방구로서의 역할을 하면서도, 교육적인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활동이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입시에 짓눌려있는 학생들에게 입시가 인생에 전부가 아니며, 이후에도 얼마든지 인생의 향방을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서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다양한 체육활동의 참여를 통해 젊음의 열기를 발산하고, 나만이 아닌 친구를 알고, 사회를 알게 하고, 나아가 인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체육활동을 통해 인간 문화를 한걸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곧 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통해 체육문화에 들어서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육문화가 곧 인간문화의 한 양태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강고한 입시경쟁 구조를 허무는 한 가지 방향은 학생들이 체육문화를 향유하는 권리 보장의 운동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

5. 나오는 말

스포츠의 본질은 몸의 활동에 있다. 생각은 몸의 활동을 통해, 몸은 생각의 활동을 통해 인간성을 고양시키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래적 의미의 스포츠는 몸의 활동을 통해서 실현되며, 인간성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이다. 우리나라의 스포츠 분야는 이러한 측면에서 인간성의 실현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인간성의 실현이란 국민들의 일상적 삶과 맞닿아 있는 곳에 있다. 체육 분야는 바로 인간으로서의 국민 개개인의 인간적 삶을 실현하고 고양시키는 현실적 토대인 것이다.

과거 엘리트체육으로 일관한 체육 정책으로 우리 국민들은 생활 속에서 실제로 체험하는 체육 활동에 앞서, 보고 즐기는 대리만족의 스포츠에 익숙해져 왔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세계무대에서 유수한 선진국들의 선수들을 물리치고 감격적인 승리의 장면을 바라본다는 것은 매우 격정적인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스포츠 스타의 승리에 대한 격정과 감동은 같은 민족으로서 느끼게 되는 자긍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을 넘어 고달픈 현실의 삶을 잠시 잊게 해주는 윤활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스포츠를 ‘보여주기 위한’활동으로 체육 정책을 몰아가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최근의 런던올림픽 기간중에 보여주었던 각종 방송매체들의 ‘올림픽 올인’ 사태는 외국에서도 전혀 사례를 찾기 힘든 스포츠를 이용한 상업주의의 극치를 보여준 실례이다. 이처럼 스포츠 상업주의가 크게 번성하게 된 데에는 국민들의 호응이 있기 때문이며, 국민들의 호응은 바로 스포츠 중계 등을 ‘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체육 정책으로 인해 ‘보는’ 스포츠에 익숙해져 있는 국민들의 성향은 스포츠를 볼거리 상품으로 가공하는 고도의 스포츠 상업주의에 의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영웅의 활약상에 기뻐하며, 감동하는 것이 스포츠의 본질은 아니다.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 다큐멘터리, 심지어 스포츠를 주제로 한 만화 등 온갖 매체를 통해서도 기쁨의 감정과 감동을 물결을 맛볼 수 있다. 이때의 감동이나 기쁨 등의 감성적 계기들은 스포츠의 결과적 요소들일 뿐이다. 물론 일상의 스트레스와 해묵은 고민거리들을 스포츠이벤트라는 계기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적어도 보고 있는 시간만큼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면 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본래적인 스포츠 활동이라 말하기 어렵다. 스포츠는 결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수단이나 그저 즐거운 시간의 볼거리 수단으로 말해질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분명 ‘보는’ 스포츠도 스포츠의 영역에 포섭되어 있으며, 외국에서도 ‘보는’ 스포츠는 없어서는 안 될 스포츠문화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 있어서는 적어도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 이상으로 스포츠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스포츠문화가 일찍이 발달되어 있었다. 그렇게 스포츠 활동에 직접 참여하여 ‘몸의 활동’을 통해 체험하는 스포츠문화의 바탕이 겹겹이 쌓여 스포츠 활동 자체가 곧 생활 자체로 직결되는 터전이 이루어진 연후에 ‘보는’ 스포츠가 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포츠 선진국들의 ‘보는’ 스포츠는 직업스포츠와 상업스포츠가 등장하기 시작한 20세기 초중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스포츠 활동의 한 가지로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실제로 스포츠 활동에 직접 참여하여 몸의 활동을 주체적으로 행하는 것은 스포츠의 핵심이자 건강한 체육문화를 위해 가장 앞서서 수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스포츠를 ‘보는’ 것, 즉 볼거리 상품의 하나로서 바라보게 되는 사회적 인식은 다시 학교체육의 왜곡된 현실을 재생산한다. 학교체육을 통해 스포츠를 볼거리로 생각하는 인식은 다시금 학생들에게 교육되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선순환적 악순환이다. 사회 영역에서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영역이 따로 있듯이 엘리트체육에 종사할 운동선수들을 따로 길러내는 것이 학교운동부의 소임이라는 생각, 즉 대다수 일반학생들을 위한 학교체육과는 별개로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일반화된다. 나아가 소수의 학교운동부와 대다수의 일반 학생들을 위한 체육수업이나 학교스포츠클럽이 별개로 운영되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오해이다. 체육수업과 학교스포츠클럽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하는’ 스포츠를 참여하는 과정은 인간성의 실현을 위해 필수적으로 교육되어야 할 보편 교육이다. 그런 점에서 보편 교육을 지향하는 학교교육, 그리고 학교체육은 다른 어떤 영역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나아가 학교운동부 역시 모든 학생들에게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직접 ‘하는’ 스포츠로서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학교체육의 한 영역이어야 한다.

그리하여 향후의 스포츠 정책의 최대 과제는 체육 분야의 대통합을 위한 정책으로 모아져야 하며, 체육 행정 기구의 제도적 대통합과 학교체육의 교육적 통합으로 나아가는 구체적 내용들이 중심논의가 되어야 한다. 특히 학교체육의 ‘일반학생의 체육활동과 운동부 학생들의 체육활동의 교육적 일원화’는 체육 분야의 선순환적 단절 구조를 끊어내는 핵심 과제로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제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고, 활동하는 ‘하는’스포츠를 위한 논의와 실질적인 정책의 반영과정이 이어진다면, ‘보여주기 위한’, 또는 ‘보는’스포츠에 익숙한 우리의 스포츠문화가 ‘활동’속에 깃들인 스포츠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

1) 해방 이후 민주 국가의 수립 발전이 한국 사회가 이루어 가야 할 목표로 자리하면서 교육의 이념 역시 민주교육의 사상이 부각되었다. 그것은 일본적인 것을 배격하고 구교육의 한계를 벗어나 ‘새교육’의 이념을 통해 새로운 국가 건설의 이념인 민주주의 원리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새교육’ 운동이 프래그머티즘(pragmatism)에 사상적 기반을 주로 두고 있었던 것처럼 체육 분야에서는 미국에서 19세기 후반부터 유행했던 진보주의 교육에 기반을 둔 ‘신체육’으로 전개되었다. ‘신체육’은 소위 ‘신체의 교육’에서 벗어나 ‘신체를 통한 교육’의 측면을 강조하는 미국의 학자들에 의해서 제기된 운동으로서 단지 신체의 단련만이 아니라, 신체의 단련은 물론 지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조화된 교육으로서 체육의 교육적 측면에 큰 의미를 부여하였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 전개된 ‘신체육’은 일제강점기의 군국주의적 잔재를 없애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자 하였다. 즉 명령과 복종의 관계로 일관된 일제강점기의 구체육을 배척하고 아동의 자발적인 활동을 위해 개성과 자율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원칙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전까지의 상황은 이에 역행하고 있었다. 학교체육 정책을 실질적으로 추진했던 문교부의 정책은 학도호국단의 조직, 학생군사 훈련의 실시 등 학교의 ‘군사적 병영화’였다. 이는 당시 팽배한 냉전이데올로기와 북한과의 대립 등 시대 상황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일제강점 말기의 군국주의적 교육의 청산을 위한 당시의 교육사상적 변혁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었으며, 학교교육은 물론 체육이 일제 강점기의 잔재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일제강점 말기 학교체육이 군사력 증강을 위한 체력향상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군사적 학교체육’으로 역행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시 체육교사의 ‘배속 장교화’와 전제적 교수방법, 학교체련 용어의 군대호령 기준의 통일 등은 이를 입증하는 근거라 할 수 있다. 한국전쟁 이후에도 전쟁의 충격으로 인한 국방의 중요성을 학교교육의 체육에서 찾는 흐름은 지속되었다. 즉 체육이 국방교육의 수단적 가치로서 존립하는 흐름이 지속된 것이다. 1951년 고등학교 남학생에 대한 학생군사훈련 실시령이 제정공포된 것은 대표적 사례이다. 이러한 상황은 1962년 국민체육진흥법 제정되기 전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 학교운동부지도자의 바람을 통해 현재 학교운동부가 처해 있는 현실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할 수 있는 글이 있어 소개해본다. “만일 저의 바람처럼 운동부 학생들이 운동은 물론 공부도 열심히 하여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의 동력이 된다면 체육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많이 바뀌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운동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 또한 많이 개선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진정 바라는 것은 그러한 과정에서 비로소 우리나라의 숨은 엘리트체육의 천재들이 학교운동부에 진입하게 되리라는 믿음입니다. 저는 체육 교사로서 그 동안 공부를 잘 하면서도 운동을 잘 하는 학생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들이 운동을 한다면 좋은 재목이지만 운동부에 진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운동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운동부 생활을 해본 경험자로서, 그리고 지도자로서 운동부가 모든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탁월한 학생을 자연스럽게 발굴하고, 운동기능이 떨어지는 학생이라도 운동을 즐기는 과정에서 체육을 사랑하는 일반인으로 성장하며, 결과적으로 체육인으로 자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기르는 모든 학생들은 체육인임과 동시에 일반인이며, 일반인임과 동시에 체육인이 되는 것이죠. 국민 모두가 체육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을 학교운동부를 통해서, 우리 체육교사를 통해서 할 수 있기를……. 이것이 제가 학교운동부 감독으로서 길러내고 싶은 학생선수의 모습에 대한 저의 바람입니다.” 이병호, 「학교운동부 감독교사의 고민」, http://blog.daum.net/mlponty/10447743.

3) 이와 같이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전혀 별개의 분야로 운영되는 데에는 정부 기관 또한 크게 일조하고 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의 체육국에서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에 대한 여러 가지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국체협은 매년 문화부의 예산지원을 통해 거의 실질적인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양 기구가 민간기구이기는 하지만 실질적 운영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정부의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 문화부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을 위해 우선적으로 일해야 하는 정부부처가 국민들의 체육 복지를 위한 체육 기구의 통합에 대해 미온 대처하고 있는 사이 체육 분야의 골이 더욱 깊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학교체육에 대한 정부의 관리 지원과 관련해서도 아주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체육수업과 관련된 체육교육과정과 이외의 학교스포츠클럽, 학교운동부 관리 및 과외자율체육활동 등 일체의 학교체육 담당 업무를 교과부에서 맡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학교운동부의 지원과 관련된 업무는 문화관광부의 생활체육팀에서 맡고 있다. 다시 말해 학교운동부의 관리는 교과부에서, 예산 등의 지원은 문광부에 맡고 있다. 학교운동부라는 하나의 단위에 이처럼 양대 정부 부처가 관리와 예산을 따로 맡고 있으니 효율적으로 운영되기는 지극히 어렵다. 특히 교과부는 학교운동부를 교육적으로 관리 감독해야할 업무를 책임지고 있으면서도 실질적인 예산권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매년 시도교육청을 통해 각 학교로 시달되는 「학교체육 기본방향」의 학교운동부의 운영 관리에 관한 내용이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가령 상시 합숙을 금지하는 내용이나, 정규 수업을 반드시 마친 후에 훈련을 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일선 학교운동부에서 지켜진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것이다.

<참고문헌>

김달우, 「해방이후 학교체육의 재편 및 정착과정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1992.

김동현, 「변화하고 있는 학교운동부, 그리고 그 뒤에 가려진 대학의 그늘진 모습」, 스포츠과학, 2011.

김정효, 스포츠 민족주의의 근대적 기원에 대한 고찰, 한국체육학회지 제49권 제5호, 2010.

곽형기, 근대 초기 학교체육의 성립에 관한 연구, 한국 체육 학회지 제33권 제1호, 1894.

류태호, 학원스포츠의 과제와 전망, 한국스포츠교육학회지 제12권 제2호, 2005.

손석정, 신현규, 국민체육진흥법의 제정과 변천과정 고찰, 스포츠와 법제11권 제4호, 2008.

이동연 외, 「스포츠와 문화연구」, 문화연대 체육문화위원회 2010 여름강좌, 2010.

이병호, 「엘리트체육의 빛과 그늘」, 『학교를 버리고 시장을 떠나라』, 학벌없는사회, 메이데이, 2010.

이종원, 제3공화국의 체육정책 및 체육의 전개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1997.

이종원, 제5공화국의 스포츠정책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02.

이학래, 한국체육백년사, 서울:한국학술정보, 2000.

이혜영․윤종혁․류방란, 한국 근대 학교교육 100년사 연구(Ⅱ), 한국교육개발원, 1997.

허현미 외, 학교스포츠클럽 운영의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 교육인적자원부, 2007.

황복순, 운동부원의 문제점과 개선점에 관한 조사연구, 명지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1980.

<!–[if !supportEmptyParas]–> <!–[endif]–>

교육과학기술부․문화체육관광부, 「선진형 학교운동부 운영시스템 구축계획」, 2010.

교육과학기술부, 「2012년도 학교체육 주요업무 계획(안)」, 2012.

문화체육관광부, 「2012년 주요업무계획」, 2012.

서울시교육청, 「2011학교체육컨설팅장학메뉴얼」, 2011.

안민석 외, 「학원체육정상화를 위한 촉구 결의안(전문)」, 2007.

한국체육학회, 「학교체육진흥법 시행령 제정에 관한 공청회」, 2012.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Prev Post Next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