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5/26 평창동계올림픽 대응워크숍 후기 

평창동계올림픽,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경렬 / 체육시민연대 대외협력국

 

‘차질 없는 대회 개최를 위해 추진 공정, 예산 확보, 사후 활용방안 등 전반적인 문제를 점검하고 대안을 강구하라’

지난 25일 새 정부 첫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다. 이는 취임 후 문재인 대통령의 첫 체육 분야 언급이기도 하다. 새 정부 체육정책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의 무게감이 보여 진다. 성공적 개최를 위한 엄숙함이 아닌 향후 발생할 올림픽 문제의 중량이 더 증대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 선거 유세에서 성공적인 평창올림픽 개최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새 정부 국정 제1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근데 이 지원방식이 문제다. 대략 한 달 전 대선 체육정책 토론회에 문재인 캠프 체육정책 특보로 나온 A교수가 이를 확인시켜줬다. 체육정책전문가로 입지가 확고한 A교수는 올림픽 사후활용 방안으로 88서울올림픽과 같이 평창올림픽 시설관리도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게 옳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를 위한 수순으로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서울’을 삭제하여 평창올림픽까지 아우른 ‘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 명칭변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뜩이나 평창올림픽에 투입된 체육예산이 과다한 상태인데 대회 이후에도 체육예산을 올림픽 적자를 갚는데 쓰겠다는 뜻이다.

이런 발상은 자유한국당의 염동열 국회의원을 계승한 것과 다름없다. 염동열 의원은 2014년 3월 「국민체육진흥법」36조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평창동계올림픽대회를 시설관리를 ‘서울올림픽국민체육진흥공단’을 통해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관리하자는 게 골자다. 국내최초로 국민체육진흥공단 명칭 변경작전을 시도한 이 법안은 아직도 계류 중이다. 염동열 의원은 지난 4월 대선기간 불법여론조사를 벌여 검찰에 압수 수색을 받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은 ‘적폐세력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올림픽으로 인한 법안 개악도 우리사회에서 청산해야 할 적폐 중 하나인데 올림픽만큼은 정권 교체를 비롯하여 여야막론 진보보수 없이 적폐청산이 아닌 적폐천하 지대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정국에서 시민사회 역할이 대두된다. 비록 단 한 곳도 분산개최를 성사시키진 못했지만 2015년 문화연대, 녹색연합, 체육시민단체 등 여러 단체의 연대체인 평창동계올림픽분산개최를촉구하는시민모임에서 펼친 재정절약, 환경보존, 성공개최를 담아낸 분산개최 운동이 여론을 만들었지 않은가. 그래서 지난 주 금요일인 5월 26일, 분산개최 운동 이후 대응활동을 논의하기 위해 2년 만에 여러 시민단체와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평창동계올림픽,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했다.1,2부로 구성하여 1부 주제발표, 2부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1부는 가리왕산 환경파괴로 평창올림픽 시설 중 가장 큰 논란을 야기했던 강원도 평창 정선읍에 위치한 알파인스키경기장 인근 지역주민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한 ‘가리왕산 논쟁’ 조사 발표였다. 발표자 윤지혜 연구원은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박사과정으로 <환경문제 현실과 가능성의 커뮤니티케이션 : 2018 평장 동계올림픽 가리왕산 스키장 건설에 관하여> 연구를 위해 2017년 3월부터 5월까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스포츠과학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연구 활동 중이다. 조사차 최근 정선읍, 북평면 북평리, 북평면 숙암리 주민 11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정리하여 워크숍 주제발표를 하였다.

내용을 보면 가리왕산 바로 아래에서 살던 북평면 숙암리 주민들은 억지스러운 이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실정이다. 일례로 당국의 준비 부족으로 이주민들은 주변 폐교를 임시거처로 하여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고 한다. 이주 후에도 경기장 공사 발파로 새 집 벽에 금이 가고 공사소음으로 고초를 겪었다. 보상금문제로 이웃관계가 찢겨지기도 했다. 본인 명의의 토지를 가진 사람만 보상금 혜택이 주어졌고 해당되지 못한 사람들은 최소한의 이사비용만 받았다. 나아가 이주신청을 위해 난생처음 법원에 가서 법적철자를 밟으랴 물리적으로나 심적으로나 괴롭힘을 받기도 했다. 이에 비해 숙암리에서 15km 떨어진 정선읍과 이보다 좀 더 가까운 북평면 북평리 주민은 비록 자연경관과 청전지역으로 유명한 지역의 큰 산이 훼손된 사실에는 안타까워했지만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가리왕산 개발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15km거리에서도 확연한 입장차이가 초래됐다. 당국은 주민과의 소통을 지역 번영회관계자에 한에서만 실시했다. 숙암리 주민들이 부당현실에 맞서지 않은 이유는 저항해봤자 소용없다는, 나라행사는 막아내지 못하고 막을 수 없다는 일종의 무력감에 기인한다. 조사자가 이들에게 가장 많은 들은 얘기는 ‘당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흔히 올림픽은 두고 ‘국민화합의 장’으로 표현하지만 실상 현지주민들은 이웃사회가 분열되고 갈등하는 상황이다.

발표자는 인터뷰 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올림픽 준비과정에서 어느 누구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발언권이 주어지는 대화의 장과 올림픽을 통해서만 지역개발이 가능하다는 이해집단의 선전에 방어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우선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2011년 올림픽 개최 선정되고 6년간 누구도 평창 주민들을 만나 인터뷰를 한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적이 드물고 개발이 없는 지역 주민들도 올림픽으로 인한 개발을 찬성하는 원인은 경제적 이익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에 비관을 표했다. 설사 개발에 따른 이익이 발생해도 지역주민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찾기 어렵다. 이날 참석한 김경임(보스턴 칼리지Boston College)교수는 올림픽 개최로 증가된 강원도의 산업인력 통계를 보면 강원도 주민의 수는 미미한 반면 외국 인력 유입이 두드러지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게다가 가리왕산 부근은 어떤 산업이 들어와도 경제개발이 될 수 없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올림픽에 내제된 인식은 평화와 축제의 스포츠이벤트가 아닌 경제개발 산업으로 깊게 각인되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자연생태계가 제일 우수한 가리왕산의 극상림도 순식간에 파괴되고, 나라 예산을 무자비하게 투여한다. 그리고 평생 살아온 터전을 박탈 당한다. 올림픽에 따른 효과는 찾기 어렵지만 올림픽에 따른 피해는 너무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는 여지없이 적용된다. 이것은 세계를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래서 2016년 리우올림픽을 기점으로 ‘올림픽 재해’라는 표현이 많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산적한 문제에 과연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 전체 토론에서 화두가 된 것은 김상철(문화연대 운영위원, 나라살림연구소 운영위원)위원이 제시한 강원도에 올림픽 세금을 따로 걷게 하자는 방안이었다. 실제로 197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인 캐나다에 몬트리올에서 시행했던 정책이다. 이것은 도민들에게 책임성을 부과하려는 의도가 아닌 올림픽세를 논하면서 파생될 올림픽으로 인한 경제성 내지 이익구조를 개별화하는 데 있다. 정치인들이 올림픽의 경제성을 권력도구로 삼은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상기시키는 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

이외에도 환경복원의 지속적 감시와 아이디어 제시, 올림픽 악법 견제, 객관적인 올림픽 평가참여, 등등 여러 제안이 나왔다. 앞으로 월 1회 모임을 가지고 올림픽 개최 전까지 매월 평창올림픽 리포트 발간도 구상했다. 따라서 이후 문화빵에도 적어도 월 1회는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꼭지가 수록될 것이다. 본고에 미처 싣지 못한 글을 추후에 실을 구석이 많으니(이미 이 글도 상당히 길어졌으니) 다음 기회에 보태려 한다.

 

(지난 5/26 워크숍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