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서울인권영화제 새로운 첫 발을 내딛다.(19호)

2013년 6월 6일culturalaction

[현장스케치] 19호

 

서울인권영화제 새로운 첫 발을 내딛다.

 

최지용

 

지난 5월 23부터 26일, 나흘 동안 청계광장에서 서울인권영화제가 열렸다. 올해로 18회를 맞이하는 서울인권영화제는 2013년 1월 11일 인권운동사랑방으로부터 분리, 독립하였다. 그러니까 독립된 독자적인 인권단체로서는 처음 맞이하는 영화제인 것이다. 독립 이후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재정적인 부분이다. 무료로 거리 상영을 하는 서울인권영화제가 광장에 영화관을 세우는 데는 꽤 많은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서울인권영화제는 기업과 정부의 후원을 거부하며, 오로지 개인 후원만으로 영화제를 꾸려나가고 있다. 인권운동단체로서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켜야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매년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가시밭길을 선택하는 이유다.

 

서울인권영화제의 모든 영화는 무료로 상영되고 있다. 누구나 인권영화를 볼 수 있어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영화제의 모든 영화에는 청각장애인의 접근권을 위해 한글자막을 넣고 있으며, 개막식과 폐막식,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는 문자통역과 수화통역을 한다. 그리고 시각 장애인을 위해 점자 리플릿을 발간한다. 인권영화제의 모든 좌석 뒤에는 이렇게 써져 있다. “사람은 누구나 VIP입니다.”

서울인권영화제가 거리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이유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을 표현의 자유에 위배하는 사전 검열로 판단하고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인권영화제는 1996년부터 검열에 반대하며 국내외 인권영화들을 무료로 상영해 왔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2008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인권영화제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추천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상영관을 대관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2008년부터 여섯 해 동안 거리에서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18회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상영한 영화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5월 26일 일요일에 상영한 <레드헌트>이다. 제주 4.3 항쟁을 다룬 <레드헌트>는 16년 전 1997년 제 2회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상영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상영했다는 이유로 당시 서준식 서울인권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구속되었다. 국가가 원하지 않는 창작물을 검열하는 것은 단지 십여 년 전 일이 아니다.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지속되는 문제이다.

 

서울인권영화제는 돈이 없고, 상근활동가도 세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단체이다. 세 명도 그나마 증원된 것이다. 이런 단체가 계속해서 영화제를 열 수 있는 이유는 함께하는 사람들 덕분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원활동과 후원활동을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함께 서울인권영화제를 꾸려나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로 서울인권영화제가 끝까지 지켜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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