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벗] 문화연대가 만난 친구들

다르게 만들기 연구실: 언메이크 랩(Unmake Lab)

20174월부터 새로이 문화연대에서 활동하게 된 김소담, 김재상 두 신입 활동가가 문화연대와 관계 맺고 있는 단체와 사람들을 만나봅니다. 가깝지만 때로는 멀기도 한, [문화벗]들을 만나 서로 조금씩 알아가고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4차 산업 혁명이라 대변할 수 있는 알파고(인공지능), 3D프린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등. 이들로 인한 기술 혁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각양각색이다. ‘기술의 혁명은 인간 문화사회에 대한 역습인가, 함께 공존해야 할 가치인가?’처럼 기술이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구성체로서 그 위치를 고민하는 질문부터, ‘오늘날의 사회 변화의 과정 안에서 기술이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인식론적 질문까지 던지게 만든다.

[문화벗]이 두 번째로 만나본 ’언메이크 랩(Unmake Lab)‘은 기술-문화를 기반으로 교육, 연구, 제작 등의 활동을 한다. 이를 통해, 기술사회가 우리를 어떻게 확장하고 축소시키는지에 대해 묻는다. (문화연대의 참여적인 활동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언메이크 랩에게 문화예술 연대 활동과 기술-문화 이야기를 들어본다.)

(사진에 보이는 공간은 6명의 작가, 활동가들이 같이 사용하는 ‘뉴마트’이다. 이 공간에 언메이크 랩도 활동그룹으로 머물러있다.) 

재상언메이크 랩 만나기 20분 전 : 문래동 겉핥기

철들이 서로를 비비는 마찰음이 날카로운 문래동은 철공소 밀집 지역으로 유명세가 자자하다. 철의 물성만큼이나 남성성을 물씬 풍기는 동네이기도 한 문래동.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움직임의 기계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듯 자신에게 적용된 알고리즘을 묵직하고 섬세하게 수행한다. 주변 일대의 묘한 활동성이 흥미를 불러일으키는데 굳이 표현하자면 기계적 생기, 활력이라고 할까? 기계들 하나하나가 일종의 수동적 수행자로서의 모습을 보였는데, 이렇듯 기계문화로 둘러싸인 온상지 안에서 언메이크 랩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높은 층높이, 나무로 제작한 제작물, 책이 많은 작업실은 한눈에 봐도 동네의 지배적인 철의 느낌과는 대조적이었다. 철공소 지역에 존재하지만, 그 바깥에 있는 듯, 경계에 있는, 작업 공간에서 언메이크 랩 – 최빛나, 송수연 씨를 만났다.

제작과 기술과 문화 혹은 제작기술문화

Make. ‘만든다.’라는 말은 행위가 드러나는 말이다. 이렇게 행동과 몸짓, 반복 실천 등과 같은 행위는 다시, 수행성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는데 이는 어떠한 정체성이 내재하고 있는 핵심/본질을 충분히 잘 표현해주는 행함이라 할 수 있다. (반복 실천을 통해 몸에 딱 붙어 있는 것 같은 느낌?! 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요즘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메이커문화라는 표현을 미국의 경우로 보면 담론적, 프로젝트 활동을 추진하고 있는 메이커 무브먼트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실질적으로 시장이나 국가 중심의 문화라 할 수 있다.(_언메이크 랩)

이에 반해, 언메이크 랩은 과거로부터의 지속성을 가지고 있고 담론 중심에서 조금 다른 결을 볼 수 있는 ‘제작기술문화’라는 표현을 쓴다.(_언메이크 랩) 고 한다.

‘제작-기술-문화’ 다른 듯 비슷한 세 가지 개념들을 녹여낸, 언메이크 랩의 작업/활동이 안내된 링크를 첨부한다.

* 2016.10 <똑똑한 쓰레기통과 도시, 모두를 위한 밝은 미래 Smart trash bins, Smart cities, and a Brighter future for all>

* 2016.6 <비관습적 드로잉 : 비트에서 아톰으로>

Make의 범위 안에는 수제작부터 전자적 디지털 제조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고 성격에 따라 그 분야가 천차만별이다. 더욱이 전통적인  뜨개, 니팅 등과 같은 방식과 기계를 통한 작업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바로 제작에서의 ‘숙련’이 갖는 의미(_언메이크 랩)이다. 숙련이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수행성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반복적 실천 곧 ‘체험’을 통해 능숙해지는 것. 다시 얘기하면, 자기 실천적 경험인, 체험을 통한 뜨개나 니팅을 하면서 수학적 원리와 컴퓨터의 연산과 연관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이렇게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더 많은 질문과 해석을 할 수 있고 분별도 생긴다.(_언메이크 랩) 그렇다면 숙련과 수행성은 단순히 행위에만 국한된 개념은 아니라는 것인데..그 이상의 무엇이 있는 것일까?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재고, 다층적 접근으로부터 : 그렇다면, 다르기 만들기?!

서로가 꽃길만 걷기 위한 몸부림인지 너도나도 사회문제를 필두로 내세운 사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렇지만 워낙 복잡한 것이 사회문제인지라 사업으로 풀 수만은 없는 꼴이다. 스스로 분별하고 거리감을 조절할 수 있는 시민성을 기반으로, 사안에 대해 다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메이크 앞에 붙는 un은 부정의 un이 아니라 다르게라는 의미예요. 꼭 목적에 맞게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망치면서 배우는 게 많다는 뜻을 담았어요. 망치기 연구실이라는 의미죠.(_언메이크 랩)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역시나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분명하게 쏠림현상(ex. 4차산업혁명,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이 있다고 생각한다. 명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기술문화를 통한 사회문제해결’ 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어쩌면 본질적으로 사회문제해결이 무엇이냐(_언메이크 랩) 라는 질문이 지금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연구자, 교육자, 제작자, 예술가, 활동가 등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다르게 만들기 연구실 : UNMAKE LAB] 은 ‘기술문화-사회-인간’이라는 관계 안에서 이름처럼 다르게 만드는 삶과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여러 의미에서 언메이크 랩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소담다르게 살기를 생각하며. ‘망치는 게 뭐가 나빠?’

다르게 산다는 건 뭘까.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목적에 맞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든다. 이미 선택한 삶이 있고, 이뤄야 할 목적이 생겼다고 언제부턴가 ‘믿고’ 있다. 남들과 같든 다르든 내가 쌓아온 취향, 습관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 모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한 몸 편히 뉘일 공간 몇 평 마련하는 것,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전부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이런 고민이 오랜만이었다. 알맞게, 적당하게, 비슷하게 살기를 원하는 세상에서, 다르게 만들고 망치면서 배우는 언메이크 랩을 다녀오고 나서였다. 매캐한 공기와 소음을 내뿜는 철공소가 빽빽한 거리. 그 좁은 골목에 위치한 언메이크랩은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작은 해방구처럼 보였다. 아주 잠깐 들여다봤을 뿐인데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첫 만남의 긴장과 설렘이 맴돌았지만, 빛나, 수연씨는 언메이크랩의 이야기를 덤덤히 풀어내 주셨다. 손수 만들어주신 파스타를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눠서일까.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에 받은 햇살이 한결 따사로웠다. 짧은 만남은 잔잔한 파동이 되어 생각의 타래를 풀어가게 한다. 언제부턴가 올바르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조금 망쳤다고 해서 안절부절못하는 나에게 말을 걸어준 시간. 인터뷰를 하러 가서는 오히려 내 삶의 질문만 잔뜩 지고 돌아온 시간이었다.

우와! 스파게티도 만들어 주셨어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 UNMAKE LAB(다르게 만들기 연구실) – http://www.unmakelab.org/