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에 맞서는 방법

2016년 11월 15일culturalaction

이종임 /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문화연대 집행위원

 

최근 개봉한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에서 빚더미에 시달리던 형제는 은행을 털기로 결심한다. 감시카메라가 없는 미국 텍사스의 작은 마을 은행을 털면서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낱장의 지폐만을 훔치는 치밀함도 보인다. 하지만 연달아 발생하는 은행강도 사건을 수상히 여기던 형사의 집요한 추격이 시작되면서 이들의 계획은 꼬여만 간다. 다가오는 위험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형제는 은행을 터는 일을 멈출 수 없다. 금융위기로 어려워진 사회에서 국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고, 어머니의 유일한 유산인 농장은 은행으로 넘어갈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농장에서 석유가 나는 것을 알게 된 후, 형제는 농장이 은행에 압류되기 전까지 돈을 마련해야 하는 더욱 절박한 처지가 된다. 영화의 원제처럼 지옥에 떨어지든, 거센 파도가 몰아치든, 그들은 계속 전진해야 했다. 은행강도는 그들의 빚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가난은 전염병처럼 대를 이어, 그리고 주변에까지 전염된다며, 자신의 아이들에게만은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주인공의 다짐은 가슴을 울린다. 영화는 두 형제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자본이 가난한 사람들을 합법적으로 약탈하는가를 보여준다. 지금의 사회는 정의보다 자본을 통한 수익추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두 형제가 살아가는 영화 속 사회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빚을 해결해주겠다는 메시지가 적힌 텍사스 거리의 수많은 간판들은 우리가 안방에서 시청하는 많은 채널에서 쉴 새 없이 틀어대는 대부업체 광고들과 묘하게 오버랩 된다. 일상적으로 노출되기 쉬운 TV채널을 통해 전달되는 대부업체 광고는 빚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다. 청년실업의 증가, 중장년층의 반복되는 창업과 실패는 경제적 책임을 스스로 질 수 없는 사람들을 더욱 양산하고 있다.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는 빚을 해결하는 방법은 빚을 늘리는 길뿐, 특별한 방법은 주어지지 않는다.

경향신문, 201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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