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토론해야 하나

2015년 6월 2일culturalaction

이종임 /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문화연대 집행위원

 

지난 4월5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 2TV <개그콘서트>의 ‘민상 토론’이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동안 TV에서 ‘정치 풍자’를 보기 어려웠던 국내 방송 환경을 고려해 본다면 파격적인 시도다. ‘민상 토론’에서는 뉴스 프로그램에서도, 신문 지면에서도 다루기 쉽지 않은 우리 사회의 정치·사회 문제들을 전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문제들을 정확하게 설명한다는 점은 놀랍기까지 하다.

‘민상 토론’이 들고나오는 주제와 이와 관련된 사안들 그리고 그 사안들에 대한 정책적 대안까지. 마치 진짜 정치토론 프로그램을 보는 듯하다. 우리 모두가 알면서도 외면하고 침묵해 왔던 문제들을 개그 프로그램에서 들고나왔다는 점을 높이 사야 하며, 또 시의적절한 사안들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점 역시 우리가 주목하고 칭찬해야 할 점이다. 이렇게 저돌적이고 명확한 정치 풍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청자에게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이 갖는 사회적 의미는 충분하다.

이와 더불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민상 토론’의 패널들로 나오는 출연자들이 만들어 내는 웃음코드의 ‘생경함’일 것이다. 사회자가 질문을 던질 때마다 당황하며 허둥대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민상 토론’의 중요한 웃음 유발 요인이다. 또 출연자들이 곤혹스러운 순간을 피하기 위해 내놓는 답변들은 사회자가 모두 정치적 의견으로 변질시켜 버린다. 이런 황당한 상황은 오히려 웃음을 유발한다. 즉, 정치의 ‘정’자도 모를 것 같은 출연자에게 전문적 대안을 제시하라는 이 상황, 모든 일상적 말과 행동이 정치적 기준으로 해석되는 기형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웃음으로 유발되는 포인트다.

경향신문, 201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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