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평창에도 봄은 오는가

2017년 2월 21일culturalaction

정용철 / 서강대 교수, 문화연대 집행위원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26년 시인 이상화가 일제치하의 조국 산하를 굽어보며 비장한 목소리로 던진 질문이다. 얼어붙은 현실을 보면 도저히 올 것 같지 않은 미래의 봄을 향한 시인의 뜨거운 마음이 담겨 있다. 그의 노래는 혼자만의 독백에 그치지 않고 수많은 시민들의 마음으로 옮겨가 기어이 봄(광복)을 맞이했다.

2017년 평창에서 90년 전 암담했던 조국에 서려 있던 비감을 느낀다. 비통한 마음으로 이 글의 제목을 정했다. ‘빼앗긴 평창에도 봄은 오는가?’왜 강원도 평창이 남의 땅이냐고, 누구에게 빼앗긴 건 아니라고, 그리고 2018년 동계올림픽이야말로 평창의 봄이 아니겠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대회를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그것도 한창 테스트이벤트가 치러지는 판에 무슨 기운 빠지는 소리냐고 볼멘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시인 이상화가 봄을 바라는 마음으로 시를 썼듯이 필자도 평창에 따뜻한 봄이 도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러나 이제 막 D-1년 기념행사를 치룬 평창의 봄은 요원해 보인다.

아시아경제, 2017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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