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력을 찾아서 ②] 정보공개는 시민력이다

2020년 5월 13일culturalaction

시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꾸어 갑니다. 국가와 자본에 동원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변화에 참여하고 협력하는 힘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시민들은 언제나 자기 삶의 가치를 표현하고 소통하며, 사회적 감각을 진화시키고 갈등을 해결할 잠재적인 능력을 키워왔습니다. 시민자치문화센터는 <시민력을 찾아서> 프로젝트를 통해서 시민력을 위해 활동하고 협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시민력을 찾아서> 두번째 인터뷰이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소장을 만났다.
우리는 정보화시대, 말 그대로 정보가 굉장한 부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고래로 나쁜 놈들은 항상 감추고 숨기고 통제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춰진 것을 파헤쳐 드러내고, 세상에 공개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 바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다. 이 단체에서 12년간 활약하며, 시민들의 알권리에 대한 의식 확대와 정보공개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는 정진임 소장을 만나서 인터뷰를 했다. 정보공개가 바로 시민력이라고 외치는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한다.


한국사회에서 시민단체가 10년을 버티기는 힘들다들 하는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함께하셨다고 들었다. 먼저 식순에 의거해 본인에 대한 소개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개를 부탁한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모든 시민이 알 권리를 누리는 투명하고 책임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운동을 펼치는 단체다. 간단히 말해 알 권리 운동을 하는 단체다. 저는 여기서 12년째 활동하고 있는 고인물 정진임이다.


위에 말했듯 꽤 오랜시간 동안 시민사회에서 알 권리에 대한 의식 확대 등 정보공개청구 운동을 이끌어 왔다. 왜 이런 것들이 시민들에게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해달라.

문화연대는 20년되지 않았나(웃음). 단체가 오래가느냐 아니냐는 내부 사정에 달려있다. 그리고 단체가 지속되느냐 보다, 운동이 지속되느냐가 중요하다. 정보공개센터 이전부터 정보공개 운동은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만큼 정보 공개가 안 되어왔던 관행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공개하라,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한 위험 정보를 공개하라 등 해마다 이야기되고 있다. 그게 이 운동이 지속되는 이유다.
안다라고 하는 건 모든 것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좋다,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우리는 모르는 걸 모르는 경우도 많다. 알 권리 운동, 정보공개란 질문의 시작이다. 더 좋은 질문을 만들어내고, 그 질문으로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흔히 알 권리를 권리를 위한 권리라고들 얘기한다. 삶에서 나의 권리를 지키고 보장받기 위해, 온전히 누리기 위해 전제해야하는 정보를 더 많이 만들어내기 위해 싸우고 행동하고, 가끔은 즐겁게 놀기도 한다.


지금은 정보공개센터와 여러 시민들이 노력한 덕에 ‘알 권리’란 말이 많이 알려져있다. 하지만 아직은 낯설고, 생존과 직결되지 않은 권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행정절차가 멀게 느껴지는 거지, 실은 삶과 매우 가깝다. 술자리에서 흔히들 내가 낸 세금이 이따위로 쓰이냐고 말하는데, 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아는 게 정보공개다. 지금은 누구나 다 쓰는 지도앱과 내비게이션도 정부에서 정보를 공개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게 정보공개센터 활동의 결과는 아니지만 말이다(웃음).
정보 공개가 어려운 이유는 많은 경우 정부나 공공영역에서 공개를 하고 싶은 것들만 공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정작 원하는 것들은 정보 공개가 안 된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
소위 민주사회가 될 수록 알 권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다. 정부가 공개 안 하는 건 문제라는 데엔 합의가 되고 있으나, 정보 공개를 해라고 하는 주체가 ‘나’여야하는가까진 잘 안 나가는 것 같다. 그래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소비재에서 유해화학물질 성분을 공개하라거나 코로나19 국면에서 마스크보유량 데이터를 개방하라는 움직임이 있기도 했고, n번방 범죄자 신상공개도 요청되는 등, 생활밀착형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비공개가 관행화되어있는 정보가 많다. 예를 들어 국회 예산 결정 과정에 대한 회의록은 공개가 안 될 뿐더러,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 함께 분노하는 걸 넘어, 끝까지 요구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작은 주민모임 단위에서 예산감시하고 싶다며, 방법을 알아보고 같이 하자거나 교육을 해달라고 제안이 오기도 한다. 지역 이슈를 확인하고, 정보공개청구도 같이하며, 공개된 정보를 어떻게 외화할지도 논의한다. 데이터를 어떻게 잘 시각화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민도 많아지고 있다.


정보공개센터는 그간 탈핵 운동 및 IMF에 대한 기록물 공개요구 및 수집 등 다양한 주제로 운동을 넓혀가고 있는데, 다음으로 주목하고 있는 의제는 무엇인가?

말씀하신 대로 다양한 운동을 해왔는데, 그동안 우리가 기준으로 삼아온 의제는 ‘공개’다. 다른 시민사회 운동에선 정보가 수단이다. 무엇을 하기 위해 하나의 정보를 요청하는데, 우리는 정보의 공개 자체가 목적인 단체다. 어떤 경로든,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위해 정보를 보존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주목하고 있는 의제는 국회의원의 기록 관리와 정보 공개다. 국회기록물 관리법, 국회정보 공개법이 입안되면 좋겠다. 지금은 규정으로만 있지만, 법으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원 하나 하나가 스스로 헌법기관이라고 자임하고 있지만, 임기가 종료되면 의원들은 기록물을 다 가져가버린다. 현재 규정상 국회 기록은 있지만, 의원은 정보공개 대상 기관도 아니고 기록관리 대상도 아니다. 의원들은 임기가 종료되면 기록물을 의무적으로 이관하는 게 아니라, 선심쓰듯 기증하고 간다. 우리는 의정기록도 당연히 남아있어야하고, 시민들이 원할 때 정보를 공개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회의록을 공개하여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우리는 더 나아가 회의 자체를 공개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시민과 행정의 거리감을 좁이려면, 회의록이 아니라 회의 자체가 공개되어야하지 않겠나?


이외에 개선 및 제정되어야할 법률이 있다면?

그리고 기존 정보공개법도 개선되어야 한다. 악의적 정보 은폐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비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산업기술보호법 또한 개선되어야 한다. 반올림 등 삼성 반도체 산업재해와 관련되어 싸우는 단체를 비롯해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전적으로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냐는 정부의 태도에 달려있다. 이미 법에도 취지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정보는 공개하도록 되어있지만, 영업비밀을 더 중요하시고 있다. 심지어 영업비밀이 아닌데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상 기관의 정보 은폐를 무력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 중 하나가 처벌 조항이다.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한다는 건 아니다. 어떤 정보는 공개하지 말아야한다는 데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다. 예컨대 개인정보가 그렇다. 하지만 공개되어야한다고 사회가 합의하고, 관행적으로도 공개해왔던 정보를 은폐하는 악의적인 경우엔 제재를 가해야 한다.


주목하고 있는 해외 정보공개 운동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캐나다 오픈 노스(Open North)라는 단체에 꼭 가보고 싶다. 참여예산의 경우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예산에 대한 숙의 과정 없이 설계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오픈 노스는 주민들이 예산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한다. 데이터가 잘 공개되어있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의 예산은 한글을 pdf로 변환한 파일로 공개된다. 스프레드시트 형태로 공개해야 가공할 수 있다.


활동가가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어떤 정보공개 운동을 해보고 싶나?

지자체마다 이상한 조형물이 있지 않나? 소양강엔 처녀가 있고, 어디가면 황금 전복이 있고. 이들이 얼마짜리인지 알고 싶다(웃음). 재미있지 않겠나? 하는 내가 재미있어야 보는 사람도 재미있을 거다.


아파트 반상회 등 민 차원의 정보공개 운동 사례가 있나?

현행 법상 정보공개 대상이 공공기관으로 한정되어있다. 정부를 비롯해 유치원 등 교육기관과 SH 등 공기업이 포함된다. 그래서 정보공개 요구를 해도 잘 안 받아준다. 현재 법은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정보의 공개에 관한 법률로 확장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삼성 반도체 사건 등을 겪지 않았나? 공적인 책무를 지는 대기업도 포함되어야 한다. 한편, 사립대는 정보공개 청구 자체가 힘들었었다. 그래서 사학재단들이 더 막나갔던 것 같다. 우리는 인터넷으로도 쉽게 정보공개 청구를 할 수 있게 바꿨다.


정진임에게 시민력은 무엇인가?

‘시민력은 ○ ○이다’가 아니라, 다르게 얘기해보고 싶다. 정보공개가 시민력이다. 우리 단체는 정보공개가 목적이지만, 정보공개를 수단으로 쓰는 사람들에게 정보공개가 더 많은 상상력과 실천을 위한 발돋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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