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에 걸린 언론의 독립성

2016년 7월 5일culturalaction

이종임 /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문화연대 집행위원

 

2016년, TV 뉴스 화면 속 세월호는 반쯤 가라앉아 있다. 배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 구조선에 필사적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은 다시 우리를 긴박하고 고통스러웠던 2014년 4월16일로 데려간다. 화면 속 세월호는 안타깝게도 바닷속에서 천천히 가라앉고 있지만, 2016년 뉴스의 사운드는 달라졌다. 유가족의 울음소리와 구조하려는 사람들의 외침이 아닌 청와대가 KBS 뉴스 보도에 의도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로 공개된 녹취록 속 상기된 목소리의 두 남자가 나누는 대화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누군가가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암호 같은 말들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서로의 관계와 요구가 압축된 언어로 표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7개 언론단체는 지난 6월30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과 KBS 보도국장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 내용에서 드러난 것은 정부가 구체적으로 KBS에 뉴스 보도지침을 내렸다는 것, 그리고 이를 담당하는 보도국장을 압박했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언론보도의 독립성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진실보도를 추구해야 하는 공영방송사의 뉴스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한 꼴이다.

경향신문, 201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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