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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27]나를 파견하라!

2017년 11월 26일culturalaction

신유아 / 문화연대

조금씩 사람들 사이에서 파견미술팀이 누구냐, 뭐하는 사람들이야, 조직이냐 등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고 파견미술이라는 분야에 대한 질문들이 많아졌다. 인천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던 이훈희 대표는 파견미술팀 인터뷰와 기획전시를 제안했다. 파견미술팀으로 자주 활동하는 작가들과 학교 밖 청소년 배움터 아이들을 이어 1대1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 내용은 소책자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파견미술팀 참여 작가들은 그간의 작업을 모아 이훈희 대표가 운영하는 ‘아트포럼 리’에서 1차 기획전시를 했고 대학로 벙커에서 2차 전시를 했다. ‘파견미술팀’이라는 이름으로는 처음이었고 그간 현장작업을 갤러리에 모은 첫 전시이기도 했다.

이전에 파견미술팀은 용산참사를 주제로 전국의 전시공간을 돌아다녔고, 전미영의 주도하에 <미영씨가 시킨전>이라는 이름으로 3번의 전시를 진행했다. <미영씨가 시킨전>의 제목은 전미영의 제안으로 시작하는 전시이기도 하고 작가들이 서로 너무 친밀한 관계이다 보니 우스개로 던지던 말들이 그냥 제목이 되어 버렸다. 전미영을 우리는 형수라고 부르거나 누나 또는 언니로 부르는데 이윤엽의 말을 빌려보자면 “형수가 시킨 거니까 그냥 시킨전이라고 하면 되겠네”라던 말이 조금 발전해서 제목이 만들어진 것이다.

파견미술팀은 늘 이런 식이다. 누군가 우리 뭐 해야지. 우리 뭐 하자. 그러면 각자 머릿속 그림이 막 그려진다. 그리고 서로의 의견을 마구 쏟아내고 그러다 보면 아이디어가 나오고 빠르게 결과에 대한 논의가 정리된다. 일요일에 모이면 되겠네 하면 그 주 일요일에 모이고 바로 작업을 한다. 이 과정이 매우 빠르다. 그래서인지 쉽게 만들어지고 진행되는 듯 보이기도 한다.

2012년 파견미술팀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작업을 했다. 그만큼 연대하고 파견해야 할 현장이 많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1년간 각자의 연대현장에 다니며 때로는 모두 함께, 때로는 두 세 명이 조를 이루어, 때로는 혼자 움직이며 파견미술팀 활동을 하고 있었다.

아트포럼 리 이훈희 대표의 도움으로 흩어져 활동하던 모두가 참으로 오랜만에 모이는 자리가 생겼고 이 자리에는 그간의 파견미술 작업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용산, 강정, 쌍차, 콜트콜텍, 4대강 등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정리하는 자리가 되었다. 전시 제목은 <나를 파견하라>

전시 중에도 파견미술팀은 바빴다. 쌍용차 대한문 농성장에 철탑모형을 만들고 성탄준비를 했고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투쟁 이미지를 만들고 차가운 바닷가에 현수막을 들고 나가기도 했다. 나중에 연재 글 마지막에 정리하겠지만 콜트콜텍 농성장 연대가 연일 있었고, 용역들의 폭력에 초주검이 되었던 안산의 SJM투쟁 현장에 영화 같은 간판도 만들었다. 이즈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다양한 연대활동들이 이어졌고 파견미술팀을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스스로 찾아가는 파견미술에서 점점 불려 다니는 파견미술팀이 된 것도 같았다. 그러면 어떤가 우리의 뜻이 그들과 같으니 힘들거나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다.

2012년도 바쁘게 움직였던 파견미술팀은 갤러리 전시를 통해 거리의 소리를 시민들과 소통 할 수 있는 다른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다시 시작하는 2013년의 시작. 파견미술팀의 활동은 여전히 거리에서 출발했다.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단식과 고공 농성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월 1일 설 연휴가 돌아왔고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노동자들은 대한문 분향소에 명절 상을 차렸다. 삼삼오오 모여 떡국을 나눠 먹었고, 술한잔에 노래도 부른다. 어느덧 거리의 삶에 익숙해진 필자는 농성천막 안에서 잠이 들기도 한다. 차가운 겨울바람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린다. 농성천막에 누워 일상의 연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농성장이라는 공간 구성에 대한 고민도 시작되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이어붙이는 뜨개농성> 과 <농성정원>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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