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구합니다, 존중받기를

2016년 12월 13일culturalaction

이종임 /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문화연대 집행위원

 

평생을 목수로 성실하게 살아온 노인은 병으로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의료휴직수당을 신청한다.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복지시스템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정부는 그를 위로하기는커녕 수치심만을 안겨준다. 관료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그에게 상황과 동떨어진 매뉴얼을 반복적으로 읊어대고, 인터넷 접수가 먼저라며 마우스를 쥐여준다. 한평생 성실하게 열심히 살았던 그는 의사의 제안처럼 살기 위해 일을 쉰 것이지만 사회는 그를 휴직수당이나 신청하는 쓸모없는 인간 취급을 한다. 결국 화가 난 노인은 밖으로 뛰쳐나가 벽에 자신의 이름을 쓴다. 그리고 굶어 죽기 전에 자신의 요구를 들어 달라고 외친다. 켄 로치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주인공 이야기다.

영화 속 주인공이 겪는 상황은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현실 속 이야기다. 신자유주의는 인간을 경제적 가치로 판단하기 때문에 인간이 가진 존엄성은 철저하게 무시한다. 따라서 복지적 혜택도 시민의 당연한 권리가 아닌 ‘수치스러운 의례’를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경향신문, 2016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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