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라는 공작정치

2017년 11월 2일culturalaction

이동연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문화연대 집행위원장

 

블랙리스트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끔찍한 공작정치이다. 지난 10월30일 국정원개혁위원회가 밝혀낸 사실에 따르면, 국정원은 ‘문예계 내 좌성향 세력 현황 및 고려사항’이라는 보고서를 만들어 15개 문화예술 단체와 249명의 문제 인물들을 작성하여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국정원이 박근혜의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 안봉근에게 매월 현찰로 1억원을 상납했고, 조윤선, 현기환 전 정무수석에게는 500만원을 상납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재만, 안봉근은 상납받은 돈으로 지난 4·13 총선 동향을 파악하는 비공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이 돈이 모두 전직 국정원장의 특수활동비였다.

국정원이 작성한 15개 단체에 속한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이자, 특별관리 대상 249명에 속한 당사자로서 국정원이 주도적으로 개입한 블랙리스트를 남한 최대의 공작정치로 보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정원은 블랙리스트를 자신의 세력 확장 수단으로 보았으며, 이 일련의 과정에서 청와대에 돈으로 로비를 했으며, 예술가들을 공작정치의 희생양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국정원은 블랙리스트라는 고리로 예술가들을 조롱하고, 그들의 영혼을 짓밟았으며, 자신들의 정치적 재생산과 세력 확장을 위해 이용했다. 예술가들이 청와대와 국정원의 공작정치에 놀아난 것이다.

경향신문,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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