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도시재생 탐험기 ⓶ “영국과 런던의 도시재생 정책 둘러보기”

2016년 5월 10일culturalaction

[편집자주]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이 런던의 도시재생 정책과 사례를 연속기획으로 소개합니다. 코인스트리트의 주민 대안개발 사례, 런던 최대의 도시재생 사업 킹스크로스 지역과 스킵가든, 예술가들의 도시재생을 살펴볼 수 있는 해크니위크 지역 등 런던의 주요 도시재생 사례들과 정책적 배경을 문화적 가치, 지역기반 주체 형성, 거버넌스와 주민 자산화 등의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 런던 도시재생 탐험을 함께 해주었던 ‘스프레드 아이’ 멤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런던의 다양한 도시재생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먼저 영국과 런던의 도시재생 정책이 가지고 있는 맥락과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실 영국과 한국, 런던과 서울의 도시재생이 가지는 큰 차이는 표면적인 아이디어나 콘셉트에 있지 않다. 많은 해외 사례들이 우리 사회에 소개되며 화려한 사진과 개념들로 꽃단장을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화려한 아이디어나 드라마틱한 에피소드가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 구조와 추진 과정의 구체성(디테일)들이다. 영국과 런던의 도시재생과 관련된 맥락과 흐름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아래의 내용들은 도시재생 기반지식 구축 및 실용화 전략 최종보고서(도시재생사업단, 2014)’, 해외 도시재생 추진체제 및 사례(도시재생사업단, 2011), 새로운 도시재생의 구상(도시재생사업단, 2012) 등에서 요약 및 재구성하였음)

▪ 1979년 집권한 대처의 보수당 정부가 도시쇠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시작. 대처리즘으로 널리 알려진 신자유주의 이념은 공공재원의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의 창의력과 활력을 이용. 이러한 가운데 중앙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민관합동기구로서 1980년 최초로 지방정부가 아닌 별도의 전담기구로 설립된 도시개발공사(Urban Development Corporation, UDC)가 도시문제 해결을 주도. 도시개발공사(UDC)는 중앙정부와 민간자본이 민관파트너십(Public Private Partnership, PPP)으로 결합된 특수목적법인(Special Purpose Vehicle)으로 설립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의 도시개발공사(UDC), 1994년 이를 계승한 잉글리시파트너십(English Partnership, EP) 그리고 2008년 이후 주택커뮤니티기구(Home and Communities Agency, HCA) 등의 새로운 기관들이 주택재개발과 도시재생에 대한 역할을 보완, 대체하며 도시재생 주도

▪ 대처정부가 지향하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민간위주의 개발방식이 민간의 개발이익을 극대화하고 공적 이익을 최소화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됨. 또한 민관 파트너십의 자산주도형 도시재개발방식(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은 지방정부의 역할이 축소되고 지역과는 연계성이 부족하여 지역간 불균형 초래

▪ 잉글리쉬파트너쉽(EP)는 광역적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도시재생을 추진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설립된 기관으로, 국가차원의 도시재생 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 잉글리쉬파트너쉽의 가장 핵심적인 업무는 공공의 개입과 초기 투자 없이는 민간의 참여가 어려운 지역에 잉글리쉬파트너쉽이 참여하여 재정적, 제도적, 정치적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고, 민간참여와 개발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담당. 이로 인해 중앙정부산하의 잉글리쉬파트너쉽, 광역차원의 광역개발기구(RDA), 지방정부차원의 도시재생공사(URC) 및 지역파트너십이 공존하면서 중앙정부, 지방정부, 지역단체간 다양한 파트너십이 형성

▪ 노동당의 고든정권이 들어선 이후,  2008년 잉글리쉬파트너쉽은 주택커뮤니티기구(HCA)로 흡수통합됨. 대신 광역차원의 지역개발기구(RDA)의 역할을 강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중간의 광역수준에서의 조정을 강조. 주택커뮤니티기구는 기존의 잉글리쉬파트너쉽 역할에 주택조합의 기능을 추가로 수행. 서민을 위한 주택 공급과 임차인에 대한 서비스 등 도시재생에 관하여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시도. 또한 교육 및 기술, 직업훈련과 같은 도시재생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회적 배제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으며, 이에 지역사회(community)를 중심으로 한 공공, 민간, 시민단체 등 다자간 파트너십에 의한 접근 방식이 발전

▪ 현재 영국과 런던의 도시재생은 대처정부의 민간자본 활용의 특징을 계승하면서도 지역사회(community)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추세. 영국의 도시재생 정책은 ‘지역기반 접근방식’(Area-based approach)에서 ‘지역기반 주도방식’ (Area-based Initiative)으로 발전하고 있음

영국 도시재생 정책은 도시재생, 서민 대상의 주택 공급, 친환경 주택 공급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일관된 체계로 정비했으며, 추진 주체에 있어서는 주택커뮤니티기구(HCA), 지역개발기구(RDA), 도시재생회사(URC)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역할 분화, 파트너쉽 등을 중요하게 설계하였다. 또한 엔터프라이즈 존, 도시챌린지 등 쇠퇴지역의 재생을 위한 별도의 도시 재생 프로그램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지원제도 측면에서도 단일도심재생기금(Single Regeneration Budget, SRB), 유럽구조기금(European Structural Funds, ESF) 등 지원기금의 통합, 효율적 지원도모, 범국가적, 유럽연합(EU) 차원의 기금마련으로 도시재생 공조체제를 형성하였다. 영국 도시재생의 추진 시스템을 정리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그림] 영국 도시재생 추진 시스템

* 출처 : 도시재생사업단, <도시재생 기반지식 구축 및 실용화 전략 최종보고서>, 2014

오랜 시간 동안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고민하고 축적해 온 영국과 런던의 도시재생 정책은 짧은 시간 동안, 재개발 정책의 또 다른 이름으로 도시재생을 선택해 온 한국과 서울의 도시재생 정책과 실질적인 내용에서 많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첫째, 런던의 도시재생은 “어떤 지역을 만들 것인가”보다는 “누구를 위한 도시재생인가”라는 질문을 고민하고 있다. 

이들은 인간, 이웃, 관계 등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으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왔는데, 이는 도시재생뿐만이 아니라 도시정비의 모든 과정에 적용되는 본질적인 화두다. 도시의 쇠퇴를 해결하는 것,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 등에 있어 행정적인 성과뿐만이 아니라 그 출발점에 인간과 이웃, 커뮤니티와 지역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자리 잡고 있다.

영국과 도시재생 정책 구조와 지원체계가 변화되어 온 경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영국 도시재생 정책의 핵심적인 주제는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른 도시경제의 쇠퇴와 지역 커뮤니티의 붕괴”였다. 이에 영국의 도시재생 사업은 도시정비에서 지역으로, 지역에서 커뮤니티로, 커뮤니티에서 이웃과 관계로 정책 목표와 지원 체계를 지속적으로 전환시켜왔다.

둘째, 런던의 도시재생은 쇠퇴 지역의 문제해결을 위한 도시경제 활성화 전략과 근린재생 전략을 병행한다. 

현재 한국 사회의 도시재생 사업이 도시경제 활성화에 쏠림 현상을 보이면서 쇠퇴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무리한 아이디어성 사업 추진, 창조경제와 관광산업 중심의 도시 재편 등이 획일적으로 강요되고 있다. 하지만 대처리즘에 기반한 신자유주의 도시재생 사업이 경제환원주의로 인해 많은 한계를 드러낸 이후, 영국과 런던의 도시재생은 도시경제 활성화 전략만이 아니라 근린재생 전략을 통해 커뮤니티, 이웃 등에 대한 가치적 접근을 활성화하고 있다.

[그림] 영국의 도시재생 사업 주요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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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서수정, <5개 핵심 전략으로 보는 영국과 일본의 도시재생 정책>, 새로운 도시재생의 구상, 한울, 2012

셋째, 런던의 도시재생은 국가(중앙 정부) 차원에서는 기본 방향의 설정과 지원 체계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지역과 장소에 대해서는 통합적이고 경과적이며(Build-Up) 총체적인 접근(holistic approach)에 의한 도시재생을 모색한다. 

도시재생 과정에서 지역과 장소에 대한 접근은 개별화된 행정 구조나 사회 제도에 따라 하향식으로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삶의 복잡성을 바탕으로 통합적이고 경과적으로 형성돼야 한다. 물리적 도시정비뿐만이 아니라 주민의 삶을 둘러 싼 주택, 복지, 교육, 문화, 사회문제 등이 복합적이고 통합적인 정책 구조와 지원 체계를 통해 접근돼야 한다.

넷째, 영국과 런던의 도시재생 정책은 지방자치단체, 지역기반주체들에게 예산운용의 자율성과 재량권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영국의 도시재생 정책은 통합재생예산(SRB), 뉴딜커뉴니티예산(NDC), 근린재생기금(NRF), 근린지역일자리기금(WNF) 등의 포괄보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통합재생예산(SRB)은 환경, 통신산업, 노동, 교육, 내무의 5개 관련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지급하던 20여개의 보조금을 단일 도시재생예산으로 통합한 것이며, 이후 통합예산(SB)로 전환하여 한층 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강화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그림] 영국 도시재생 지원 조직과 재원의 변화

영국 도시재생 지원 조직과 재원의 변화
* 출처 : 서수정, <5개 핵심 전략으로 보는 영국과 일본의 도시재생 정책>, 새로운 도시재생의 구상, 한울, 2012

다섯째, 런던 도시재생의 사례를 통해 자율적인 주민 조직과 시민사회에 대한 형성 및 지원, 민주주의에 기반한 거버넌스 및 파트너쉽 활성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재생 거버넌스에서의 핵심은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것과 다양한 형태의 민간조직 협력, 지역주민의 참여를 지원하는 것”이다.

영국과 런던뿐만이 아니라 도시재생의 과정에서 거버넌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도시재생이라는 프로세스 자체가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 협력, 상호 지원 등이 없이는 결코 진행될 수 없는 목적과 구조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도시재생 정책의 세계적인 흐름은 “지역 내에 다양한 주체가 결집된 조직을 지원하는 현장 중심의 도시재생”이다. 이는 “정부 주도, 하향식, 공급형, 성과주의 등의 패러다임”에서 “주민 주도, 상향식(Bottom-Up 또는 Build-Up), 자율형, 경과주의 등의 패러다임”으로 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지역민주주의가 거버넌스를 통해 지원되고 운영돼야 한다.

(다음호에 계속)

  • 이원재 _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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