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zen]2013 서울독립영화제 “WHY NOT?” 관객심사단 후기(31호)

2014년 1월 9일culturalaction
[Artizen] 31호
2013 서울독립영화제 “WHY NOT?” 관객심사단 후기
최혁규 / 문화연대 활동가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6일까지 제 39회 서울독립영화제가 열렸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는 서울독립영화제의 사전제작 프로젝트 인디트라이앵글의 세 번째 옴니버스 영화 <서울연애>을 개막으로 총 9일간의 긴 여정을 거쳐 대상 수상작인 김이창 감독의 <수련>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영화제는 극장수가 기존 3개관에서 4개관으로 확장되었고 상영작 수도 117편으로 늘어 그 규모가 커졌고, 그런 만큼 영화제 관객 수도 대략 8,000명으로 전년 대비 30%로 늘어났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매해 서울독립영화제에 관심을 가지고 한두 편씩 관람하곤 했었지만 올해는 딱 보기에도 예년에 비해 관객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이렇게 독립영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와 참여가 이루어지게 된 것에는 끊임없이 독립영화 활성화에 고민했던 영화제 측의 기여가 크다.
올해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서울독립영화제를 만났다. 관객심사단으로 영화제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심사단의 역할은 아홉 섹션으로 나눠진 총 45편의 단편경쟁작을 보고 심사해서 4, 5편의 작품을 깜짝상영작으로 선정하는 것이다. 기존에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벌 등 거의 대표적인 영화제에 매년 영화를 보러 가곤 했었지만 관객심사로 영화제에 가게 된 건 처음이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제를 기다렸다. 또한 영화제에 리뷰어로 참여한 적인 있지만, 상영 전 선택된 몇 편의 영화를 보고 리뷰를 작성하는 것과 여러 영화를 보고 심사를 통해 몇 편의 영화들을 선별하는 것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나름 긴장도 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번 관객심사단을 하며 사전에 프리뷰를 작성하고, 하루에 최소 한 섹션의 영화를 관람하고 못 보는 영화들은 스크리너로 챙겨보고, 또 의문이 생기는 영화들은 재차 다시 보며 이번에 상영되는 단편작들을 심사했다. 영화에도 권리가 있다면 극장에서(혹은 극장이 아닌 곳에서도)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권리일 텐데, 그런 만큼 많은 영화 중 다수의 영화를 제외시키고 몇 편의 영화만을 선별했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총 4명의 관객심사단은 관객으로서 심사를 하는 것이었지만 단순히 취향을 기반으로 한 선택이 아닌 나름의 원칙과 기준을 세워 영화를 선별했다. 우리가 치열한 논쟁과 토론을 통해 선정한 영화는 이원우 감독의 <막>, 김래원 감독의 <꽃피는 철길>, 강지원 감독의 <허창열씨 오구굿>, 김석원 감독의 <별주부>, 전효정 감독의 <집으로>, 신이수 & 최아름 감독의 <이름들>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영화의 심사와 선정뿐만 아니라 선별된 총 다섯 편의 영화들을 상영하는 순서까지도 고심해서 결정했다.(개인적으로 이원우 감독의 <막>과 변재규 감독의 <사진측량>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영화를 최종 선별함에 있어서 이원우 감독의 <막>을 선택했다. 총 다섯 편의 영화가 다시 상영할 기회를 갖는다면 상영되는 영화들의 구성이 다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진측량>은 선정에서 제외했다. 안타깝지만 다른 자리를 통해서 꼭 다시 한 번 봤으면 한다.)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킬 시선의 영화들을 골랐습니다. 깜짝상영작으로 선정된 다섯 편의 영화들은 모두 작게는 개인에서부터 크게는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이 사회를 속속들이 바라본 영화들입니다. 이 세계의 기저와 또는 그 너머에 있는 것, 묵인되거나 외면되거나 왜곡되거나 미처 보지 못한 것들, 괴리와 간극 사이에서 충돌하고 상처 입은 것들, 작은 것들, 잊혀져 가는 것들을, 불편할 정도로 예리하고 놀라울 만큼 섬세하게 직시하고 건드리면서 더불어 관객과의 소통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런 영화들이야말로 예술이란 것이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한 표를 던집니다.” 관객심사단 김민유가 대표 작성한 선정의 변이다. 이렇게 관객심사단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우리가 사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개인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한 번 더 생각해봤으면 하는 영화들을 선정했다.
어쨌건 심사를 해야 했던 모든 영화가 만든 이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묻어 있기 때문에 영화를 선별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하고 싶다. 특히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이 젊은 감독들의 패기 넘치는 작품이나 꾸준히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독립영화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같은 시대에 같은 공기를 맡고 살아가고 있는 작품들을 보고 판단한다는 것은 내 스스로가 타인, 사회, 문화, 시대, 영화 등을 대하는 태도가 반영되기 때문에 더욱 고심했다. 이번 서울독립영화제는 내게 한 편 한 편의 영화를 진지하게 만나보려 했던 기록 중 하나로 남는다. 이 시대에 이 순간에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있다는 것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2014년 서울독립영화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영화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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