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주간 뉴스 브리핑 _ 이슈왈왈 no. 8.

2020년 5월 6일culturalaction

이슈왈왈 no. 8. _ 2020년 5월 1주차

1.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아직 끝.나.지.않.았.다.

17차 촛불집회 당시 광장에 세워진 블랙리스트 조형물
(출처: 서울문화투데이 <“악몽의 박근혜 4년은 끝났다” 100만 촛불시민의 함성>)

한민호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이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대한출판문화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중략) 앞서 출협은 성명을 통해 “한 전 국장은 박근혜정권 당시 미디어정책관으로서 출판계 블랙리스트 범죄행위의 지휘라인에 있었으면서도 어떤 조사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전 국장은 윤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손해배상 소송도 냈다.

<건전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방안>보고서를 통해 문화예술(인)을 배제하고 차별했던 송수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조정실장이 계원예술대학 총장에 임명되면서 자신이 검열했던 문화예술계 현장으로 복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내 대표적인 블랙리스트 실행 부서였던 출판인쇄과와 담당자를 압박하고 진두지휘했던 한민호 전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국장은 블랙리스트 피해 기관에 되려 소송을 제기하고 총선에 출마하기까지 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자들이 적법한 징계와 처벌은 받지 않은 채 자신들의 활동을 영위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자들은 아무런 반성과 성찰 없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 자신이 죄가 없음을 당당하고 무례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 몰염치한 행태를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이 얼마나 기만적인 상황인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자들에 대한 타당한 징계와 처벌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권리 회복이 이뤄질 때까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쉽지 않은 긴 싸움이 계속되고 있기에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격려, 참여와 지지가 필요하다. 문화연대도 단호하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며, 사태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해 끝까지 연대할 것이다.

참고기사
[뉴스1] 문체부 전 국장, ‘블랙리스트 지휘’ 성명 출협회장 상대 손배소 져
[클래시안] 한예종 김봉렬 총장,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집행한 송수근 언급 게시물 논란되자 삭제해
[문화연대 성명] 김봉렬 총장, 블랙리스트 실행자 송수근을 비호하는 당신이 문화예술계의 적폐다

2. 20대 국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작년 11월, 국회 정문 앞에서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제정을 요구하는 문화예술인들
(출처: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페이스북 페이지)

20대 국회 임기가 오는 5월 29일에 종료된다. 이번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 수는 총 8,574건으로, 법안처리율은 35.7%에 불과하다. 계류된 법안은 15,456건으로,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총 법안 수(13,913건)보다도 많은 수치다.

문화연대는 지난 2016년 20대 국회 개원 당시, 예술인에 대한 사회보장제도 확대를 비롯한 종합과제 10개와 청년예술가들을 위한 창작환경 개선을 통한 지역활성화를 비롯한 지역과제 10개로 구성된 20대 문화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지역 의회, 지역 행정기관, 시민사회 및 주민들이 함께 추진하는 지역과제에 비해 문화정책 제도 개선 과제에 해당하는 종합과제는 추진된 것이 거의 없다.

특히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작년 4월 입안을 앞두고 최종 토론회를 가졌으나 끝내 통과가 무산되었다. 코로나19로 문화예술인이 사회적 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사실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국회가 몸싸움과 장외집회 등으로 파행을 거듭하며 소임을 미루는 동안 문화예술인들은 계속해서 생존의 위협에 노출되어왔다.

20대 국회 종료가 코앞이지만, 계류 중인 법안만 1만 5천여 건이라고 한다. 국회의 임기는 다음 선거일까지가 아니다. 20대 국회는 남은 임기 동안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비롯한 남은 법안들을 처리할 수 있도록 끝까지 소임을 다하길 강력히 촉구한다.  

참고기사
[이코리아] 무용지물 된 ‘일하는 국회법’ 21대 국회는 달라질까
[경향신문] |코로나19와 삶| 정윤희 “예술인들 3개월간 수입 0원 …연대의 삶, 공동의 삶이 중요하다”
[경향신문] 문화연대 ‘20대 국회에 제안하는 20대 문화정책’ 제안···젠트리피케이션 해소 방안 등 담아

3. 경기도 ‘공정경쟁협약’, 문화예술계 노동환경 개선에 의미 있는 사례 되기를

경기도청 전경 (출처: 연합뉴스 <경기도 문화계 발주행사 ‘열정페이’ 없앤다…공정협약 추진>

경기도는 문화계에 만연한 보상 없는 야근 등 불공정한 관행을 종식시키기 위해 도·공공기관 간 행사 계약 시 문화대행 협력회사와 ‘공정경쟁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협약 내용은 표준계약서 적극 사용, 최저임금보장, 부당업무 지시 불가, 하도급 시 공정경쟁협약 체결 등이다.

공공 차원에서 특수직 형태의 문화예술계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다.

다만 ‘공정경쟁협약’이 보다 높은 실효성을 가지려면 현장과 직접 맞닿아 있는 담당자들이 문화예술계 노동환경의 특수성과 관련 문제의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들이 필요하다. 또 기존에 마련된 표준계약서가 절차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구체적인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현장 당사자들과 주기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

문화예술계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경기도의 혁신적인 계획이 주요 사례가 되어 문화예술계 노동환경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선사하길 기대해 본다.

참고기사
[뉴스1] 경기도, 문화예술계 불공정 관행 뿌리 뽑는다

4. 다양한 가족 형태를 위한 상상력, 생활동반자법

베를린의 마워공원 풍경 (출처: 한겨레, 제공: 채혜원)

21대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1430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강간죄 판단 기준을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데 대한 동의 여부를 물어본 결과 13.6%(194명)가 “동의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스토킹처벌법 제정이나 불법촬영물 소지 처벌규정 마련엔 모두 동의했으나, 생활동반자법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엔 유보적인 응답을 내놨다.

현행 민법 제779조는 ‘가족’을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로 규정하고 있어 동거인들은 오랜 기간 함께했어도 법적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가족으로 등록되지 않은 동거인은 상대가 아파도 보호자 신분으로 수술 동의를 하거나 가족 면회를 할 수 없고, 임대주택 신청이나 전세자금 대출에서도 뒷순위로 밀린다.

현실에서의 가족 형태는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양해지고 있다. 2017년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17년 기준 558만 3000에서 2047년 832만으로 늘어날 전망이며, 같은 기간 동안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이 함께 사는 가구는 30만 7000에서 37만 1000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현 민법에서 정의하는 가족은 혼인신고를 한 부부 중심으로 구성된 가족에 국한되어, 국가가 사람들에게 어떠한 가족의 형태를 강요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가족의 심리적 · 경제적 부담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의 삶의 방식은 현실을 반영한다. 삶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사람들의 실생활에 안전망이 되어주지 못한다면 사회적 제도는 무의미하고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전락할 것이다. 안락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기본적 권리보장보다 지금 어떤 것이 우선시되어야 하는가.

참고기사
[한겨레] ‘강간죄 개정’ ‘생활동반자법 제정’ 내건 정당은 어디?
[오마이뉴스] 4인가족’을 넘어서는 상상력, 국회 도입이 시급합니다
[매일경제] ‘결혼하지 않아도 가족 될 수 있다’…생활동반자법이란?
[한겨레] 결혼하지 않아도, 혈연이 아니어도 ‘함께 사는 가족’이 된다

5. ‘역사의 철거’를 멈춰야 한다

일제강점기 때의 벽수산장 모습 (출처: 한겨레)

일제나 친일 인사의 유산, 독재 정권과 독재자의 유산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오랜 논란거리다. 학계에서는 이런 역사 유산을 ‘부정적 유산’(네거티브 헤리티지)이나 ‘어두운 유산’(다크 헤리티지)이라고 한다. 

근대건축물을 둘러싼 철거·보존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이슈왈왈”에서도 인천에서 일제강점기 역사를 품은 인천의 근대건축자산이 잇따라 헐리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이슈왈왈 no.6. 일회용 건설로 덮고 있는 근대 문화유산). 근대건축물 보존을 둘러싼 논쟁에는 크게 세 가지의 쟁점이 있다. 사유재산 행사, 도시 재개발, 그리고 일제의 잔재 청산이라는 역사적 관점이다.

근대건축물 중에는 일제강점기에 식민 통치 기관으로 만들어진 건물이 많다. 그래서 이를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과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 사이의 골은 여전히 깊다. 하지만 ‘부정적 역사’도 잊혀서는 안 되는 역사다. 더구나 과거사를 반성하기는커녕 도리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은폐하는 일본의 행태를 생각하면, 역사의 증거가 되는 건축물들을 무조건 지우려 하지 말고 보존해야 할 것은 보존해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보존이 꼭 ‘기념’을 뜻하지는 않는다.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함으로써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다.

문화재청과 각 지자체도 같은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대건축물의 보존 기준과 실질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우선 철거와 보존 대상의 기준을 확립하고, 보존된 건축물이 원형과 그 역사적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등록문화재 제도가 더이상 무의미한 제도가 되지 않도록 근대건축물 소유자가 보존을 선택할 수 있게끔 하는 현실적인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 논란만을 거듭하는 동안 우리의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들이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역사의 철거’를 멈춰야 한다.

참고기사
[한겨레21] 친일 유적 버릴까 지킬까


기획이슈 | 기후왈왈

6. 아마존과 나는 따로 있지 않다

패스트푸드 업계가 아마존 파괴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고자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런던 레스터 광장의 버거킹 건물 옥상에 설치한 대형 배너
(출처: : 그린피스 홈페이지 <아마존을 위한 전 세계의 목소리>

코로나19 확산국면에 ‘지구의 허파’인 브라질 아마존에선 삼림 파괴가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염병 차단 조치로 인해 단속이 소홀해진 틈을 타 불법 금광개발과 삼림벌채가 빈번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로 공장 등이 멈춰서면서 세계 곳곳의 대기질이 개선됐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마존에선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탐욕은 격리되지 않았다. 코로나19 기간에도 아마존의 산림벌채는 멈추질 않았고 오히려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30%가 증가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금값이 치솟아 아마존 광산개발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라니 그 끝없는 탐욕에 맥이 풀릴 정도다.

아마존 숲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를 산소로 바꾼다며 흔히 ‘지구의 허파’로 불려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벌채와 광산개발, 경작지 개간 등으로 끊임없이 파괴되어왔다. 더구나 개발에 친화적인 정부가 들어서며 보호조치를 약화시키고 보호구역에조차 경작을 허용하면서 그 파괴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아마존 숲이 처한 위기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국제적인 연대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할 때다.

무엇보다 지금의 위기가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직시해야 한다. 브라질은 1997년부터 2016년 사이 쇠고기 수출이 10배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그만큼 아마존의 숲이 파괴되었음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파괴된 지역의 65% 이상이 소 방목장이 되었고, 사료용 콩과 옥수수를 재배하기 위해 계속해서 숲을 불태우고 있다. 한국도 브라질산 돼지고기 수입은 이미 허용됐고, 쇠고기 수입도 계속 추진 중이다.

아마존 숲의 파괴는 비단 브라질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는 건 익히 아는 사실이다. 더이상 숲의 위기, 나아가 기후의 위기를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 육식을 줄이고 탄소발생량이 적은 식료품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숲의 파괴를 막는 첫걸음을 뗄 수 있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먼 나라의 숲이지만, 결국 우리는 연결되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참고기사
[경향신문] |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 코로나19 탓에 지구 숨쉰다? 아마존은 더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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