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주간 뉴스 브리핑 _ 이슈왈왈 no. 11.

2020년 5월 27일culturalaction

이슈왈왈 no. 11. _ 2020년 5월 4주차

1.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해결을 위한 작지만 큰 변화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 체계
(출처: 미디어오늘 <이명박,박근혜정부 블랙리스트를 찾습니다>
제공: 문화예술계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

20대 국회는 20일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영화진흥위원회의 위원장 선임 절차를 기존 임명제에서 호선제로 바꾸는 내용이 담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임명제로 바뀐 지 12년 만에 다시 호선제로 선출하게 됐다. 그동안 임명된 영진위원장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영화계의 신뢰를 받지 못한 채 블랙리스트 논란 등으로 대립과 갈등을 반복해왔다.

참여정부 때까지 호선제였던 위원장 선임 방식이 이명박 정부 때 임명제로 변경되었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나서야 다시 호선제로 바뀌었다. 선출 방식의 변화가 가져온 의미와 문화예술계가 이를 요구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의 기관장이 임명제로 바뀐 후, 블랙리스트와 유사한 형태로 당시 정권과 우호적이지 않은 인사들을 솎아냈다. 그 과정에서 정부기관이 인사권을 행사하며 자율기구로서의 역할 수행이 어려워지기도 했다. ‘민간 자율의 합의제 기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관료주의와 권력구조 문제로 대표되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같은 사태들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호선제의 복원은 그 한걸음을 내딛기 위한 작지만 큰 변화다.

참고기사

[이데일리] 문예위·영진위원장 호선제로 뽑는다…블랙리스트 권고안 반영

2. 말짱 도로묵이 된 집시법

지난 19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집시법 개악 중단 기자회견 (출처: 참여연대)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국무총리 공관 인근 100m 이내에서 집회·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규정을 담은 집시법 11조 개정안이 통과됐다. 집회가 허용되는 예외적인 상황은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국회 등의 활동을 방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 등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018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사당, 국무총리 공관, 각급 법원 청사 100m 이내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집시법 11조 조항에 대해 “심판대상 조항은 필요 최소한도의 범위를 넘어, 규제가 필요하지 않는 옥외 집회·시위까지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위 장소에서 집회 및 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개정된 이번 개정안은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의도를 역행하는 개악안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에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의존하게 되었다.

이는 올해 3월에 해당 법안이 법사위에 상정되었을 때부터 우려되어왔던 사항이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는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을 결성하며 해당 법안에 대한 전면적 재논의를 촉구해왔다. 그리고 개정안이 통과된 올해 5월, 문화연대 등 100여 개 시민단체는 이번 개정안이 경찰의 판단에 의존하는 허가제를 입법화한 것과 같은 효과라며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무능하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온 20대 국회가 다시 큰 짐을 국민들에게 남겨 놓고 떠난다. 21대 국회는 개원 즉시 집시법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마련하고, 집회 및 시위에 대한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시 집시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참고기사

[경향신문] ‘국회·법원 100m 내 집회 규제 법안’ 통과…민주노총 “국민 목소리 차단하겠다는 것”

3. 사기업의 이윤 추구에 공공재가 활용되어야 하는가?

국회가 20일 본회의를 열어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요금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과도한 요금 인상을 막겠다는 취지로 1991년 도입됐다. 지금까지 SK텔레콤은 이동전화, KT는 시내전화 요금제를 만들 때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는데, 이제는 요금제를 신고만 하면 된다.

지금의 이동통신사업이 자원으로 삼는 통신망은, 90년대 중반 정부가 국가적인 ‘초고속정보통신망 보급’을 위해 총 45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구축되었다. 이후 IMF로 인해 공공기관이었던 ‘한국통신’이 현재의 ‘KT’와 ‘SK’로 매각되면서 시장의 논리로 공공재에 가격이 책정되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 11월 KT에 화재가 발생하자 정부는 국가통신망을 ‘공공재’ 로 인식하였고 이에 따라 통신인프라에 대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재로 해석되어 정부가 구축해 놓은 시스템의 혜택을 받고 있는 이동통신사업에 공공의 이익 추구를 위한 규제는 필수적이다. 21대 국회에서는 ‘통신망은 공공재다’ 라는 보다 근본적인 배경에서의 이동통신사업에 관한 논의와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참고기사

[경향신문] ‘통신요금 인가제’ 30년 만에 폐지
[뉴스핌] 30년만에 사라진 ‘이통요금 인가제’…SKT vs KT·LG U+ 온도차
[디지털타임스] 국가통신망 방재 시스템,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

4. 그린뉴딜, 명확한 목표가 필요하다

5월 10일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에 ‘그린 뉴딜’을 포함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지난 15일 관계 부처로부터 그린 뉴딜 사업과 관련한 합동 서면 보고를 받은 후 문 대통령은 “그린 뉴딜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분명하다”며 “국제사회와 시민사회의 요구를 감안하더라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일자리 창출 국가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린 뉴딜도 구체화할 전망이다.

‘그린 뉴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제사회와 시민사회에서 요구한 건 이미 오래된 일이고, 코로나 국면을 맞아 이번 21대 총선 공약에서도 그린 뉴딜과 관련한 여러 공약이 등장했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의 상황에서 그린 뉴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지금이라도 한국판 뉴딜에 그린 뉴딜이 포함된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린 뉴딜이 우리가 가야 할 길임은 분명하지만 우리가 이르러야 최종 목적지는 아니란 것이다. 결국 그린 뉴딜의 목표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사회적 전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정책에 초점을 맞춘 채 곁들이는 정도로는 그린 뉴딜의 진정한 목적을 이룰 수 없다.

현재 한국은 국제사회가 2050년 이전에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탄소중립 목표 설정에 대해 결론도 내지 못한 채 기후위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이다. 먼저 ‘2050년 이전 탈석탄’을 선언하는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춰 그린 뉴딜을 계획해야 한다. 지금 얘기되는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전환은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에서도 거론되던 이야기들임을 기억하고, 청와대에서도 분명히 밝혔듯이 녹색성장과는 다른 그린뉴딜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하기를 바란다.

참고기사

[연합뉴스] 문대통령 “한국판 뉴딜에 그린뉴딜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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