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을 뛰쳐나간 ‘옥자’

2017년 6월 8일culturalaction

이동연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문화연대 집행위원장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가 국내 개봉을 앞두고 영화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거대 기형동물과 산골 소녀의 우정을 다룬 영화의 설정도 파격적이지만, 영화 상영 방식은 더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옥자>의 국내 배급사인 뉴(New)는 이 영화를 극장 스크린과 온라인 스크린에 동시 개봉한다고 발표했다. 스크린의 전통적인 상영 질서가 혼란에 빠졌다. 더욱이 한국을 대표하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기에 그 파장의 강도는 깊고 넓다. <옥자>의 진보적 내러티브는 영화 상영의 진보적 테크놀로지 논란에 압도당해 제대로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영화 플랫폼의 패러다임이 순식간에 바뀔지도 모르는 논쟁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이다.

이른바 <옥자> 스캔들은 칸 영화제 때부터 감지되었다. 프랑스 극장협회는 <옥자>의 투자자본과 상영방식이 전통적인 극장의 생태계를 무너뜨릴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칸 영화제 기간에 옥자의 상영에 반대 성명을 내고, 보이콧 운동을 벌였다. <옥자>의 제작비를 전액 부담한 미국의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서비스하겠다고 발표했다. <옥자>의 극장 스크린과 온라인 스크린 동시 개봉은 영화의 미래, 스크린의 운명을 가늠하는 중대 사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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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7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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