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4월부터 새로이 문화연대에서 활동하게 된 김소담, 김재상 두 신입 활동가가 문화연대와 관계 맺고 있는 단체와 사람들을 만나봅니다. 가깝지만 때로는 멀기도 한, [문화벗]들을 만나 서로 조금씩 알아가고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오늘날 지식은 어떤 모습인가? 그리고 이를 습득하기 위한 교육과 공동체의 모습은 또한 어떠한가? 경쟁과 자본을 업고 있는 스펙 쌓기는, 스펙싸움을 통해 지식과 교육을 소비재로 전락시킨다.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은 ‘협동조합’과 ‘대안대학’이라는 비전통적/비제도권 교육공동체를 통해 서로가 평등하게 지식을 순환할 수 있는 형태를 구축하려한다. [문화벗]이 세 번째로 만나본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이하 지순협)‘은 자유로운 개인들이 공감하고 협력하는 교육공동체이다. 교육경쟁을 극복하고 사회구조와 개인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주체 형성을 지향한다. (문화사회로의 이행이라는 비슷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지순협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1) 대안대학은 어떤 곳인가요?

협동조합방식으로 운영하는 대안대학으로, 2015년도에 개교했어요. 1년에 3개월씩 4학기고, 8학기를 이수하면 졸업해요. 작년에 처음으로 4명의 졸업생이 나왔죠.
대안학교 출신의 학생들이 많이 오는 편이긴 하지만 다양한 학생들이 와요. 일반 고등학교나 대학 졸업자, 휴학생, 직장을 다니다 오시는 분들도 있고 재미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지금은 40~50대도 6~7명 계세요. 가장 연장자인 분은 70세 이시고요.

Q2) 문화연대와 지순협 사이의 연결지점은 무엇일까요?

문화연대가 지향하는 문화사회는 지순협이 추구하는 방향 중 하나인데요. 대안사회든 문화사회든 많은 표현방식이 있겠지만, 비슷한 지향점을 공유하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커리큘럼 중에서 문화기획, 문화행동, 예술행동 등의 교육과정에서 도움을 받기도 해요. (작년에는 문화연대 활동가가 예술행동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하셨죠.)

Q3) 지순협의 설립 의도와 설립 멤버들이 구성된 배경이 궁금해요.

제가 한예종에 입학했던 2009년도에, 유인촌 장관이 한예종 감사를 세게 들어왔어요. 저를 비롯한 몇몇 학생들이 1인시위도 하고 투쟁도 하던 중, 대학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자는 뜻을 모았어요. 프란체스코 정동회관을 대관하여 2009년에서 2010년 넘어갈 때, 자유예술캠프를 하게 됐죠. 저도 기획자로 참여했었는데, 그때 한예종 선생님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초대해서 진행했어요. 문화평론가 이명원 선생님, 벤야민 선집 번역하신 최성만 선생님 등등… 처음에는 일회성으로 생각했는데 시민참여 반응이 좋았어요. 2009년도만 해도 인문사회과학 교육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외부강의가 거의 없던 때였어요.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강료로 3년 정도 자유예술캠프를 운영했고, 그때 계신 선생님과 저와 같은 기획자들이 ‘대안대학을 해봐도 되겠다.’, ‘많은 사람들이 고등교육에 대한 열망이 있구나.’ 확인할 수 있었던 지점이었어요.

또, 신자유주의 개혁이 대학에 몰아치면서 기초학문에 대한 배제가 진행되었죠. 중앙대도 그랬고. 특히 중앙대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자유인문캠프’를 만들었고, 꽤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가능성들을 새롭게 꿈꿔보자, 대학에서 문제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깥에서 진짜 대학의 모습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연구자 선생님들이 뭉치게 됐어요.

Q4) 대안대학이 협동조합의 형태를 띠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때 공유한 기존 대학의 문제 중 하나는 분과학문 체제였어요. 과거의 낡은 체제에서 분과학문 체제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했죠. 대안대학이라면 통섭형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지식의 순환을 강조했어요. 분과 학문을 넘어서 다양한 걸 순환시키는 거죠.

그리고 운영구조를 봤을 때, 보통 일반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은 무시 되고, 등록금만 올라가고 그러잖아요. 그 문제에서 벗어나 학생과 학교운영진, 교수들이 평등한 관계에서 만나서 지식을 순환할 수 있는 형식,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가 평등한 형식을 고민하다 보니까 협동조합을 운영하게 됐어요.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 다르게 1인 1표 동등한 권리를 가지잖아요. 우리는 서로가 평등하게 책임과 권리를 해석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라는 운영체제가 잘 부합한다고 생각했어요. 지원 사업을 통해서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것보다 조합원의 책임을 통해 운영하는 거죠.

2014년도에 출자금을 모았지만, 임대료가 없어서 사무실도 없었죠. 그때 문화연대 방 한 칸에 책상 하나 얻어서 활동했어요. 처음엔 1년 동안 교육과정을 짜는 데 집중했어요. 그러다 혁신파크가 생긴다는 정보를 얻어서 이 근처로 왔어요. 처음 열었을 때 학생 26명이 지원을 했어요. 그 학생들과 함께 상가건물 한 층을 빌려서. 단출하게 시작하게 됐죠.

Q5) 사람이 모이게 되면 당연히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 것 같아요. 중요한 건 갈등을 어떻게 건강하게 해결하느냐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갈등과 해결 부분에서 기억나는 사례는 무엇일까요?

협동조합인데 학교이다 보니까, 갈등이 여러 곳에서 생겨요. 첫 번째는 선생님들이 초기에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 갈등이 생기기도 해요. 그럴 때, 갈등해결의 기본은 원칙이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원칙을 지키려고 했어요. 결국, 원칙에 동의하는 사람들만 남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설립 초기 당시에는 갈등이 생기기도 전에 대안대학의 운영과 유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중간에 나가는 경우가 있죠.

두 번째는 학생과 선생 간의 갈등이 있어요. 학생들이 입학하면서 책임감과 새로운 운영원칙이 생겼죠. 그 과정에서 몇몇 선생님들이 특정분야의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본인의 전문분야에 누군가가 이야기한다는 것을 불편해하는 태도를 보이는 분들이 있었죠. 그런 태도는 여러 의미에서 위험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학생과 사무국 운영의 갈등이 중요한데, 우리가 원칙으로 생각하는 개념은 적녹보라 패러다임이에요. ‘노동, 생태, 페미니즘’이 결합된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요. 간혹 선생님들조차 적녹보라 패러다임의 취지를 이해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초기 강사들이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적인 발언을 했었고 그때 문제가 발생했죠. 학생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선생님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심해지기도 하는데, 학생들이 그때 잘 대처한 것 같아요. 해당 강사에 대한 문제점을 요목조목 잘 짚어서 교과위원회에 알리고. 해당강사는 다시 채용하지 않는 방식도 있었고. 어떤 경우는 첫 강의 때 문제발언을 해서, 학생들이 다 취소해서 폐강시키기도 했고요. 지금은 학생회가 제대로 잘 작동을 하면서 선생님들의 발언이나 성차별(은연중의 요소)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잘 논의되고 있어요. 그런 갈등이 발생했을 때. 학생회와 교과위원회라는 단위를 통해서 문제를 의제화시키고 해결하려고 노력하죠.

Q6) 수업 이외에 대안대학 구성원(학생, 강사 등) 간 별도의 커뮤니티가 있나요?

수업은 학년별로 10개씩 개설. 20개 과목이 돌아가요. 7-8학기는 졸업 학기라 수업이 없는 대신 1:1 개별 논문지도 및 상담이 진행 중에 있어요. 수업 외에도 학생들 요구에 맞춰 세미나를 진행하고요. 지금은 8개 정도를 진행하고 있어요. 자본론 읽기, 칸트 실천이성비판(작년에는 순수이성비판)읽기, 역사스터디, 페미니즘, 에스페란토어, 물리학, 인지과학, 영화사 세미나 등이 있어요.

수업, 세미나 외에 학생 자치활동도 있고 학생회도 꾸려졌어요. 담임교수님은 저 포함 7명이 있는데, 학생 5-6명씩의 반을 맡아서 격주나 1주에 한 번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해요. 수업에 대해 어려운 점이 있는지 이야기도 하고 과제도 체크하고. 1:1면담으로 상황을 체크하기도 하죠.

Q7) 앞으로 대안대학의 목표라던가, 현재 가장 큰 이슈는 뭔가요?

첫째로는 재정문제가 걱정이고요. 둘째로는 교육과정에 대한 끊임없는 수정과 성찰이 필요한 점이에요. 학생들의 수요와 시대의 흐름을 전망하면서 교육과정을 수정하는 노력이 내부적으로 필요하죠. 대안대학 자체는 협동조합 성격상 폐쇄적이에요. 생산자-소비자를 나눠 조합을 받고 있는데, 소비자조합원이면서 학생이 아닌 분들이 있어요. 후원회원 같은 느낌의 조금 배제되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인데, 이분들을 위한 강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요. 그리고 조합원 내부사업과 신규조합원 모집을 위한 강좌 등의 사업을 하고 있고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거의 안되네요. 지순협이 위기를 맞았던 게, 2014년 대중강좌를 열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요. 실패하지 않는 범위에서 적절하게 지원금을 통해서 해보려고요.

평생교육이 강조되는 맥락이 한국사회에서 중요한데요. 대안대학이 모델사례로서 이야기되는 것 같아요. 저도 여기저기 불려가서 발표도 하는데, 관심 있어 하더라고요. 다들 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4년째 하고 있으니까 ‘저긴 뭐지?’ 하면서요. 그리고 대안대학이 은근히 많이 생겼어요. 우리는 소위 좌파 연구자 선생님들이 대학에서 문제점을 느끼고 바깥에서 하나 만들어보겠다고 해서 설립한 케이스에요. 원래는 90년대 초반부터 지속되었던 대안교육의 흐름이 있어왔고, 지금 대안학교 선생님들끼리도 대안대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도 하죠. 그래서 대안대학끼리의 네트워크를(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웃거리면서 보고 있어요. 준비모임에서는 해외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해요. 덴마크 애프터스콜레나 홍콩의 엄브렐라유니버시티 등. 이런 연계를 통해 국제교류까지 이야기해 보자는 거죠. 특히 지금 학생들의 요구도 국제교류 필요성이 있고, 움직임이 형성되고 있다고 봐요.

[문화연대 활동가의 방문소감 나누기]

재상_

물 흐르듯 흘러간다’는 말을 가만히 따져보면, 퍽 개운한 말은 아닌 것 같다. ‘잘~’ 흘려보내기 위한 보이지 않는 고의적 설계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보이게 만들지만 실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일방적이고 비자발적인 부자연스러움 일색이다. 그렇게 한 번 흘러간 흐름은 그 무엇도 남기지 않고 소실되어 이내 새로운 것들로 채워지는데, 그 회전율과 속도감이 제법 명쾌하다. 이 안에서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놓치는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일부 혹은 대다수가 지향하는 시민사회로의 이행에는 많은 것들이 요구되고,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시민사회로의 이행을 저하하는 요인은 두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경쟁’과 ‘자본’인데, 안타깝게도 이 둘의 공생 관계, 궁합이 썩 괜찮다. 자본을 통한 문화 독점과 소비를 충동시키는 처세술은 자유로운 개인(독립적 시민)을 더욱더 원자화시킨다. 그렇게 자유와 독립적 시민이라는 정체성을 상실한 개인들은 오로지 경쟁에만 매몰되는 상태로 변질한다. 이를테면, 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 복지 등등)는 자본에 의해 사유화되었고 이 문화는 다시, 판매를 위한 소비재로 상품화됐다. 상품(문화)을 구매하여 일정 수준의 문화의식을 유지하고 혜택을 받기 위해 수동적 소비자로 전락한 개인들은 불가피하게 경쟁을 하게 된다.

경쟁과 자본의 입맛에 맞춰 고의로 설계된 물길 안에서, (경쟁과 자본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흘러가면 ‘그럭저럭 잘~살고 있다.’는 기준에 부합하게 된다. 의심할 필요가 있다. 정말 그렇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

만약 아니라면, 사회구조와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독립적 시민으로서의 자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지식(학습과 경험)을 탐구하고 공감과 협력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 형성에 눈길을 돌려보아야 한다.

이번에 만나본 지순협은 경쟁교육이나 스펙 쌓기와 같은, 경쟁과 자본으로 점철된 일방적 흘러감/흐름 안에서 순환과 통섭을 통해 그 경계를 허물고 넘나드는 활동을 하고 있다. 단순히 교육적 측면에서의 활동이 아니라, 경쟁적 삶에서 벗어나 대안적이고 협력적인 삶을 구축한다. 그리고 협력 속에서 모든 구성원은 각자 지닌 지식과 경험을 연결하여 순환시키는 통섭적 선순환 구조 만들기에 동등한 주체되어간다. 이러한 개인적 삶의 변화와 더불어 사회구조의 변화로서 대안적 협력사회는, 계급 차별은 물론, 남녀 차별과 인종 차별, 인간과 자연 사이의 차별을 철폐하여 기존 사회운동들 간의 성과를 함께 나누는 적(노동)-(생태)-보라(여성운동) 연대의식에 바탕을 둔다.(지순협 대안대학 교육목표 : 나와 사회의 동시적 변화) 지순협의 교육목표를 되새기며 위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잊고 있는 것, 놓치고 있는 것,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주체성? 시민성? 협력? 연대?… 무어라 하나로 대답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게 무엇이든 경쟁과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 안에서 그리고 대안교육의 다양한 모델들 안에서, 나름의 가치와 목표를 가지고 실천하고 있는 ‘교육공동체 :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의 움직임이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새롭게 느꼈다.

소담_

서울혁신파크에 들어설 때마다 재미난 것을 기대하곤 한다. 서울의 한가운데를 빗겨나 조금은 외진 곳에 자리 잡은 것도, 몇 개의 동으로 나눠진 건물과 넓은 마당을 공유한 것도 재밌다. 공동체 파괴와 개인의 파편화를 정통으로 맞은 서울에서 색다른 실험을 하는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점이 설렘을 주나 보다.

하지만 그 안에 자리 잡은 곳 하나하나를 잘 알지는 못한다. 아마도 대강 ‘이런저런 곳들이 있겠지’라고만 생각할 뿐. 마침 그중 한 곳의 문을 두드린 날이 지순협 대안대학에 방문한 날이다. 그리고 그날 어쩌면 가장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 것 같다. 적-녹-보라의 패러다임으로 뭉친 자유로운 개인들이 공감하고 협력하는 교육공동체라니! 말로만 듣는 것과 직접 가서 보는 건 역시나 천지 차이다. 지난 몇 년간 공부는 지겹다고 거리를 뒀던 나인데, 자유롭고 거칠지만, 그 어디보다 끈끈하고 날카로운 분위기에 매혹돼서는, 언젠가 품었던 배움과 토론에 대한 열정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제도권 대학에 다니던 시절을 생각하면, ‘언젠가 나도 참 열정에 가득 찼었는데, 근데 뭘 배웠더라?’ 하고 되묻는 순간이 많다. 아마 지식과 삶의 선-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일까. 먹고 사는 문제에 치중하다 보니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 서글픈 요즘이라, 지순협의 교육과정과 지향점을 들으며 조용히 열정을 불태웠다. 무력함에 빠진 일상을 깨우고 싶다면 바로 이런 공동체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공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015년 초에 문을 연 지순협 대안대학의 첫 졸업생들이 제출한 논문 네 편을 묶어 출간한 단행본. 논문과정은 학생이 자유롭게 주제를 정하고, 자기와 사회와 자연과의 관계의 바람직한 변화에 유용할 새로운 가치와 삶의 방법을 얼마나 치열하게 찾아내었는지가 중요하다고 해요.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2017-3학기 신입생을 모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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